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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홍준표 지사의 존재감 높이기?

조회 수 5291 추천 수 0 2013.04.25 13:46:39
경상남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강행에 대한 찬반 논란 때문이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단식을 하고 박근혜 정부가 이에 대한 간접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 문제는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전국적 사안’이 되어버렸다. 경남도의회는 이 문제로 여야가 극단적 대립을 해 날치기 논란에까지 휩싸이며 파행으로 치달았다.

홍준표 지사는 왜 욕먹을 일을 자처하는 것일까? 첫 번째로 제기되는 의혹은 그가 진주의료원 자리에 제2청사(서부청사)를 설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후보 시절 진주에 제2청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새로운 청사를 짓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이미 있는 부지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4월 1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공서를 특정 지역에 설치하는 것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다. 지역에 관청이 들어오면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상권, 관청에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끝없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겨냥한 상권이 새롭게 들어선다. 관청이 가까이에 있어야 일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입지를 하기도 한다. 결국 이는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진주시에 2청사를 설치하면 그 지역에서 홍 지사의 인기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홍 지사는 작년 취임식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유달리 강조했다. 진주시의 사례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것은 경상남도 각각의 지역에 어떤 혜택을 줘서 인기를 얻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형성된 인기를 바탕으로 재선 도지사가 되겠다는 게 홍 지사의 일차적인 목표일 것이다.

그럼 2차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이것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설전에서 잠시 엿볼 수 있다. 김문수 지사가 “도민의 1%만 원해도 도립병원은 존치시킬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홍 지사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경기지사를 두 번 했으면 대선 나오는 데 20~30%는 호응했어야지 5%도 안 나온 그게 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내가 재선 도지사가 되면 대권주자로 지지율이 20~30%에 이를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여권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차기 대권의 향방이 안갯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슈가 됐듯 부산·경남 지역은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늘 중요한데, 부산권에는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무성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대표선수로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경남권의 대표선수는 지금으로서는 홍 지사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이 중앙무대에 진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홍 지사는 경남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러니 그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선을 통해 주요 인사가 되고 또 큰 사고를 쳐서 시끄럽게 만들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야말로 ‘홍준표의 야망’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진정한 지도자는 얕은 수로 잔재주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고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점을 홍 지사가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잡고 무슨 큰일을 꿈꾸겠는가?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게재되었습니다.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304221757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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