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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 마디가 일파만파로 화제가 되고 있다. 비록 어법에 정확히 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정부의 2014년 핵심 아젠다로 통일문제가 특히나 경제적 차원에서 유력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와 같은 아젠다 설정은 보수언론들이 새해를 맞아 통일에 대한 기사를 준비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선일보>는 1월 1일부터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를 통해 통일의 당위와 경제협력을 통한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동아일보> 역시 1월 3일 ‘통일코리아 프로젝트 2년차’기사를 통해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실상을 소개하며 통일의 당위성을 부각시켰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5.24 조치의 해제를 통한 국제 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기사를 1면 톱에 실었다.


구체적 방법론 없는 통일 담론


특히 <조선일보> 기획기사의 문제의식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듯한 대통령의 발언은 TV조선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를 열심히 읽으신 것 같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통일의 당위와 특정한 방법론을 되풀이할 뿐 꽁꽁 얼어붙은 정세에 대한 전향적 접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박근혜 대통령과 <조선일보> 모두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남북을 둘러싼 정세에 대한 발언은 국제사회의 협력 모색과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한 것이 전부였다. <조선일보>의 기획도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권 차원의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결국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들이라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구상 발표 및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오늘의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수확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구정 이전에 이산가족 상봉 필요성을 제기했고 정부가 이를 북한에 공식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문제와 분리된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 또한 있다.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 중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한이 다시 금강산 관광 문제의 해결을 제기한다면 이산가족 상봉 논의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그룹 어려운 상황, 금강산 관광 재개 시도해볼만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런 이유를 검토하면 차라리 금강산 관광 문제를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은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경우는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경제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시도해볼만한 이유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포함한 금융계열 3개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증권은 현대건설과 함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이어지는 정통성의 핵심이다. 2010년 현대건설을 시댁인 현대차그룹에 뺏겼기 때문에 현대증권은 그나마 남아있는 현대그룹 정통성의 상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매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현대그룹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대그룹의 어려움은 해운업의 부진과 개선의 여지가 없는 대북사업, 범-현대차그룹 등 시댁과의 경영권 분쟁 등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분쟁의 경우 집안에서 풀어야 할 문제일 수 있지만 해운업과 대북사업의 부진은 정권의 책임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부분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그간 해양수산부 신설과 선박금융공사 설립, 해운업과 관련한 금융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해양수산부의 신설 외에는 특기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대북사업의 경우 금강산 관광 사업이 5년 넘게 중단돼 현대아산이 6천억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입은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대북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에는 그룹의 상징성 문제도 있지만 정부가 대북사업 관련해 전향적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5.24조치 해제 등 유화정책 펴야 할 정치·외교적 필요 있어


물론 대북정책의 방향을 재계의 필요에 맞춰 정한다는 행위에는 비합리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지렛대로 해 개성공단 국제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로 중소기업들의 위기가 부각됐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와 같은 해법이 경제전반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 전향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어볼 수 있다.


  
▲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로서는 정치적·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의 경제협력면을 넓혀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강산 관광 재개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따른 정권의 정통성 논란과 수서발KTX 법인 설립 등에 따른 불통 논란으로 국내정치에서 상당한 내상을 입은 상태다. 따라서 대북관계에서 가시적 조치를 이끌어 내 6월 지방선거 이후까지 정부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야 할 필요도 있다. 또, 국제관계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과 다양한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발언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꼭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가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즉 민간에 경제적 효과가 수반되는 형태의 무언가가 현실화 되려면 결국 금강산 관광과 5.24 문제들을 둘러싼 갈등부터 해소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불거진 북한 체제의 불안으로부터 북한 붕괴론의 결론을 이끌어내고 이를 기다리는 형태의 수동적인 대북정책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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