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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28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독자세력화의 첫 시동으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의 출범을 밝혔다. 그간 여러 이유로 독자세력화의 명확한 일정을 밝히지 않아 생겼던 궁금증들이 나름 해소될 수 있는 뜻 깊은 발표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의원의 발언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의 발표에 대한 입장으로 “이번에도 구체적인 비전보다는 애매한 입장만 반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SNS공간 등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내놓는 네티즌들을 상당 수 찾아낼 수 있다. 여전히 애매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의 계획과 내용을 밝힌다는 소식에 한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에서 ‘안철수’ 검색어가 1위를 차지했다가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밀려난 상황은 대중의 이런 기대와 실망이 정확하게 반영된 것이다. ‘이번에는 뭔가 있으려나?’하는 생각에 안철수를 검색해보고는 ‘그냥 그렇네……’라는 반응을 남긴 것에 불과한 것이란 얘기다.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 계획 드러나

그러나 정치권의 언어로 보면 안철수 의원 측의 이번 발표를 그렇게 애매한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이 발표로 분명해진 사실은 안철수 의원 측이 신당 창당으로 지방선거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 추진위의 지향점은 창당”이라면서 “지방선거는 최선을 다해서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 수도 없이 제기된 전망이긴 하지만 내부의 이견으로 신당 창당을 통한 지방선거 대응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나온 분명한 단언인 셈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 선거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냈던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1일 부산에서의 강연에서 “내년에 먼저 이뤄지는 지방선거에서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뒤에 일어나는 총선에서 더 개방성을 가지고 힘을 모으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힌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전 신당창당이 어렵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새정치 추진위 출범 기자회견문에 신당 창당 시점이 못 박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창당론에도 나름의 여지를 열어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책임 있게 후보를 낸다는 의미는 4~5등이 될 후보까지 다 낸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과거 정당들이 한 것처럼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지향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를 미루어 볼 때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에 주력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그 가능성에 대한 확언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상황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 추진위 출범을 선언한 타이밍에 의해서도 나름대로 추론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안철수 의원이 굳이 이 시점을 택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검토해야 할 것은 지방선거 일정이다.

공세적 대응으로 신당 창당 회의론 차단

2014년 지방선거 일정을 보면 시·도지사 및 교육감은 2월 4일부터, 광역 및 기초지자체 의원 및 단체장은 2월 21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진행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신당 창당을 통해 지방선거에 대응하려면 적어도 지금 정도에는 창당을 목표로 한 어떤 조직적인 틀이 마련되고 2월에는 창당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 놓아야 한다.

두 번째 주목할 부분은 안철수 의원 측이 28일의 새정치 추진위 출범 기자회견 일정을 22일에 먼저 공지했다는 점이다. 안철수 의원은 의원실 명의로 금요일인 22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11월 28일에 직접 말씀드릴 예정”이라면서 “구체적 시간과 장소는 추후 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22일이라는 시점이 언론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일정에 대한 나름의 ‘한계’에 다다랐던 때라는 것이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11월 안에는 신당 창당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11월 마지막주까지 그러한 움직임이 없으면 사실상 지방선거 전 신당 창당은 어렵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안철수 의원 측 신당창당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보도한 <동아일보> 온라인판 22일자 기사.

이를 반영하듯 안철수 의원이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직전 일부 보수언론 등은 온라인판을 통해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에 대한 회의론을 보도했다. 만일 안철수 의원이 22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응하지 않았다면 23일 주말판 지면에는 ‘안철수 신당 물 건너 가나’류의 기사들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랬다면 안철수 의원 측의 특별한 대응이 있지 않는 한 11월 마지막주 내내 이런 류의 기사들이 보수언론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의원 측이 이러한 언론의 반응을 고려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이 타이밍이 안철수 의원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을 저하시킬 수 있는 시점이긴 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치는 안철수 의원이 지방선거 이전의 신당 창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제3세력론

이외에도 새정치추진위의 출범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보면 안철수 의원이 기성 정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전을 밝혔는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밝힌 비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기자회견문에 나타나있는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통한 좌우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실질적 복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은 모두 존중의 대상’ 등의 표현을 보면 지난 대선에서부터 안철수 의원이 고수하고 있는 ‘제3세력론’의 전형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난 대선에서야 후보로 나왔으니 당연히 제3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웠을 수 밖에 없었지만 기성 정당에의 합류도 가능한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 의원의 시도가 성공할 지 여부에 대해 안철수 의원 본인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안철수 의원이 보다 정치인다운 자세로 일정과 전망을 명확히 해줬더라면 좋았겠으나 안철수 의원 본인이 정치인답지 않은 자신의 캐릭터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는 애초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안철수 의원의 행보가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는 기대에 어떤 형태로 답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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