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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서청원 귀환'이 의미하는 것

조회 수 868 추천 수 0 2013.11.04 13:29:12
10.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선거구 모두에서 민주당을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두 지역구 모두 애초에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이 있던 지역구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패배했다 해도 여·야 대치 정국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어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이번 재보궐선거가 중요한 정치 일정으로 다뤄져왔기 때문에 각 정치세력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새누리당으로서는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연말까지 이어지는 정국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 논란의 본질은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인데 재보궐선거의 압승을 근거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로 전망돼왔기 때문에 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를 만회할만한 국정운영의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 연말까지 이어질 듯

지난 28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를 발표는 정부 여당이 이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지를 잘 보여준다. 정홍원 총리 대국민담화의 핵심 내용은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므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달라는 것이며 동시에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경기활성화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즉, 경제위기가 정치권의 정쟁 때문에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3일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주지 않으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이미 이런 프레임을 던져 놓은 상황에서 재보궐선거의 승리는 결국 야권에 대한 책임론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책임’이란 결국 국민의 뜻을 거슬러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정의 발목을 잡아 온 민주당 및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연말의 예산안 처리 국면에 이르기까지 여·야가 기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프레임이 강화되는 것은 야당의 입장에서는 큰 패착이 될 수 있다. 그간의 관례(?)로 비추어 볼 때 올해도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 등을 예로 들어 야당이 발목을 잡아 국정운영에 난맥이 생기고 이것이 경제회복을 저해하는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여당에서는 꾸준히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30일 오후 화성시 봉담읍 선거사무소에서 화성시 갑 선거구 개표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당원 및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식의 구도를 내년 초까지 어떤 방법을 통해 탈피하느냐가 민주당으로서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초까지 이런 구도로 몰리게 되면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정권심판선거’로 만들 수 없는 위기에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보통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발목잡기’ 프레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연 이러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애초에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전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조용히’ 지나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억지로라도 판을 키워 새누리당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경기 화성 갑 재보궐선거에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의 출마 여부가 쟁점이 됐던 것은 민주당이 후자의 전술을 모색한 것으로 읽혀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손학규 고문의 출마는 현실화되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후보를 내세워 6선의 거물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와 맞서게 해야 했다. 화성시 주민들이 스스로를 경기도 지역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힘 있는 후보’ 프레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오일용 후보 카드로 선전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힘든 과업일 수밖에 없었다. 즉, 기회를 하나 잃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되짚어보면 결국 김한길 체제의 리더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불거지고 만다. 더군다나 그간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 문제와 참여정부 NLL 포기 논란을 둘러싸고 당 내의 이런 저런 의견 차이가 언론 등에 크게 부각된 바 있기 때문에 김한길 지도부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또 다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재보궐선거의 패배를 ‘처음부터 유리하지 않은 선거였다’고 규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 내 구성원들에게 민주당의 운명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절감하고 공유하는 기회로 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춘-서청원으로 김무성 견제, 새누리당 내부 갈등 봉합

새누리당이 당분간은 견고한 당·청 관계를 중심으로 정국을 이끌어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사실 역시 이러한 위기의식의 근거가 된다. 민주당 오일용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고 국회로 복귀하게 된 서청원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애초에 서청원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부터 강조한 것은 ‘당 내의 화합’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당 내 비주류 세력들이 당권을 도모하려는 것에 대한 견제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청원 전 대표는 구 상도동계의 거물로 김무성 의원과는 직접적인 정치 선·후배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부산 영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거침없는 말솜씨와 특유의 화통함으로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왔다. 어떤 의미에서 차기 당권을 중심에 놓고 보면 김무성 의원 외에는 그만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이 불편한 관계인 상황에서 김무성 의원이 ‘큰 일’을 도모하려면 당 내 비주류들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은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청원 전 대표가 여의도에 귀환함으로써 이러한 근심도 사라지게 됐다. 서청원 전 대표는 현재 당 내에서 김무성 의원을 제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역 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은 자기 나름대로는 ‘의리’를 중시하는 축에 속한다.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김현철 전 의원 등을 비롯한 민주계 일부와의 집단 탈당 가능성이 예고됐지만 탈당 기자회견 직전에 김무성 의원이 입장을 틀어 새누리당의 분당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후 상황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서청원 전 대표와 당권을 놓고 맞설 수도 있지만 김무성 의원으로서는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서청원 전 대표에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압력을 쉽게 거스를 수는 없는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결국 서청원 전 대표의 말대로 ‘당 내 화합’이 도모되면 민주당으로서 노릴 수 있는 새누리당 내부의 균열을 통한 기회는 없어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기회 하나를 또 잃는 것이다. 재보궐선거 결과가 ‘애초에 질 선거였다’는 말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민주당이 재보궐선거를 둘러싸고 잃은 이 두 번의 기회를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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