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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지금까지 미디어스에서 작성했던 기사 중,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글을 다시 게시한다.
이 글은 '알맹이 빠진 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제하의 기사로 2013년 7월 5일 미디어스에 게재되었다.
( 링크 :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469 )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및 1단계 대책’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7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 이후 수출입은행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 방침에 대한 의구심이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합동브리핑에서 그간 진행된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책에 대해 서비스산업 육성대책이 관광, 보건·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이해관계자 집단 간의 대립 등으로 성과가 미흡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 현오석 부총리가 4일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1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따라서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고용률 70% 달성 기여’ 및 ‘경쟁력 향상을 통해 생산성 제고 및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을 목표로 △인프라 확충 △유망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현장애로 해결 △갈등과제 검토를 향후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을 위한 4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원칙하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제조업에 유리하게 돼있는 세제‧금융‧제도 운영상의 차별을 개선하고 서비스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과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MICE‧관광 등 서비스 수출에도 상품수출과 같은 수준의 수출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기술 분야 마이스터고를 추가지정하고 폴리텍 대학에 유망 서비스분야 신규과정을 확대하는 등의 전문 인력 양성 대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매번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말하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정부 대책은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5일자 1면 기사를 통해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가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우리도 해보고는 싶었지. 근데 해봤자 만날 시끄럽게 싸움만 나고…. 국회 가서 지금까지 (통과)된 적이 없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즉, 어차피 안 될 것은 말하지 말고 되는 것부터 대책을 내놓자는 실용적(?)인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빠진 ‘알맹이’란 무엇일까? 이것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정부가 굳이 서비스산업을 활성화 하겠다는 의지를 늘 다지는 이유에 대해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 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가 실린 동아일보의 5일자 1면 일부.

한 산업이 국가 내에서 발전하는 시기에는 생산량도 많이 산출되고 이에 따라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산업의 발전이 한계에 부딪치면 생산량은 줄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 성장률을 제고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는데, 이를 ‘산업구조의 고도화’라고 한다.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은 1차 산업인 농업, 어업, 임업 등이 주가 되는 국가의 산업구조를 2차 산업인 공업, 제조업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재정권은 기록적인 압축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1987년 이후 제조업의 성장도 한계에 부딪치게 됐으며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국가의 산업구조를 3차 산업인 서비스업, 금융업 등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은 이러한 주장이 정책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대형투자은행 육성’ 등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것이다. 물론 아쉽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금융업에 더 이상 목을 맬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지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친 것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뉴스1)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기본 정책을 입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금까지 다양한 자리에서 수 차례에 걸쳐 제조업 한계론을 설파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과 지식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미 한국의 제조업은 글로벌 시장의 무한경쟁 체제에 편입됐으며 여기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건비를 포함한 원가 절감 노력에 나서게 됐고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에 명백한 한계가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성장전략은 서비스업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며 이를 통해 서비스업의 주된 영위층인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김광두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또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지식문화컨텐츠사업 이라는 점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김광두 원장이 주장해온 것과 기본적인 방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알맹이가 빠졌다’의 의미

그러면 여기서 정부의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고 평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짚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는 지금까지 추진된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부 대책의 방향을 다시 검토해보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서비스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중소기업 등이 주가 되는 업종에 대한 정책적 배려로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산업구조의 변화를 추동할 때에는 특정한 대형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화학 공업 육성과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압축성장을 이룬 것처럼 서비스산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계기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게 그간 정책 담당자들의 생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진 분야는 교육과 의료이다. 교육과 의료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이를 산업화해서 동남아 등에 수출을 하고 돈 많은 외국인들을 마구 유치해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게 그간 서비스산업 관련해 논의되어 온 기본적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 의료에 대한 영리화를 가능케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고 이는 교육기관 등에 대한 영리법인화, 의료보험체계 조정, 영리병원 설립 등의 이슈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그간 신자유주의 교리에 입각한 일종의 개혁조치로서 언급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 이슈가 정치권에 들어오게 되는 순간 정쟁의 대상이 된다는 특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가 “국회로 가서 뭐가 된 일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특히나 이런 차원의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가 된다.



▲ 정부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에 원격진료 등이 빠진 점을 들어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위한 기사가 게재된 동아일보 5일자 3면 일부.

따라서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 논란을 최대한 피해가면서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등의 경제활동에 도움을 주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것은 강만수 전 장관이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같은 신자유주의의 첨병들조차 “자본주의는 이제 끝났다”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서비스산업에 대해 유일하게 택할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한 것이다. 대책 발표 이후 이 대책으로 한강둔치에서 바비큐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보도에 대해 가스버너가 허용되는 것인지, 거치식 바비큐 시설에 대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에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고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내놓는 것은 시류를 잘못 읽었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이후 정부 방침의 핵심은 지식산업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육성 산업이 될 가능성이 큰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에 ‘1단계’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개혁조치가 다시 시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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