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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지금까지 미디어스에서 작성했던 기사 중,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글을 다시 게시한다.
이 글은 '신제윤 금융위원장, 모피아식 금융개혁 가능할까?' 제하의 기사로 2013년 3월 5일 미디어스에 게재되었다.
(링크 : http://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326 )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취임 후 몇몇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려는 듯한 인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 달려가는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뉴스1

신제윤 후보자는 4일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금융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며 “당장 주인을 못 찾아주면 가서 도덕적인 부분이라도 바꾸든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가 시급한 문제이며 정책적으로 우선순위에 놓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거기에 소위 ‘정치금융’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는 것이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이런 인식은 전임자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생각과도 유사한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이임사를 통해 “정부가 소유한 지 10년이 넘은 우리금융그룹은 하루 속히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달 22일에는 조선Biz와의 인터뷰를 통해 “왜 KB가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했는지 미스터리다”라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신제윤 후보자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다룬 매일경제의 5일자 사설.

‘우리금융 민영화’의 역사

우리금융의 전신은 ‘한빛은행’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정부는 유례없는 경제 위기 속에서 회생할 가능성이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은행은 사실상 통폐합하는 방법으로 부실금융기관들을 정리했는데 1999년 한국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한빛은행이 탄생했다. 이후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을 하나로 묶어 우리금융지주가 탄생했다.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100%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당시 ‘관치금융의 폐해가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식의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시적 조처’일 뿐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서 활약해 ‘구조조정의 전도사’라고 까지 불렸던 이헌재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인 ‘이헌재 위기를 쏘다’를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헌재 전 장관은 사임을 하면서도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투입한 공적자금은 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본인의 입장에서는 미완의 개혁으로 남았다고 회고한다. 이후 참여정부 시절 이헌재 전 장관은 소위 ‘이헌재 펀드’로 불리는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시도하였으나 본인이 경제부총리를 맡게 되면서 불발에 그치게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노력이 세 차례나 반복됐다. 2010년 12월에는 우리금융 계열사를 분리매각 하는 방식이 추진됐으나 인수 의사를 밝힌 투자자들이 대부분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이후 2011년 8월과 201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일괄매각이 시도됐고 각각 산은지주와 KB금융지주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소위 ‘메가뱅크’ 논란과 ‘측근 특혜’ 등의 논란에 휩싸여 또 다시 민영화에 실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신제윤 후보자가 다시 ‘우리금융 민영화’를 언급하는 것은 이전 정권부터 이어진 ‘모피아식’ 금융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관치’를 또 다시 옹호한 것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본인 재직 시절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즉, 취임하면서 '관치'의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것은 모피아식 ‘마이크 테스트’(?)인 셈이다.

국민주 방식 제안도

4일 한국노총 소속의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공적자금회수보다 국민경제와 금융산업 발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며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는 국내 다수 주주에게 지분이 분산돼 금융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위한 지배구조 안정화가 가능하고, 외국계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의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경영성과를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그룹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 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에 대한 각계 인사의 견해를 보도한 서울신문의 5일자 기사.

그러나 신제윤 후보자는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신제윤 후보자는 위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주는 절대 안 된다”면서 “(국민주 방식을 통해 민영화 한)포스코나 한전은 실패해 사실상 외국 기업이 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주 방식이 사실상 누가 주주가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사실 국민주 방식을 통한 민영화는 산업은행 등의 민영화에 있어서도 종종 제기된 방식이다. 경제 관료들은 이때마다 이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혀 왔는데 대체로 첫째 공적자금의 최대 회수라는 원칙에 맞지 않는 방식이며, 둘째 ‘검은머리 외국인’ 등 외국계 투기 자금에 지분이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금융노조 측은 호주의 커먼웰스 뱅크(Common Wealth Bank)의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 이후 3년간 커먼웰스뱅크의 주식 누적초과수익률은 경쟁은행 대비 50% 이상 높았으며, 자본적정성, 수익대비 비용, ROE, ROA 등 대부분의 경영성과 지표들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계 인사 태풍 시작될까?

이런 측면 외에도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금융그룹의 ‘조직 내부’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회사이다 보니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여기 저기 줄을 대는 조직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제윤 후보자는 위의 인터뷰를 통해 사외이사 등의 ‘대리인 문제’를 지적하며 “내시들이 하는 것”이라는 언사를 동원해 앞으로 금융권에 상당한 규모의 인사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이전 정권과 정치적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금융지주회사 회장 등이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임을 예상하게 되는 부분이다.

다만 정책금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책금융이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정책금융은 몇 사람이 카리스마 있게 하고 있다"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이는 전임자인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정책금융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발언 때문에 세간에는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중단되고 산은지주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MB인사’로 불리며 ‘강고집’ 등의 별명으로 특유의 카리스마를 자랑해온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임기도 본인이 손을 떼지 않는다면 내년 3월 말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피아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농담이 아프게 다가오는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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