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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비판, 어디까지 정당한가?

조회 수 1385 추천 수 0 2004.05.12 21:44:00
민주노동당 내에서 불거진 당직자의 윤리 문제에 관한 개입이다. 김창현은 말하자면 내게는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정치적 반대파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터넷 글쓰기를 통해 이런 식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옹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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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비판, 어디까지 정당한가?


지난 비례대표 선거 직후 울산 동구의 이갑용 당원은 이영순 국회의원 당선자의 비리의혹을 당게시판에 제기했다. 울산 동구의 누군가가 이갑용 당원을 당기위에 제소하여 이갑용 당원은 당기위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나, 당기위의 징계결정문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논쟁을 격화시켰다.


이 문제는 애초 이영순과 이갑용 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이영순의 남편인 김창현과 관련이 없을 수가 없는데다가, 당면한 사무총장 선거에 김창현이 후보로 입후보함으로써 '김창현 후보'에 대한 검증의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건과 선거법 위반 건은 김창현 후보에 대한 검증의 잣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구청장의 명령으로 행하여지는 각종 사업과 관련하여 그 사업의 혜택을 입는 토지(비록 정당하게 매수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를 매수하는 행위와 공공사업인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을 이용하여 사적인 학원 운영을 위한 건물을 신축하는 행위에 관하여 우리 위원회는 그 행위가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부패를 청산하고 진보사회를 건설하려는 우리 당의 공직자에게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평가한다.


당기위 결정문의 일부다. 김정진은 이 부분을 인용하며 '울고 싶다'는 심경을 전한다. 토지의 시세차익을 확인해봤더니 무려 1억 7천이라 한다. 그 말을 전해듣고 진중권은 그 돈이 "민중의 고혈"이라고 비난한다.


두 분의 성급함이야말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만약 그 기간에 다른 지역 땅값이 비슷하게 올랐다면, (혹은 더 올랐다면) 어찌할 셈인가? 시세차익을 거부하기 위해 울산 바깥에다가 학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할 셈인가? 저런 식으로 맥락 없이 사실 하나를 뚝딱 떼어놓고 난도질 할 바에야, 차라리 "민주노동당 공직자는 부동산 보유를 해선 안 된다. 상가임대만 해야 한다. 그리고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보호를 받자!"고 주장하는 게 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기위 결정문이 자체적으로 모순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결정문은 이갑용 당원의 문제제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그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때에는 형사처벌 및 공무원의 징계일반론에 따라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이0순 후보의 행위는 공직자로서의 윤리에 반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논점이다. 거기에 대해 당기위 결정문은 이렇게 답한다.


....일반인도 소방도로가 개설될 예정으로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예산안의 제출 및 확정시기와 토지보상 협의 등의 절차를 고려할 때 도로개설공사의 시점을 부당하게 단축하여 진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투기성 취득은 아닌 것으로 우리 위원회는 판단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누구나 "이갑용 당원의 의혹제기는 틀렸다."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당기위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이 다소 거칠게 제기된 측면은 있지만 그 적시된 사실관계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부분 인정된다.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당기위가 민주노동당의 공직자에게 허용될 수 없는 행위를 판단내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요, 의무다. 하지만 이갑용의 당원의 문제제기의 핵심이 옳은가 그른가는 논리의 영역이다. 당기위가 "그 적시된 사실관계가" "대부분 인정"된다고 아무리 주장하더라도 당기위가 쓴 텍스트는 "그 적시된 사실관계가" "대부분" 거부됨을 보여준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정리하자.

(1) 이갑용 당원은 이영순, 김창현 부부가 공직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그 행위는 일반적인 공직자 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은 '사퇴' -당내 무슨 직책에 있든지 간에-해야 마땅하다.)

(2) 조사 결과 이영순, 김창현 부부가 공직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여 투기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도가 아니라, 그 정보가 일반인에게도 알려져 있었다는 점, 정황증거로 보아 투기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3) 그러나 당기위는 민주노동당의 공직자라면 공직 활동 시에 공직 활동의 영향을 받는 부동산 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준을 세웠다.


이것이 사태의 핵심이다. 우리는 (1), (2), (3)을 모두 존중해야 한다. 김창현이 마치 부정축재자나 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세태는 당기위 결정문의 모순을 읽어내지 못한 단견일 뿐이다.  


물론 (3)에 의거해서 김창현, 이영순 부부를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3)의 규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당기위의 결정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이다. 당기위도 별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우리 당의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윤리기준이 아직 존재하고 있지 않아 우리 당의 중앙위원회에 별도의 권고안을 제출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이미 제시된 규준을 어기는 사례와, 규준의 확립의 과정에서 선밖에 서있던 사례에 대한 비판의 수위는 분명 달라야 한다. 많은 비판자들은 그 점을 헷갈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3)의 규준이 앞으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가치의 우선 순위를 생각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에 공직자 윤리 규정이 생긴다면,


(가) 일반적인 공직자 윤리 규정
(나) 민주노동당에만 해당하는 특수한 공직자 윤리 규정


의 요소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가)의 위반자에겐 물론 엄중한 제재가 이루어져야겠지만, (나)의 위반자에 대한 제재를 그와 똑같은 수위로 하자는 주장은 곤란하다. 비슷한 사례로 공직자 재산신고에 대한 최근의 논쟁이 있다. 이 논쟁에서 (가)에 해당하는 것은 "공직자 본인의 재산공개"이며, (나)에 해당하는 것은 "(공직자의) 존속, 비속의 재산공개"다. 조승수 당선자가 존속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퍼부어진 비난은 지나친 감이 있다.


"존속, 비속의 재산공개"는 민주노동당의 윤리규정으로 채택하기로도 애매한 규정이다. 가령 내가 공직자로 출마한다고 치자. 내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기 싫다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한 '죄'로 나는 낙마해야 하는가? 아니면 민주노동당 공직자를 지망하는 자식을 둔 모든 아버지, 어머니들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해야 하는가? 이것은 기껏해야 '권고' 조항으로나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김창현, 이영순에게 적용된 민주노동당의 윤리규정이 그 정도로 문제될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 일반적인 공직자 윤리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 (2) 당기위가 민주노동당의 특수한 윤리 규정을 제시하기 전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일 뿐이다. 게다가 김창현 사무총장 후보는 선거 직후 학원을 팔아 사회에 환원하고, 부부가 공직활동을 할 동안 어떠한 사업도 벌이지 않겠다는 '윤리적 결단'을 내린 바 있다.


만약 김창현이 일반적인 공직자 윤리 규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면, 그러한 '윤리적 결단'과 상관없이 비판받아야 한다. 또한 이미 규준으로 확정된 민주노동당의 공직자 윤리 규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더라도 '윤리적 결단'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김창현 후보의 '윤리적 결단'으로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창현의 결단은 당기위의 규준을 인정하고, 그것에 수반되는 그에 대한 비판을 감내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민중의 고혈'이니 뭐니 하는 윤리적 비난의 수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비난의 수사는 이런 종류의 윤리적 결단에 무력하기 때문이다. 진정성과 양심은 물론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박혀 있어 타인이 알기 힘든 것이므로, 토론의 과정에서 자주 언급될 것은 못된다.)


당기위가 제시한 민주노동당 공직자 윤리 규정과 김창현의 비판자들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요, "오비이락이면 까마귀 책임"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매지 말라던 봉건 선비의 자세다. 선거법 위반 제소 건에 대한 김창현의 반론이 설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제제기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청렴결백은 진보정당의 자산이며, 민주노동당에 부패스캔들이 터진다면 그것은 여타 보수정당에게 미치는 것보다 훨씬 더한 악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 이유로 민주노동당 공직자들에게 다른 당의 공직자들보다 훨씬 더한 책임감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사람은 무조건 낙마시키자!"로 나간다면 그 부작용은 심각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인사 하나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 대중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죄과가 있는 사람을 낙마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사실 구설수에 오른 사람을 낙마시키는 것은 그 사람 하나를 희생시킴으로써 정당의 부패 구조를 묻어두려는 보수정당의 방식이다. 원칙에 충실한 행동만이 (결과적으로) 대중의 신뢰도 획득할 수 있다.


윤인섭 사건에 대한 김창현의 입장 등 김창현 후보의 사상과 비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김창현 후보의 사상과 비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일 것 같다. 그 부분에 대해선 좀 더 활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창현 후보뿐 아니라 다른 많은 후보들이 당게시판에 나와 당원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김창현 후보가 당게시판에 나온 것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 평가받을 만한 행위에 대한 예우로, 당게시판의 당원들은 그에게 꼬투리잡기성 비난이 아니라 '정당한 비판'을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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