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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권영길 대표님, 결단을 내리십시오.

조회 수 927 추천 수 0 2004.05.05 21:38:00
이때부터 답답함을 느끼고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도 글을 올리게 되었던 듯. 하여간 진보누리의 아흐리만이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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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공직 겸임 금지 조항에 대한 토론이 민주노동당 내외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진보정치에서는 그 문제에 관한 당원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충분한 당원이 참가하지 못한 설문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겸직 모두 금지”가 41%, “대표만 겸직 허용”이 26%, “당 삼역 허용”이 20.7%, “모두 허용”이 10.8%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설문조사 내용은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당직-공직 겸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보정치는 이 결과에 관한 기사의 헤드라인을 “당직-공직 겸직 허용 57.5%, 금지 41%”로 뽑았습니다. 명백하게 편향적인 보도였습니다. 중립적으로 제목을 뽑았다면 "겸직금지 41%, 대표직 허용 26%"이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보도는 당 중앙에서 (최소한) 대표직 겸직 허용에 대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당원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당직-공직 겸임 허가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간 우리 민주노동당은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정당임을 자랑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썩어문드러진 한국 정치를 회생시킬 수 있는 대안이요, 역할모델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보수정당들은 마치 계몽군주임을 주장하는 군주들이 그러하듯 '당원을 위한 정당'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원의'와 '당원에 의한'의 요소가 빠져있는 한 그들의 주장은 공허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당원중심성이 유지되려면, 당원들의 의결에 당직자들이 영향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그들 나름의 정보루트를 통해 판단을 내릴 것이기 때문에,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자들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벅찬 임무일 것이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지나친 권력의 집중을 초래할 것입니다. 당직자들은 공직자와 당원 사이에서 민주노동당의 당원중심성을 유지하는 축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제도적인 측면을 떠나더라도 당직-공직 겸임 허가는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 당원들은 "대표 겸직 허용안"을 사실상 권영길 대표님의 3선 도전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별도로 민주노동당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껏 민주노동당 내에서 권영길 대표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민주노동당 성공의 공로는 시민들의 진보적 열망과 그에 상응하기 위해 노력한 민주노동당 다수 활동가에게 일차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매체가 '말많은 조직의 말없는 지도자'라고 표현한 권영길 대표님 특유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이 당이 지금껏 이 정도의 골격을 갖추고 버텨올 수 있겠는가에 대해 저는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당의 규율을 어기는 종파주의자들의 행동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부분이 있지만, "제 소명은 진보정당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제가 민주노동당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겠습니까."(딴지일보 인터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는 대표님의 말씀이 저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패배한 국민승리21을 떠나 민주노총으로 돌아가지 않은 권대표님의 선택은 역사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을 경우의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표님의 각별했던 노력도 기억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지금 성공했기 때문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대표'와 언제나 함께 해왔습니다. 사람들은 권영길이 대표가 아닌 민주노동당을 알지 못합니다. 당 외곽의 많은 사람들은 권영길의 지도력 없이는 민주노동당이 유지되지 못한다고 판단할 지도 모릅니다.


권영길 대표님과 대표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마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 같기 때문에 함부로 대표직을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대표님이 3선 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당 외곽의 사람들에게 민주노동당이 '자립할 수 없는 어린애'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런 시각에 마주쳤을 때 당원들은 좌절할 것이며, 제대로 된 결과를 산출할 수도 없는 '참여' 역시 점점 저조해질 것입니다. 대표님이 3선하실 경우 당장에는 당이 혼돈에 빠지지 않을 지도 모르나, 대표님의 은퇴 이후에 민주노동당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첫 세대 활동가들이 죽어가면서 함께 죽어간 일본 공산당의 사례를 생각해 주십시오.


권영길 대표님을 비롯한 그간 당권파 인사들이 사라진 민주노동당은 분명 혼란스러울 지도 모릅니다. 이전에도 당을 시끄럽게 했던 당내 정파들이 자리를 노리고 이합집산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민중들의 시대적 요청이나 현실적인 정치감각과는 동떨어진 결정들이 내려질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들을 당원중심성으로 극복하지 않는 한 민주노동당에 희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사회의 강력한 좌파정당이 되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우리가 민주노동당의 파트너가 되겠다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십시오. 이제 우리에게 '제3당'이라는 중용의 길은 없습니다. 제2당이 되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권대표님의 유임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정치의 미래를 담보하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권영길 대표님, 얻을 것 없이 민주노동당과 함께 해온 대표님의 아름다운 행보가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를 바란다면, 지금이야말로 결단을 내리실 시점이라는 것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직-공직 겸직 금지를 주장하십시오. 그게 대표님이 사시는 길입니다. 만약 어떠한 제도적 이유에서 대표만은 겸직 허용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번 대표 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신 후에 그렇게 주장하십시오. 그게 대표님이 사시는 길입니다. 대표님은 민주노동당에 많은 것을 주셨고, 또한 많은 것을 얻으실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대표님은 뜻한바 많은 일을 하실 수 있을 것이며, 훌륭한 의정활동을 하실 경우 재선 또한 가능하실 것입니다. 권영길 대표님의 올바른 결단이 대표님과 민주노동당,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살림살이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 주십시오. 저는 권영길이라는 이름 석자가 민주노동당의 초대 대표로서 한국 정당사에 길이 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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