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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아흐리만(한윤형)의 부끄러운 과거를 여러분 앞에 모두 공개합니다!

이 역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에 개입한 글이다. 내가 지지한 주대환 후보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본인이 사민주의자임을 밝히는 사람이었으므로, 이 선거에 개입한 내 논지는 주로 사민주의 노선에 대한 옹호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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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갈이넷 기사에 의하면, 광주유세에서 주대환 정책위의장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두 번째 장점은 우리 당의 강령의 정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정신인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을 지킬 의지를 가지고 있다. 정책위의장 후보 중 2명은 아직도 국가 사회주의의 미련을 안 버리고 있고, 1명은 그 차이를 말씀 안 하셨다. 저를 지지한다면 창당 정신, 강령 정신을 지키겠다.


그런데 주후보와 경쟁중인 성두현 정책위의장 후보가 당게시판에서 항의성 게시물을 올렸다. (지금은 "최고위원 선거운동 게시판"에 옮겨져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킬 후보는 자기 혼자라는 주후보의 말씀은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제가 강령제정위원시절 제출한 강령초안의 제목부터가 '민주적 사회주의를 향하여'이고 2002년 <이론과 실천>의 대안논의특집 원고청탁에 응해 제출한 글의 제목 역시 '민주적 사회주의를 향하여'입니다. 제목만이 아니라 강령초안, <이론과 실천>의 글 내용전체가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옹호로 가득차있습니다.


주후보께서는 곧바로 들어날 거짓말을 유세장에서 아무런 책임감없이 말씀하시는데 어떤 정치적 효과를 노리시는지 모르겠으나 주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만을 일으킬 것임을 아셨으면 합니다.


주후보께서는 유세의 맥락상 저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에서 제가 국가사회주의의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자신은 '민주적 사회주의'의 이념을 지킬 의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좀 솔직해지셔야겠습니다. 사실을 말하면 제가 사회주의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주후보께서는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평소 주후보께서 '사회민주주의도 사회주의다'라는  주장을 하는 '나도 사회주의'자인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회민주주의자인 것에 무언가 자신감결여를 느끼게 하는 주장인 것이지요.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주후보쪽에서 부당한 비판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특히 주대환 후보의 지지자인 나는 그의 허물을 더욱 좌시할 수 없다. 그런데 성두현 후보가 옮겨온 글을 읽으니 뭔가 이상하다. 성두현 후보가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가  상식적인 의미의 '민주적 사회주의'에 합치하는지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만약 성두현 후보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일상어법에서 벗어나 있다면, 그래도 성두현 후보가 스스로를 "나도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주대환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당강령의 핵심사상이 정치성향에 따라 이 정도나 차별된 해석을 보인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큰 문제로 보인다.)


민주적 사회주의란 democratic socialism, 즉 민주사회주의가 아닌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금세 백과사전적 정의가 뒤따른다. 이 정의가 말하는 민주사회주의의 특징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종래의 사회주의와 달리 자유민주주의를 부인하지 않는다.
2)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사회개조의 유일/절대적인 방법으로 보지 않는다. (시장을 부분 인정한다.)
3) 모든 독재정치를 부정/배격하며 공산주의(현실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냉엄한 평가를 내린다.



주대환 후보가 2003년 11월에 발표했다는 "민주적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보자. 간결한 글이지만 이 특징과 모순되지 않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민주사회주의의 '특징' 뿐 아니라 '주체'를 명기했다는 점이다.


우선 민주적 사회주의는 독재적 사회주의가 아니다. 독재적 사회주의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프롤레타리아독재론에 근거한 스탈린식 국가사회주의를 말한다.

(중략)민주적 사회주의를 장기적 목표, 이념으로 내걸었던 사회주의 좌파 정당들은 지금까지도 많았다. 가장 먼저 그런 이념을 말한 것은 1920년대의 제2인터내셔널의 잔류파들이었다.

(중략)그들은 지금 대부분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로 결집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이념이 곧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주체'는 좀더 분명하게 말하면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다. 따라서 민주적 사회주의는 (폭넓은 의미로)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추구하는 (좌파적인)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주대환 후보가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자라고 칭할 때는 유럽 국가들의 케이스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할 때엔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좌파들이 목표로 상정한 이념을 민주노동당도 목표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뜻한다. 양자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민주적 사회주의가 이념적 지향이라면, 각국의 사회민주주의 체제는 그 지향이 그 사회 자본주의의 여건과 조응하여 만들어진 현실적인 산출물이다.


판갈이넷에 올라와 있는 최병천 동지의 글 역시 같은 관점을 보여준다. 그는 "세계사적으로 ‘체제’로서 존재했던 사회주의는 크게 ‘유럽식 사민주의 모델’과 ‘소비에트식 공산주의 모델’ 구분할" 수 있다며 그 구분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폭력혁명’ 여부 △ PT독재(일당독재) 여부 △ 시장의 인정 여부 △ 중앙계획기구에 의한 통제경제


이 구분은 위에 제시한 (백과사전의, 상식적인,) 민주적 사회주의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언젠가 최병천 동지가 자신을 "사회민주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최병천 동지의 "민주사회주의"의 모델은 그때에도 스웨덴이었다. 요약하자면, 최병천 동지에게 민주사회주의는 가장 멀리나간 사민주의 모델로 이해되고 있다. 이는 위에서 내가 정리한 관점과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두현 후보의 관점은 위의 관점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그가 올린 글로 이해한 바 그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현실)사회주의에 민주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어법을 따른다면 그 체제는 "민주적 성격을 지닌 공산주의" 혹은,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성두현 후보는 사회주의 체제에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강화는 '소유권 분산'을 통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소련에 존재했던 관료적 계획 역시 그대로 남게 된다. 필요한 것은 "국가의 민주화와 계획의 민주화"다.


이 논변에선 상식적인 민주적 사회주의의 특징과 모순되는 두 가지가 시사된다.


첫째, '상식적인' 민주적 사회주의는 (경향적으로) 맑스가 지적했던 상품생산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최병천은 스웨덴이 노동력의 상품화를 막지 못했지만 필수재화의 상품화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반 사회주의 체제'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성두현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맑스가 지적한 상품생산의 문제를 '해소'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생산과 유통의 의식적 통제가 상품생산을 대체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도출된다." 성두현 후보가 시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한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자에 있어 시장의 위상은 현격히 다르다.


둘째, '상식적인' 민주적 사회주의는 (경향적으로) 완전한 계획경제가 반민주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암암리에 가정한다. 그러나 '성두현'의 민주적 사회주의에서는 생산수단의 (사유화에 의한) 분산과 민주주의의 발전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그에게 문제의 핵심은 '계획경제'에 대한 '보완'이 아니라, "민주적인 계획경제 체제"를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미래'의 '계획'에 대해 그는 '창의적'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물론 하나의 용어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주대환 후보의 용어가 좀더 상식적인 입장에 기인한다면, 비록 성두현 후보가 "나도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해도, "나 혼자 민주적 사회주의 지킬 수 있다"는 주대환 후보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된다. 서로가 생각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리고 대중이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말을 누구의 의미로 받아들일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토의가 필요할 것이다.


"거짓말" 논쟁을 떠나 성두현 후보의 이론의 내재적인 측면으로 조금 들어가 보자면, 성후보의 인식이 이성적이라기보다는 의지적이며 윤리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후보는  주대환 후보가 말한 바 "오늘도 그 나라들의 좌파정당들은 자유주의자들의 공격으로부터 그 이념을 지키고 지상에 그 이념을 조금이라도 더 실현하기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들을 얽매고 있는 경제적 조건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거나, 자신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너무 자신하는 탓일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는 국제 자본의 확산과 신자유주의의 공세로 인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있다. 성후보는 사회민주주의를 평가함에 있어 이러한 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사회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여러 수사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자본주의를 개혁하려는 정치적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두현의' 민주적 사회주의가 만약 실현된다면 그것이 그러한 경제적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민주주의의 어려움은 자본주의의 발전이 더 이상 '일국적 사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일국적 사회주의'가 특별히 더 자본주의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의는 농담처럼 들린다. 성후보가 사회주의의 실현가능성을 확신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와 자치의 부재 등 무수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현실 사회주의가 반세기 이상 존재했고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식이라면 나는 조선 왕조 500년을 근거로 관료주의 엘리트국가가 현대 사회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논증할 수 있겠다.


그는 "어차피 리스크가 같다면, 사민주의보다는 사회주의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못먹어도 고!"라는 입장인 것인가? 하지만 고의 실패가 독박이라는 것이 고스톱의 상식이듯이, '일국 사회주의'가 '일국 사민주의'보다 훨씬 더 리스크가 크다는 것도 상식에 들어갈 것이다. 그의 이론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전세계 동시 혁명(혹은 '성두현의' 민주적 사회주의 정당의 선거 승리)을 주장하든지, 사회민주주의자들도 주장하는 전지구적 좌파블럭에 동참하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닐까? 최병천 동지의 글 일부를 인용한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라는 국면 속에서 ‘사회주의적 이상’의 재건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된 좌파 블럭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세계화시대에 다시 노동-국가가 연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자본의 해외철수라는 ‘자본파업’과 맞설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모색해야 한다. 그 단초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유럽각국에서 토빈세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유럽적 산별노조의 등장, 유럽연합의 ‘정치적’ 기능 강화 등등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남미에서는 브라질 PT당을 중심으로 '남미 단일 화폐'를 추진하는 것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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