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를 구부려야 되는데 막대가 없다
레선생께서 막대구부리기라고 하셨다. 레선생은 레선생으로 반박 가능하다, 레적레… 이 비판에 대해서(오늘날 우리가 하는 짓들, 옛날 사람들도 다 한 거다) 멋있는 개념을 들이댄 것이다. 레선생 말도 일리가 있는게 기득권이 합의한 정통의 담론이라는 게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담론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 쪽이 그걸 변화시키려고 하면 어느 날은 오른쪽으로 마구 구부리고 어느 날은 또 왼쪽으로 마구 구부리고 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해가는 수밖에 없다. 이게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의 문제, 반대의 정치라는 것이다. 레선생이라고 답이 있냐? 어차피 답은 몰라요… 그래서 국가와 헥멩이 내용이 그런 거요. 그러나 적어도 대략적인… 어떤 일관된 방향은 찾아 가자는 거지. 왼쪽 오른쪽 마구 구부리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정파적으로 올바른(물론 ‘우리’ 기준에서) 균형이 맞을 거라는…
근데 오늘날의 기득권들은 서로 막대를 양쪽에서 힘껏 구부리기 때문에, 막대가 이미 개박살이 나고 다 없어졌다. 이거 뭐 어떡하냐. 당분간은 막대가 있다고 치고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막대가 오른쪽으로 굽든 왼쪽으로 굽든, 다시 말해 윤석열 정권이 되든 이재명 정권이 되든 백원짜리가 앞면이 되느냐 뒷면이 되느냐의 차이일 뿐이기 때문에, 그런 정파성에 복무하지 않겠다 이거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 마찬가지니 낙향해서 자연을 벗삼아 살자 이런 게 아니고, 싸우더래도 좀 말이 되는 걸 갖고 싸울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즉, 막대가 있는 걸로 치시라고들. 그런 걸 하려고 아무한테도 환영 받지 못해도 이쪽 저쪽 다 욕하고 이러고 있는 거다.
잠도 한숨 못자고 신문 보다가 이딴 얘기나 하는 한국 사회 승질이 나서 마음 가라앉히느라 몇 자 적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