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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잡감

이단이 되어야

2025년 8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맞춰주는 것이 직업이 된 상태지만, 내가 왜 그러는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한겨레의 지선생 글에 대해 잠시 소개를 했다.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 난감했다. 문장 하나 하나를 잘 읽어야 진의가 이해되는 글일 게다. 사실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글이란 다 그렇다. 남이 쓴 글이란 대개 항상 제대로 읽지도 않고서 내용을 재단하고 떠들만한 것이 아니다. 쓴 사람은 그렇게 쓰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은 그래서는 안 된다. 제대로 읽는 것이 우선이다. 제대로 읽으면 글이 뭐가 잘못됐고 뭐를 하자는 얘긴지 다 보인다.

가령 지선생은 이렇게 썼다.

“희망 없음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테의 지옥 입구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진정한 급진 정치는 바로 이 지점, 현 체제에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책은, 저로서는 이러한 인식을 갖고 쓴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읽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렇게 읽지 않았다. 최근에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뭐 상관없다. 내가 쓴 글, 내가 하는 말을 전세계인이 잘 읽고 귀담아 듣고 기억해야 할 의무 같은 것은 어차피 없다. 다들 멋대로 생각해도 괜찮다. 하여간, 중요한 것은 희망은 없고 무엇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받아 들여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집단자살이라도 해야 할까? 글을 이렇게 읽으면 안 된다. 앞서 문장에는 “현 체제에서는 변화가 불가능”이라고 돼있다. “현 체제에서는”이라는 단서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선생은 이렇게 썼다.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원칙을 지닌 실용주의다. 인류의 생존이라는 핵심 목표에 집중하되,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허용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사용하지만, 필요하다면 국가 통제나 대중 동원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는 양가적인 것들이 한 바구니에 들어가있다., 원칙과 실용, 국가 통제와 대중 동원, 그리고 양자 모두와 대비되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가령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의 두 적은 엘리트-권위주의와 포퓰리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리는 엘리트-권위주의와 포퓰리즘 양자가 모두 대안이 아닌 것을 익히 안다. 그 사이에서 뭔가를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성과는 없는데, 그 이유는 앞에서도 봤듯 이 체제에서는 희밍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 정치를 통하여 체제를 넘기 위해서는 엘리트-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을 둘 다 멀리하는 게 아니라, 둘 중 무엇이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논리적인 귀결이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지선생은 이런 예를 들었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와 결별한 뒤 아메리카당 창당을 선언했는데, 이런 시도는 사실 좌파가 먼저 해야 했을 일이다. 버니 샌더스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같은 미국 민주당 내 좌파는 썩어 문드러진 민주당에서 나와 새 정당을 만들어야 했다.”

아하, 신당이라는 고루한 선택지인가? 그러나 이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왜 하필 머스크의 아메리카당인가? 거기에 대중적 에너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요컨대 이런 저런 입장의 차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에너지를 따라 실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선생은 다음 문단에서 그 점을 확실히 한다.

“티에스(T. S.) 엘리엇은 믿음을 위해 이단을 저질러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레닌이 전통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그렇게 했고, 오늘날에는 좌파가 뭉그적거리며 이단적 결별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역설적이지만 트럼프가 신자유주의에 대해 그렇게 했다. 이제 좌파는 선입견을 버리고 애국심이나 가족과 같은 가치조차도 적에게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글에도 나오지만, 레선생은 이론에 현실을 맞추지 않고, 현실에 이론을 맞췄다. 멘셰비키와의 분열은 적어도 이론적 차원에서는 그러한 이유로 일어났다. 러시아 혁명은 당시의 정통적 마르크스주의 해법이 아니다. 그러나 레선생은 갖가지 이론 투쟁을 벌여, 러시아 혁명이 정통적인 해법이라고 우겼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실천이 있었기 때문에 좋든 나쁘든 세계가 바뀌었다. 실제 마르크스는 괴테를 인용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오직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 레선생의 마르크스주의는 그것의 부정을 속에 품을 때에 비로소 마르크스주의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고 하였듯이…. 그것이 이단적 결별이다. 트럼프를 레선생에 비교하면 좌파로서는 기분이 나쁘겠지만, 어쨌든 트럼프네 식구들이 WTO체제 종료를 선언한 것은 그러한 순간을 잠시 연상케 하는 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애국심이나 가족과 같은 가치”가 핵심이 아니고 “이단을 저질러야 하는 순간”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신당을 무작정 창당하면 이단을 저지르는 것이 된다는 것일까? 이것은 지선생식 신당 창당 노선인 것일까? 지선생 글의 마지막 대목이다.

“이단이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진실을 외치고 있다는 사실에만 자족하는 신생 소수 정당이나, 선거 때마다 의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떨어야 하는 정당으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헤게모니를 쟁취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단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이 지선생의 글이 레선생주의적 실천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우리는 알 수 있다’고 썼지만 사실 자신은 없다. 또 딴소리들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당위는 주장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인 것도 사실이다. 가령 코빈의 ‘당신의 당’은 레선생적인 무언가가 될 수 있겠는가? 독일의 BSW은 실패한 레선생적 시도의 찌꺼기인가?

이단이 된다는 것의 어려움과 고통은 그 자체가 구심의 해체, 즉 원심력의 심화를 불러 온다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령 4월 테제 이후 상당 기간 레선생은 왕따였다. 우리는 과거 secret을 공유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뭘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된 상태에서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상대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있다. 이미 우리 자신의 중심으로부터 우리 모두는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남을 통해서만 규정할 수 있다. 이단을 자처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이다. 그러나 그러한 때야 말로, 이단을 자처하기 조차 어렵기 때문에, 이단이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레닌주의, 지젝

주식 투자를 10억씩 하는 사람들의 훈계

2025년 8월 5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도 유튜브에서 주식 얘기를 하는데(기본적으로 신문 얘기를 하는 건데 신문에 나오니 얘기를 안할 수 없다) 어떤 놈이 와서 주식투자를 하고 공부도 좀 해보고 얘기를 하라는 거였다. 그런 말이 나올 뻔 했다. 너는 왜 정치에 대해서 경험도 안 해보고 공부도 안 하면서 떠들고 다니냐?

한국일보에 수석논설위원이라는 분이 글을 썼는데, 그 내용이 심히 허술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0412570000932

첫째, 지난 1일 코스피 폭락은 주로 세제개편안 때문이 맞나? 이 글은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상당하다. 조선일보가 어제 한 발 뺀 게 그렇다. 조선일보는 세제개편안 때문이라고 쉽게 가지 않고, 법인세 인상 때문이라고 한바퀴 돌렸다. 왜?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아래는 어제 조선일보 기사의 일부.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코스피가 3.88% 하락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560억원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

외국인은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처음 열린 국내 증시에서 곧바로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율 인상, 주식 양도세 대상 대주주 확대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영향도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외국인의 순매도세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와 달리 별도의 대주주 기준이 적용되고 장기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내는 증권거래세 인상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외국인은 국내 투자자와 달리 종목당 지분율 25% 이상인 경우에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세를 낸다.

이에 오히려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장기적인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순이익 감소가 외국인 매도 판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는 등 법인세 전 구간(9~24%)에서 내년부터 세율을 1%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연간 4조6000억원을 더 걷을 계획이다. 그만큼 기업 이익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한편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점이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08/04/X73OWME5CFFXXEWNVECBTLEJIY/

오늘 글로벌 IB들의 보고서 보도도 나왔지만 여론 자체와 분리할 수 없다(현지시간 1일 나온 보고서다).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 주가 하락이 이미 일어났다는 거다. 그리고 보고서 내용도 개별 제도 하나 하나의 피해를 논하기 보다는 (가령 씨티그룹은 세제 개편 자체는 장기적으로 영향 미치는 변수가 아니라고 함) 방향 즉 신호가 문제라는 것으로 추정(언론 보도를 볼 때).

그 다음. 50억을 10억으로 낮추면 세금 회피성 매도가 쏟아지는가? 정부는 아니라고 한다. 정부가 아니라고 하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 근거들은 반복적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수석 논설위원쯤 되는 사람이 이 주장을 고수하고 싶으면, 그 근거에 대한 반론을 말해야 한다. 그건 없고 그냥 무작정 ‘회피성 매도가 쏟아진다’ 라고만 하니까 인정할 수 없다는 거다.

그 다음.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4억원인데 10억원 보유가 대주주란 건 상식에 안 맞는다는 대목. 여기서 서울 아파트가 왜 나오나? ‘대주주’하고 아파트가 뭔 상관인가? 차라리 액수가 아니고 지분률로 바꾸자고 하든가. 그리고 아무리 부동산으로 갈 돈 증시로 갖고 와야 된다 라고 하더라도, 아파트랑 같나? 아파트는 자기가 실거주 하고 깔고 앉아 있을 수 있으니까 영끌에 대한 허들이 낮아 영끌이라도 나오는 건데, 주식은 그럴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여유자금인데. 10억 또는 곧 10억 될까 걱정인 돈 정도는 굴리는 분들의 마음이라는 게 여기서 드러나는 것 아닌가?

그 다음.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기대에 못 미쳤다, 그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기관 등이 판단할 때, 어쨌든 없던 주주친화적 제도가 새로 도입된 건데, 그러면 이전보다는 나은 거 아닌가? 이 글의 야마는 그게 기대에 못 미친 것도 폭락의 원인이 됐다는 건데, 100만큼 오를 게 50만큼 밖에 못 올랐다는 얘긴 될 수 있어도 폭락의 원인이 되나? 그리고 정치적 간섭과 관치 어쩌고 하는데, 애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체가 정치의 산물이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 다음. 미국과 일본에는 증권거래세가 아예 없다는 대목. 대신 뭐가 있다? 연합뉴스의 그림 첨부해준다.

표가 첨부되어 있는 기사 내용 일부를 발췌한다.

8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주식의 양도차익(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본 이득을 일반 소득과 합산해 10∼37%의 세율로 종합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1년 이하의 단기간 보유한 자본자산에서 발생한 자본 이득에 한한다.

1년을 초과해 보유한 경우에는 연간 소득에 따라 0%, 15%, 20%의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해 분리 과세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 손실의 무제한 이월 공제를 통해 자산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있다. 비과세 한도는 연간 3천달러다.

일본도 현재 자본 이득에 과세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달리 주식의 양도차익은 분류 과세한다. 세율은 20.315%이고 이월 공제 기간은 3년이다.

(…)

이밖에 영국(세율 10%, 20%)과 독일(26.375%)도 주식의 자본 이득에 세금을 부과해 금투세 도입 국가로 분류된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913087900008

그래서 금투세를 도입하라고 했잖아… 금투세 도입하면 절~~대 안된다고 했던 분들 다 누구임? 금투세를 폐지했으니까 거래세를 원상복구 할 수밖에 없는 건데 이 난리야. 심지어 금투세 폐지할 때 거래세를 더 내도 좋으니 금투세만 폐지해달라고 했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라는 분의 2024년도 아래 발언.

☏ 진행자 > 그렇죠. 그게 소망이겠죠.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알겠습니다. 결국은 핵심적인 관심사는 금투세인데 지금 대표님도 계속 금투세를 언급을 하셨는데 한번 포괄적으로 이런 질문부터 먼저 드려볼게요. 금투세가 시행이 된다면 우리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전망하시는 겁니까?

☏ 정의정 >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엊그제 경험했던 블랙 먼데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대만이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불과 보름 만에 지수가 36%나 폭락하고 폭동까지 일어났는데요.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식시장 체급은 이를테면 플라이급인데요. 금투세 헤비급 선수와 맞붙게 한다면 초죽음 상태가 될 게 뻔합니다. 우리 주식시장은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후진국 시장에 가깝습니다. 현 시점에 금투세 도입은 초등학생한테 대학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것과 진배없는 완벽한 시기상조입니다. 그래서 일단 폐지 후 제도 환경 법과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뒤에 다시 논의를 해야 됩니다.

☏ 진행자 > 지금 보완을 해야 되는 게 어떤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되는 게 어떤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 정의정 >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기업 가치 대비 주가가 매우 낙후되어 있고 기업 지배구조 문제도 심각하게 문제가 많고 기타 여러 가지 불합리 불공정 공매도 문제 등등해서 개인투자자 약탈 시장이 바로 우리 주식시장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런 여러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법을 찾고 그것을 개선한 다음에 우리나라 증시가 체력이 강해진 다음에 금투세를 도입해야 됩니다.

☏ 진행자 > 여기서 나오는 몇 가지 반론에 대한 질문드려볼게요. 주식 등을 팔면서 생기는 이득에 대한 과세 너무 당연한 거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어떤 말씀 주시겠습니까?

☏ 정의정 > 소득 있는 곳에 세금, 맞는 말이지만 모든 국민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면 저소득계층의 생활에 지장이 있는 등 이유로 해서 비과세도 많은데요. 근로소득자 약 3분의 1은 소득이 있어도 비과세입니다. 얼마 전 임광현 의원이 알바생도 세금을 내니까 금투세를 과세해야 한다 라는 논리를 제시했는데요. 8, 90%가 손해를 보는 주식투자자와 비교 대상이 아닐뿐더러 알바 세금은 대부분 환급을 받는다는 점을 간과한 매우 비논리적인 비교이며 그렇게 따지면 비과세 근로소득자에게도 과세하자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동의하십니까?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당 지지자 분들 오해가 있으신데요. 개인투자자 다수 생각은 세금을 내기 싫다가 아닌 공정과세와 조세형평에 맞는 거래세를 내자는 겁니다. 세수가 부족하면 금투세 대신 거래세를 현행 대비 좀 더 올리자는 의견도 많고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얘기입니다. 개인투자자는 연간 8조 원 내외, 거래세의 75%를 내는 일종의 애국자입니다.

☏ 진행자 > 세금 명목은 다르지만 내긴 내고 있다. 거래세로, 이런 말씀이신 거잖아요.

☏ 정의정 > 네. 세금이 부족하면 오히려 조금 더 낼 수도 있다.

☏ 진행자 > 그 다음에 또 하나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전체 투자자 가운데 금투세 대상은 상위 1%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주장도 있던데요.

☏ 정의정 > 금투세 시행은 1%가 아니라 100%가 피해를 보는 구도입니다. 상위 큰 손 1%가 빠져나가면 작은 손 99%는 하락 쓰나미를 피할 수 없고 100만 원을 투자한 분들도 손실을 보게 됩니다. 강남부동산이 폭락하면 지방부동산도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최근 진성준 의원께서 방송에서 세계 대부분 국가가 금투세를 시행한다고 했는데요. 다음 세 가지에 대한 답변을 요청합니다. 첫째 200개 국가 중 90% 이상이 도입했나요? 몇 개국인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주식시장 중 어느 나라가 현재 금투세를 시행 중인가요. 셋째, 21대 신동근 의원께서 금투세로 주가가 폭락하면 민주당이 책임진다고 국회에서 공언하셨는데요. 진성준 의원도 당연히 그 약속을 이어받으실 건지요. 금투세의 결정적 문제점은 개인투자자만 부담하는 독박과세라는 점입니다. 부자인 외국인과 기관은 기존에 내던 거래세 인하로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봅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전체 사모펀드 중 부동산과 채권 등 600조 원에 이르는 사모펀드 초부자 가입자 세금이 최고 기존 49.5%에서 27.5%로 무려 22%나 감세가 되어 금투세의 시행이야말로 진정한 부자 감세가 되는 겁니다. 국민들이 죽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감세를 노린 사모펀드 가입자 로비 때문이라는 소문마저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아닌지 맞는지 반드시 국민에게 답을 해야 합니다.

https://imbbs.imbc.com/view.mbc?list_id=7244720&pre_list_id=7244819&next_list_id=7203415&page=1&bid=focus03&sk=title-content&sv=%C1%A4%C0%C7%C1%A4

그래도 이 분은 나름대로 일관성은 가져가려고 하는 건지 어제 나와서는 마찬가지로 거래세 인상은 반대 안 한다고 하더라.

☏ 진행자 > 그래요. 혹시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상향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정의정 > 그것은 세수가 부족하면 당연히 거래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인정을 합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단타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 빼놓고는 대다수 투자자들은 인상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세수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어야죠, 주식시장에서.

☏ 진행자 > 그럼 이거 같은 경우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이시네요.

☏ 정의정 > 네, 그 폭이 너무 크지 않다면요.

https://imbbs.imbc.com/view.mbc?list_id=7276913&pre_list_id=-1&next_list_id=7266259&page=1&bid=focus03&sk=title-content&sv=%C1%A4%C0%C7%C1%A4

대주주에게 양도소득세 부과하는 것도 결국 금융소득에다가 세금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된 건데, 결국 금투세를 도입하면 다 해결되는 것임. 근데 금투세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게 이런 분들이고, 이런 분들이 100%는 아니어도 거~ 의 맞다고 하는 게 요즘 정치권과 언론에 퍼져있는 주식-포퓰리스트들의 분위기. 거기다가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면 주식 안 하면 말 꺼내지 말라 그러고… 너넨 다 사장이냐? 법인세는 내보고 법인세 염병하냐? 산재는 당해보고 중대재해법 어쩌고 하냐? 시벌넘들이… 너네 종합소득세 세금폭탄은 맞아보고 지금 세금 내기 싫단 소리 하냐?

하여간, 결국 인터넷의 주식쟁이들 말 모아보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이런 형태여야 돼. 금투세건 양도소득세건 금융소득에 세금 절대 안되고(매긴다 해도 어떤 수를 써서든 회피할 것), 거래세 거의 없어야 하고, 공매도 사실상 없어야 되고, 하지만 외국인한테는 세금 걷어야 되고(역차별?)… 등등…

어디선가 맡아 본… 익숙한… 어떤 멘탈리티가 보이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주식, 주식-포퓰리즘

행복한 사람, 오지 오스본

2025년 7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매일 새벽 일어나면 뉴욕타임스 뉴스레터를 봐야 한다. 유튜브 방송을 위해서다. 오지 오스본 사망 소식은 이를 통하여 알았다. 뉴욕타임스 뉴스레터는 이틀째 이 소식을 전하고 있다. 비통하였다.

대학에 갔을 때 스쿨밴드에 건반으로 지원하려고 했다.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미스터 크라우리의 아웃트로 솔로 파트를 건반으로 쳤다. 밴드 선배들은 그런 거 칠 거면 그냥 기타를 치라고 했다. 그래서 만져본 적도 없는 기타 연주자가 되어야 했다. 추모의 의미로 기타 연주를 해보려 했으나 칠 수 있는 곡이 없었다. 언젠가는 칠 수 있겠지 했던 곡을 아직도 못 치는데 오지 오스본은 죽어버리다니… 나도 늙은 것 같고,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영원한 기타키드이다. 우리 기타 초보들에게 있어서 오지 오스본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는 랜디 로즈, 제이크 E 리, 로버트 트루히요와 함께 일했고 잭 와일드를 발굴했다. 그가 작곡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가 부른 곡 대부분은 멜로디 중심이다. 멜로디에 탁월한 감이 있다. 영포티가 보기에 위대한 밴드의 조건은 역시 멜로디다. 블랙 새버스에서 사실상 쫓겨난 오지 오스본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랜디 로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지 오스본이 랜디 로즈와 잘 맞았던 것은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감과 랜디 로즈의 클래시컬에서 오는 서정성의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공업도시 버밍엄 출신이다. 이런 도시가 늘 그렇듯 버밍엄에는 낙관과 불안, 번영과 모순, 욕망과 체념이 공존했다. 오지 오스본은 희망보다는 비관 쪽에 가까운 계급적 입장이었다. 공장을 다니다 손가락 두 마디를 잃고도 기타에 전념하는 동네 친구 토니 아이오미와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오늘날엔 꽤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할만한 일인지 모른다. 블랙 새버스라는 이름의 이 밴드는 예상을 깨고 성공을 거두었으나 술과 마약에 더해 음악적 고집과 자존심, 오기 등의 문제로 오지 오스본은 밴드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 쫓겨난 뒤에 오지 오스본은 상업적으로 더 크게 성공했고 우리가 익히 아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엔 사실 확인조차 안 돼 더 충격적으로 회자되었던 수많은 기행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그러나 약 20년 정도 오지 오스본과 버밍엄 시절의 친구들은 냉랭한 상태로 지냈다. 1990년대 후반에 각자의 사정과 미디어의 필요에 의해 블랙 새버스 재결합 이슈가 나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복원되는 듯 했다. 관심도 꽤 모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어른의 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 풀리지 않는 복잡한 문제라는 것들이 있었다. 오지는 오지대로의 활동을 진행하고 토니 아이오미 등은 오지가 떠난 시절을 잠시 채웠던 로니 제임스 디오와 헤븐 앤 헬 활동을 하면서, 좀 흐지부지된 느낌이 있다. 더군다나 해결되지 않은 빌 워드의 계약 문제도 있었다. 이 문제는 2017년 마지막 공연 때까지도 정리되지 못했다.

이들 사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병이었다. 오지 오스본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토니 아이오미는 그 훨씬 이전인 2012년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빌 워드는 심장 문제가 있다. 특히 오지 오스본의 상태가 문제였다. 그는 2020년에 진단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젠 걸을 수조차 없었다.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버밍엄의 친구들은 오지 오스본의 마지막 음악 활동을 블랙 새버스의 보컬리스트로 마치게 해주는 것에 합의했다. 다른 복잡한 계산이나 자존심, 고집은 이제 필요없었다.

2025년 7월 5일,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열린 백 투더 비기닝이라는 이름의 공연은, 걸을 수 없게 된 오지 오스본이 ‘어둠의 왕자’에 어울릴 법한 거대한 왕좌에 앉은 채, 오지 오스본 공연 오프닝에 곧잘 나오는 오 포르투나의 배경음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첫 5곡은 오지 오스본 시절의 곡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가 함께 했다. 잭 와일드는 킬트를 입고 ‘오디오 워해머’란 이름을 붙인 기타를 들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5곡을 연주했다. 오지 오스본의 노래는 힘겨웠지만, 상관 없었다. 크레이지 트레인이 끝나고, 블랙 새버스 원년 멤버들이 모두 올라왔다. 4곡을 했다. 기저 버틀러는 대단했다. 이때쯤 오지는 노래를 거의 부를 수 없는 지경인 것 같았다. 음정을 맞출 수 없었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었다. 마지막은 패러노이드였다. 그는 심지어 그 와중에 일어나 뛰어다니고 싶어했다. 버밍엄 친구들과의 갈등은 그렇게 완전히 해소되었다.

그 17일 후에 오지 오스본은, 그가 바랬던 대로 블랙 새버스의 보컬리스트로서, 고향 버밍엄에서 세상을 떠났다. 생각해보면 7월 5일의 공연은, 굳이 삶을 싸움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나름대로 마지막까지 벌이는 싸움이기도 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자기 자리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다음은 뉴욕타임스가 꼽은 오지 오스본의 12개 대표곡이다. 제목을 누르면 유튜브 링크로 연결된다. 나는 음악적 특징이나 성취와 관계없이, 어디까지나 오늘의 분위기상 Changes와 Close My Eyes Forever를 추천한다.

Black Sabbath, ‘Black Sabbath’ (1970)

Black Sabbath, ‘War Pigs’ (1970)

Black Sabbath, ‘Iron Man’ (1970)

Black Sabbath, ‘Paranoid’ (1970)

Black Sabbath, ‘Changes’ (1972)

‘Crazy Train’ (1980)

‘Suicide Solution’ (1980)

‘Shot in the Dark’ (1986)

‘Close My Eyes Forever,’ with Lita Ford (1988)

‘Mama, I’m Coming Home’ (1991)

‘Ordinary Man’ (2020)

‘Patient Number 9’ (2022)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블랙 새버스, 오지 오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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