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동자가 되고 싶었다
어제는 모처럼 100년만에 호프집이라는 데에를 갔다. 나는 가짜맥주를 한 잔 마셨고 상대는 혼자 소주를 두 병을 마셨는데, 왜 운동권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인터넷에서 논쟁한 얘기를 하다 건설노조 얘기가 또 나왔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나고 보면 그 때의 기억은 운동권으로서의 원체험 같은 것이다. 인터넷 논쟁이라는 것은 언제든 그만두면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덤프에서의 경험 이후로는 뭔가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 기억이 언젠가 여기다 썼지만 저임금 받으면서 지부에서 일하는 여성 상근자들에 대한 거다. 언젠가 어디서 이 얘기를 하는데, 어떤 분이 화물에서도 비슷했다고 하시더라. 사실 덤프에 있으면서 화물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때 화물에 있었던 사람들 이름도 기억한다. 지금와서 보면 왜 저기서 저러고 있나 싶은 분도 있고, 지금은 어디서 뭐하나 궁금한 분도 있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아니었을 거라고 얘기했다. 물론 아예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좀 얘기가 다를 수 있다. 부자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유튜브로 대성했을수도? 롤모델은 옥동자로 유명한 정종철씨다. 어느날 유튜브를 보는데, 정종철씨가 컴퓨터를 얘기하고 있는 거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계속 지켜보는데 그래픽카드의 팬을 다 떼고 수냉쿨링을 하겠다는 게 아닌가? 그것을 위한 키트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해서 부착하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실제 집도에 들어가니, 그래픽카드에 붙어있는 커패시터의 크기가 문제가 되었다. 그것들이 너무 커서 수냉쿨링을 위한 가이드가 붙지 않았다. 그러면 이쯤에서 실패로 끝나야 하는데, 옥동자는 바로 이걸 포천 컴퓨터 허준에게 들고 가서 커패시터를 높이가 낮은 걸로 교체해버리고, 아크릴집에 가서 가이드를 일부 개조한 후에 장착을 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래픽카드 수냉 개조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근데 이렇게 한다는 것은 덕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다른 영상을 보니 온통 뚜껑을 따고 벤치를 돌리고 이런 것만 있다. 난리가 났다.
다른 평가를 보면 매우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던데, 사진 요리 낚시 등등… 만약에 나도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면 저렇게 살았겠다 싶더라. 어제 대화 중에 중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는데, 술에도 중독이 된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한 방에 끊게 되더라… 게임도 중독인 거 같지만 안 하면 또 안 할 수 있다… 근데 그걸 뒤집어 말하면 뭐든 몰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컴퓨터 업그레이드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수입 급감으로 접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괜히 수냉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진다. 큰 필요는 없지만… 아직 하루의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이만 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