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세계에 살다 보니 부쩍 그런 느낌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원래 그런 사람들이 많은 건지, 아니면 많아진 건지, 그동안 그냥 내가 무시하고 살아왔던 건지 모르겠다. 그건 오로지 자기가 올바로 살고 식견이 있고 고민이 깊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서만 남의 처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건설노조에 있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때가 많았다. 협상이나 교섭을 위해서야 ‘우리가 이렇게 힘들다’라고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일상에서 마치 ‘힘들게 사는 사람’의 전형처럼 건설노동자가 다뤄지는 것은 좋은 일인가? 물론 그럴만한 맥락이면 괜찮다. 기획기사를 쓴다든지…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인 인식과 대화의 과정에서 말이다. 어떤 녀석이 “땡볕에서 땀 흘리는 건설노동자도 있는데, 이 정도로 불평하면 안 되겠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좋은 일이냐는 거다.
하물며 비난을 하는 맥락에 동원한다면 어떨까? 오늘은 ‘유튜브 방송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분이 ’30도 넘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에 비하면 에어컨 바람 쐬면서 입 터는 것 정도는 꿀 빠는 일 아니냐’라고 하는 거였다. 내가 말한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건 기계의 조작 등 신경쓸 게 많아 정신이 없어 속보를 놓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혼자서 방송과 내용 준비, 조작을 다 하다 보니 시청자가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는 거였다. 여기다가 ‘꿀 빠는 일’이라고 하는 것은 맥락이 맞지 않는 것으로, 즉 이 말 하신 분은 남의 말을 못 알아 듣는 사람이다. 근데 이런 분이 많다. 그냥 자기 혼자 생각한 바를 화면에 나오는 사람에 적용을 해가지고 멋대로 생각하고 멋대로 결론내고 하는 분들이 천지다.
그냥 못 알아 먹고 마는 거면 크게 상관이 없는데, 거기서 30도 넘는 바깥 운운 하니까 성질이 나는 거다. 이게 처음 보는 지랄이 아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입으로만 싸우고 어쩌고 하는 것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두 가지 맥락. 첫째로 건설노동자와 같이 ’30도 넘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신성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둘째로 이러한 태도를 남을 도착적으로 깎아내리는데 동원함으로서… 결과적으로 노동에 대한 혐오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태도의 결과가 진보(학출 노출의 대립이나 학출의 기만적 자기연민)나 보수(계급연대 해체)를 가리지 않고 각자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연상하게 되어, 입 털어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도 전-직업적 운동권으로서도 현재진행형의 정신적 운동권으로서도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것 다 떠나서.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노동이 힘들어서 신성한 게 아니다. 노동자가 자신이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실현하며 동시에 스스로를 조직하는 수단이기에 노동은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건설노동자에게는 뉴스 해설이 필요 없겠느냐’라고 했다.
아무튼 꿀 빤다느니, 이런 현실 인식에도 작용하는 구조라는 게 있어 보이는데… 그런 건 나중에 또 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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