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민 대전

BANG!

나는 뱅씨나 민씨는 물론 아이돌, 이른바 엔터업계 등 모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오로지 뉴스에 관심있다. 신문에 이 얘기가 다 있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뉴스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하는 얘기지 아이돌-엔터테인먼트 소비자 입장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뭘 모르는 사람이 하는 얘기를 견디지 못하는 분들은 지금 빨리 뒤로 가기를 누르시기 바란다. 그런 게 아니라 누가 개소리를 해도 그냥 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실 수 있으시면 계속 보셔도 된다.

일단 문제의 본질은 민씨가 주장하는대로 유치한 수준의 문제가 맞는 거 같다. 민씨 기획의 아이돌이 뜨는 상황이 뱅씨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던 거 같고, 뱅씨가 생각한 나름의 전략(이런 거를 전략이라고 해야 되나?)과 충돌하는 대목이 있었던 거 같고, 근데 민씨는 통제가 안 되는 캐릭터인 거 같고,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정리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생각…

소위 엔터업계라는 데는 이렇게 허술하고 유치하게 돌아가는 거냐,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까놓고 말해 재벌들 하는 거 보면 원래 다들 그렇지 뭐… 그 뱅씨 측에서 내놓은 무속경영 그것도, 사실 재벌들이 하는 거잖냐. 여기서 또 꺼내보는, 이 사건과는 관계없지만 흥미롭게 다시 보는 최태원 회장님의 무속 측근 이야기…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26/2013092601494.html

아무튼… 또, 해외에서도 ‘움직이는 기업’이라고들 하는 팝스타들이 하는 거 보면 이런 비슷한 일도 있고 하잖나. 그러면? 눈 떠보니 선진국? K팝 K팝 하더니 어느새 선진국이 되었구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지금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고, 법적 쟁점으로 들어가면 더 웃기면서도 치열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 일단 뱅씨는 민씨에 대해 배임의 혐의를 걸고 있는 건데, 업무상 배임 이거는 늘 얘기 나올때마다 말씀드리잖아. 걸면 걸리는 거라고. 배임행위라는 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진지가 늘 애매함.

문제는 민씨가 계열사(멀티레이블 체제?)의 대표격 지위라는 것임. 이 지위는 그냥 불평을 하는 걸로 끝나는 지위가 아니라 실제 독립(그러니까 경영권 탈취)을 시도할 수 있는 위치임. 이건 실제로 실현가능성이 있느냐와는 본질적으로는 별개일 것이다. 그런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도 배임 행위에 착수한 거라는 주장이 가능해질 것(여기서도 당연히 착수와 기수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뱅씨 측은 그 증거로 풋옵션을 행사하고 빈껍데기로 만들고 어쩌고 하는 계획이 적힌 카톡을 제시하는 것.

또 걸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늘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게 고의인데, 보통은 배임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회사 경영을 위한 최선을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오류인 건지, 아니면 일부러 회사에 손해를 끼치기 위해 일어난 일인지를 가리는 게 쟁점이다. 근데 앞서 카톡의 경우도 민씨가 ‘대박’이라고 답을 했으니까 고의가 인정된다는 게 뱅씨의 주장일 거고, 같은 맥락에서 ‘하이브의 죄’라든가 ‘프로젝트 1945’라든가 하는 문건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뱅씨는 계속 민씨에게 ‘정보자산’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데, ‘정보자산’이란 핸드폰이라든가 노트북이라든가 뭐 이런 것일테니 뒤지면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 나온다고 보는 거겠지.

그럼 여기서 민씨는 뭘 방어해야 하냐면, 1) 배임행위에 착수한 바 없고 2) 따라서 고의도 없다… 이렇게 가야 되는 것. 그게 어제 한 기자회견의 핵심 요지임. 그래서 1) 카톡 그거는 그냥 사담과 불평이다 2) 나는 아이돌 키우는 거 외엔 관심없다… 이 얘기하는 것. 인터넷 보니까 민씨가 그렇게 주도면밀한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쓰는 분도 있던데, 주도면밀하지 않아도 저 입장 되면 꼭 무슨 전략에 입각해 단어 하나 하나를 고르지 않더라도 다 자기 방식으로 하게 돼 있는 것. 이건희 아들 딸들은 뭐 주도면밀해서 이렇게 사나요? 한진그룹 일가는 어릴 때부터 황태자 수업 받아서 그런답디까… 사람이 다 똑같지. 아무튼 결론은 검사님들 판사님들께 맡겨보기로 하고.

나머지 뱅씨 욕하면서 소위 엔터업계의 여러 부조리 얘기한 거는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인데, 인터넷 반응들 보니까 성공한 거 같다. 제 입장에서는 팬덤적 반응에 더해 뱅씨-민씨 관계를 사장-직원 관계로 해석해 직원에 감정이입하는 방식이 시너지를 내는 거 같다. 역시 팬덤의 나라랄까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