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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이재명

말귀를 일부러 못 알아 먹는 사람들

2024년 12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떠들면서 살다 보면 다른 층위에 있는 걸 같은 거라고 하면서 이쪽이나 저쪽이나 마찬가지라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가령 윤석열이 수사도 거부하고 탄핵 심판도 거부하고 지금 그래도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놈이 이래도 되느냐 라고 하는데, 이재명도 재판 지연시키지 않느냐! 이러는 사람들이다.

잘 들어봐. 생각을 좀 하고 살으란 말야. “윤석열은 절차를 거부하지 마라!”라고 했는데, “이재명도 거부하잖아!”라고 답한다는 건 뭐냐? “이재명이 거부하니까 윤석열도 거부해도 된다”라는 얘기잖아. 이재명의 재판 지연은 별개의 비판을 해야 할 문제인데, 왜 그걸 윤석열의 침대 축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갖다 쓰냐? 그리고 이게 이거랑 같냐? 이재명의 재판 지연은 ‘이재명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의 근거가 되는 문제고, 윤석열의 침대 축구는 ‘국가를 조속히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잖아. 그런데도 눈만 뜨면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 과연 이게 몰라서 하는 말이겠나? 이거는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거지. ‘우리 편’은 이재명 반대로 결집해라 이거 아닌가?

오늘도 일부 보수신문 보니까 민주당 왜 이렇게 서두를까요 헌법재판관 임명 왜 압박할까요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 이 지랄하던데, 이 미친놈들아 국회가 선출 절차를 완료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 안 하는 게 지금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니깐? 헌법재판소가 정상인 상태로 탄핵심판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데 이재명이 왜 결론 빨리 안 내려요 조기대선 빨리 하고 싶어요 저 2심 나오기 전에 해야 된단 말예요 잉잉 이러면 사법리스크 때문에 그러신가? 라고 할 수 있겠지. 근데 지금 그게 아니잖아. 여기서 사법리스크가 왜 나와. 이런 한심한 것들이 무슨 신문이랍시고…

어제 내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왜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을 임명 안 하는 게 큰 문제인지를 썼더니 어떤 분이 이렇게 코멘트를 했더라고. “몇달전에도 헌법재판관 추천하라고ㅜ하지.” 제가 다시 말씀드리는데, 생각을 좀 하시라고요. 생각을…! 평론가한테 국회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을 빨리 추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당파적 이익에 관계없이 빨리 추천해야 하고 여야 합의해야 합니다 블라블라 이렇게 답을 하지 이 양반아.

그리고, 국회의 추천 과정에서 늘어지는 거랑 이미 국회가 선출안 의결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고 누워있는 거랑은 다르다고 어제 내가 쓴 거 아니요. 글을 좀 잘 보시라고. ‘갭이 없다’고 썼잖아. 앞의 문제(민주당이 6인 체제의 단초를 제공했다는)가 정치적 평가 즉 정치평론의 문제라면, 뒤의 것(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을 마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 아니냐. 임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니까? 써놓은 걸 좀 잘 읽으시라고.

오늘 신문 중에 동아일보, 한국일보의 사설 및 칼럼 등의 반응 전해드림. 정치적으로도 정당화가 되겠는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스스로 탄핵을 선택한 것이다. 또 권한대행의 대행이라는 전대미문의 혼란도 자기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40년 공직생활 동안 변혁보다는 안정적 관리를 중시했고, 제3자건 역사건 누군가의 평가를 늘 신경 쓰면서 산 인물답지 않다.

(…)

헌재 재판관 임명은 폭탄 돌리기 놀이처럼 작동할 일이 아니다. 그저 내 앞에서 터지거나, 다음으로 넘긴 뒤 터지길 바랄 일이 아니란 뜻이다. 40년 동안 장관, 청와대 수석, 대사, 부총리, 총리까지 안 해 본 게 없는 한덕수 대행이야말로 이런 고난도 문제를 풀 책무가 있다. 자기 손으로 재판관 3명을 임명했어야 했다.

(…)

한 대행은 폭탄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빠져나온 것에 가깝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처럼 다음 순번 대행들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지는 의문이다. 최 부총리는 어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탄핵 재고”를 요청했고, 이주호 부총리는 입장문 발표 때 곁에 서 있었다. 1주일에 1명씩 국무위원 탄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는 민주당도 민주당이지만, 총리와 부총리가 이렇게 무책임해서 되겠나. 한 대행은 정치적 합의 필요성과 황교안 권한대행 관례를 거론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는 시간을 끌어달라는 국민의힘 요청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런저런 이유로 재판을 지연시켜 가며 승승장구했고, 조국 전 대표도 총선 2개월 전 내려진 2심 실형 선고 때 구속을 미뤄준 덕분에 국회의원이 됐다. 이러니 탄핵심리를 몇 개월이라도 지연시키는 게 대단한 불의가 아니라는 국민의힘 논리에 한 대행이 수긍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에 본회의장 질의응답을 통해 민주당 의원 수십 명과 얼굴을 붉히며 숱하게 싸웠던 한 대행의 개인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민주당 주장대로 대통령 욕심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

옛사람들은 사람의 말보다는 그의 발길을 보라고 했다. 한 대행은 평생 국리민복을 다짐했겠지만, 그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났다. 우리 편 목소리와 해야 할 책무 사이에 낀 상태에서 책임 회피를 선택했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공직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렸던 그였지만, 인생을 건 ‘결단’을 강요받는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화려한 공직 경력이 폭탄을 다음 국무위원에게 넘긴 마지막 한 컷 때문에 빛바래게 됐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27/130741647/2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비상계엄 선포 후유증을 수습하고 안정을 되찾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은 탄핵 심판의 첫 관문인 헌재 재판관 구성에 막혀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된 데 깊은 좌절감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현직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이라면 공석인 국회 추천 몫 3인을 서둘러 임명해 헌법재판관 9명 체제로 결론 내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여당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되는 시나리오를 상정한 듯 6명 체제 유지를 주장했고, 한 대행은 비현실적인 ‘여야 합의 우선’을 내세워 결과적으로 여당 편에 섰다. 헌재는 6인 체제로 탄핵 결정을 할지 아직 미정인데 내년 4월이 되면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 2명의 임기도 끝난다. 최 대행 체제에서도 재판관 임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탄핵 심리도 길어질 경우 ‘4인 체제’가 돼 탄핵 선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 대행의 ‘임명 거부’라는 무책임한 결정이 국정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초래한 셈이다.

(…)

내년 1월 1일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도 곧 닥친다. 한 권한대행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은 최 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하고, 야당은 즉각 공포하라고 압박하면서 쌍특검법을 둘러싼 대치도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시간 끌기를 하고 있고, 한 대행은 최 대행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최 대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3중 딜레마에 빠졌다. 혼란을 수습해야 할 책임자들이 버티고, 떠넘기고,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내란을 파국적 국난으로 키워가고 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227/130741662/2

 

어제 직무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초유의 ‘대행의 대행’을 맡은 부담은 이해할 수 있으나, 엄중한 시국에 대한 책임을 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가 의결한 헌법재판관 임명마저 거부한 한 총리 전철을 따를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만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 총리도 권한대행 시절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를 자제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엔 거부권을 적극 행사해 놓고 헌법재판소 9인 체제 복원을 위한 형식적 임명권을 보류하면서 탄핵을 자초했다. 헌재와 대법원, 헌법학자 다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인정하고 있다. 불법 계엄이 초래한 탄핵 정국을 수습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재 정상화는 당연한 책무다.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다면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의식한 관료 출신 공직자의 전형적 책임 회피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2711020005497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윤석열, 이재명, 최상목, 한덕수,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

장기 87년 체제

2024년 12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보니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들 이재명 얘기만 한다. 국힘은 이재명 재판 빨리 하라는 결의문을 냈고, 한동훈은 이재명 재판 타이머 발언을 했고, 평론가니 지식인이니 하는 분들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다 된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민주당이 잘한 게 아니다 등등…

이재명 대통령 따놓은 당상 아니다, 국민들이 더블민주당이 잘한다고 생각해서 지금 이런 국면이 된 게 아니다, 윤석열이 나쁘다고 이재명이 성인군자 되는 게 아니다 등등… 당연한 얘기인 동시에 하나마나한 얘기다. 가령 윤석열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자의 탈을 쓰고 대통령이 되었는가?

나는 사실 이제와서 한 번 묻고 싶다. 그때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가 지금은 한동훈 돕느라 윤석열을 미워하게 된 중궈니횽이나 해괴사님 같은 분들… 뭐 일말의 쪽팔림 같은 거는 혹시 안 느끼시는지? 일종의 단계론 도식을 만들어 자유주의의 복원 항목에 윤석열을 밀어 넣은 윤교수님 같은 분들, 채상병 국면 때도 입장 그대로였는데, 아직도 그런 주장 하시는지? 다른 것도 아닌 계엄인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문제를 반대하는 것에 포커싱이 맞춰지기 때문에 ‘이 놈도 문제가 없지 않아요’ 이런 건 그냥 옵셔널한 문제가 된다는 것. 그게 오늘날 우리가 속해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특정 형태라는 것. 나는 이걸 넓혀서 봐서 좀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이 좁혀서 본다면 장기 87년 체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87년 체제는 반공-독재 대 민주 구도 하에서 서로 빨갱이,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지지층 최대 동원 하는 게 원리인 체제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독재 대 민주 구도에서 민주 쪽이 우위에 서게 되어있다. 지난 대선은 반공-독재 출신들이 민주를 강탈해간 구도였다. 문정권과 더블민주당을 빨갱이-전체주의로 몰고 자신들을 친미-자유주의-민주주의로 규정하는데 성공하면서다. 뒤집힌 1987 구도랄까? 그런데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와 함께 독재가 회귀했다. 지금 이 상황이다.

자칭 진보들에게 87체제는 질곡이다. 독재 대 민주가 아닌 다른 구도를 추구하자는 게 진보들의 주장인데, 독재와 민주가 서로를 반대하는 걸 현실 정치 전체의 우선순위에 놓기 때문이다. 그래도 87체제는 황혼기라는 생각들이 있었다. 독재 대 민주 구도를 부정할만한 재료는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만행 덕에 독재가 실체로서 눈 앞에 나타나는 일이 발생했다. 눈 앞에서들 봤으니, 이 경험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순간적으로 장기 87년 체제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떤 것의 생명 유지가 장기화되고 있다면, 그건 그게 그 자신에 대한 부정을 그 자신 안에 내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가령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그 자신에 대한 파괴를 애초에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할 운명이면서 동시에 유지되는 것이다.

87체제도 마찬가지다. 87체제에 대한 반대 자체가 87체제에 내포돼있다. “윤석열이 나쁘다고 해서 이재명이 면죄부 얻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불법계엄을 정당화 해주지는 않습니다!” … 87체제라는 양당제적 환경에서 이러한 언명들이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실천적 결론은 뭔가? 그건 결국 어떤 경로로든 87체제를 다시 강화하는 걸로 귀결되는 게 아닌가? 윤석열 또는 한동훈이 싫어서 이재명 혹은 범민주당 후보를 찍든, 이재명이 싫어서 범보수 후보를 찍든 말이다. 87체제의 구도 하에서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쁩니다!”는 구호는 이 두 개 구호의 효과가 합쳐지는 결과로 나타날 뿐이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쁘다!” 또는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쁘다!”와 같이…

‘양쪽 다 반대한다’는 구호가 힘이 없는 이유는 앞서의 맥락도 있지만, 결국은 이재명이 윤석열을 반대하면서 자기 정당성을 찾고, 한동훈이 이재명을 반대하면서 자기 존재 의의를 확인하는 것처럼, 진보쓰도 양당 반대하면서 우리 존재 파이팅 이러는 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시도는 많이 있고 또 있었다. 그러나 조직화 체계화 되지 않고 결국은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자기만의 명확한 그림 없이 이런 국면에서 ‘둘 다 나빠요’ 아무리 해봐야 그건 장기 87년 체제에 이미 내포된 자기 수복 논리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둘 다 나빠요… 그렇군요…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그래서 1번 팀이야, 2번 팀이야? 이렇게 된다는 것.

지금 국면에서 모두의 정답은 오히려 ‘이재명과 민주당 얘기는 안 하기’이다. 친위쿠데타 책임과 탄핵 이후만 얘기하는 거다. 국힘은 백배 사죄할 때이다. 한동훈 린치하면서 게거품 물고 지지층 결집 용으로 이재명 타령하고 이럴 때가 아니다. 이재명과 민주당 얘기는 하기 싫어도 1) 재판 일정, 2) 대선 레이스 때 다 하게 된다. 그때 품위있게 할 기회가 다 있다. 더블민주당이 지금 안정과 절제 얘기 하는 게 이유가 있는 거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87년 체제, 계엄, 윤석열, 이재명, 탄핵, 한동훈

윤석열 이재명이 없어지면 뭐가 해결되나

2024년 11월 30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아침에 그나마 있던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좀 여유가 있다. 이제 12월 중순이 되면 그나마 매일 오전에 있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유가 다 있는데, 그건 말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할 일 없는 주말이 됐다는 것은 아니고, 마감을 코 앞에 둔 글쓰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토일간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소재는 유머이다. 대략의 골조는 구상했다. 유머의 조건, 거리두기, 냉소, 시니시즘과 키니시즘, 이상을 잊지 않는 것의 소중함 등에 대해서 쓸 것이다.

하여간 어제는 이런 글을 보았다.

이재명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정치의 구조적 변혁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반민주적 독재적 지도자에게 온 국민이 포획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한 사람은 마땅한 국민적 요구에도 마이동풍 식으로 잘못된 제 길만 고집하고, 또 한 사람은 금성탕지(金城湯池)의 철옹성을 쌓은 채 오직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제1당의 정치력을 허비하고 있다. 어느 쪽도 틈새는 보이지 않는다. 대안도 거론할 수 없는 이 절망적 정치 상황은 최소한 민주화 이후 최악이다.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지는 지금, 내부의 변화가 무망하면 외력에라도 눈길 줄 수밖에 없다. 그 외력(이 대표로 한정하자면)의 하나가 사법 리스크일 것이다. 정상 사법절차에 따른 그의 불가피한 후퇴가 강고한 정치구조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를 숨기진 않겠다. 누차 강조했듯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을 길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여태껏 그래왔듯 방탄 외의 운신이 어려워 그 막강한 다수의 힘으로도 윤 정권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쓴 문구를 다시 소환하자면, 법적 판단은 판사 개인의 소신에 따른 것이나 그 무게는 종종 시대적 흐름을 좌우할 만큼 무겁다. 어쨌든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은 또 아득히 멀어졌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2816270001212

이런 얘기를 나도 종종 듣고는 하는데, 이재명이 없어야 윤석열도 혼내줄 수 있고, 그래야 나라가 똑바로 된다 뭐 이런 식의 얘기다. 정치에 대한 얘기, 판결에 대한 얘기도 다 좋고, 이재명 물러나라 윤석열 탄핵하자 이런 얘기도 다 좋은데, 그 결과가 뭔가가 해결되는 것일까?(주장할 수 있고, 이재명 사퇴나 윤석열 탄핵이나 각각의 의미가 있지만, 이 글에서 얘기하는 대로 그게 시대적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어떤 대단한 뭐가 되느냐는 거다. 아래의 얘기는 이 전제에서 하는 얘기임.)

오늘은 이재명-윤석열-한동훈이 삼각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모 주간지의 기사를 읽었다. 여의도와 그 근방의 사람들이 그런 얘길 한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300900011/

요약하면 이재명 핑계로 윤-한 갈등이 봉합돼있던 게, 공직선거법 1심 판결로 이재명이 위험해지니까 바로 친윤에서 한동훈 죽이기에 나선 거고, 이재명이 특검을 다시 들고 나오니까 또 친한이 이걸로 친윤에 반격하니 당분간 봉합 구도로 가고 뭐 그런 건데, 역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사법부가 뭔가 대못을 딱 찍는 순간 이 균형이 무너지지 않겠느냐 그런 전망.

이 타임라인이 팩트냐에 대해 좀 의문이 있긴 한데, 삼각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평가 자체는 그럴듯한 얘기다. 다만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는, 여의도 얘기를 그런 식으로 풀면 서로 적대적 공생이 아닌 사람들이 지금 어디있나? 셰미래 뭐라는 분들은 어떤가?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여의도 사람들이 어떻게 얽히고 섥히는지는 이번에 미륵불 말씀의 연대기를 정리해나가다 보면 그 일부를 알게 된다.

이 얘기를 뒤집으면 어떻게 되느냐, 이재명 윤석열을 제거해봤자 짧은 열광과 실망이 있을 뿐, 그 뒤의 상황은 비슷하다니까. 더블민주당에선 누구 말마따나 ‘이재명이 손들어 주는 인물’이 바통을 이어 받는 거고, 범보수권에선 한동훈과 팀 미륵불(오세훈 이준석 등등)이 헤쳐모여 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럼 뭐 달라지나? 아까 앞에 글 쓰신 분은 또 똑같이 한탄할 거고…

그런 점에서 이건 어떤 악당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를 이렇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늘 말씀드리는 것임.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게, 그렇지 않고서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똑같이 될 수가 있는가? 아래는 최근 일본 선거 관련 얘기 누가 쓴 거. 이런 글 자체가 비슷한 증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2808010001724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윤석열, 이재명, 이준석, 포퓰리즘,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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