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에 그나마 있던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좀 여유가 있다. 이제 12월 중순이 되면 그나마 매일 오전에 있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유가 다 있는데, 그건 말하지 않겠다. 그렇다고 할 일 없는 주말이 됐다는 것은 아니고, 마감을 코 앞에 둔 글쓰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토일간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소재는 유머이다. 대략의 골조는 구상했다. 유머의 조건, 거리두기, 냉소, 시니시즘과 키니시즘, 이상을 잊지 않는 것의 소중함 등에 대해서 쓸 것이다.
하여간 어제는 이런 글을 보았다.
이재명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정치의 구조적 변혁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반민주적 독재적 지도자에게 온 국민이 포획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한 사람은 마땅한 국민적 요구에도 마이동풍 식으로 잘못된 제 길만 고집하고, 또 한 사람은 금성탕지(金城湯池)의 철옹성을 쌓은 채 오직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제1당의 정치력을 허비하고 있다. 어느 쪽도 틈새는 보이지 않는다. 대안도 거론할 수 없는 이 절망적 정치 상황은 최소한 민주화 이후 최악이다.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지는 지금, 내부의 변화가 무망하면 외력에라도 눈길 줄 수밖에 없다. 그 외력(이 대표로 한정하자면)의 하나가 사법 리스크일 것이다. 정상 사법절차에 따른 그의 불가피한 후퇴가 강고한 정치구조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를 숨기진 않겠다. 누차 강조했듯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을 길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여태껏 그래왔듯 방탄 외의 운신이 어려워 그 막강한 다수의 힘으로도 윤 정권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전에 쓴 문구를 다시 소환하자면, 법적 판단은 판사 개인의 소신에 따른 것이나 그 무게는 종종 시대적 흐름을 좌우할 만큼 무겁다. 어쨌든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은 또 아득히 멀어졌다.
이런 얘기를 나도 종종 듣고는 하는데, 이재명이 없어야 윤석열도 혼내줄 수 있고, 그래야 나라가 똑바로 된다 뭐 이런 식의 얘기다. 정치에 대한 얘기, 판결에 대한 얘기도 다 좋고, 이재명 물러나라 윤석열 탄핵하자 이런 얘기도 다 좋은데, 그 결과가 뭔가가 해결되는 것일까?(주장할 수 있고, 이재명 사퇴나 윤석열 탄핵이나 각각의 의미가 있지만, 이 글에서 얘기하는 대로 그게 시대적 흐름을 바꾸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어떤 대단한 뭐가 되느냐는 거다. 아래의 얘기는 이 전제에서 하는 얘기임.)
오늘은 이재명-윤석열-한동훈이 삼각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모 주간지의 기사를 읽었다. 여의도와 그 근방의 사람들이 그런 얘길 한다는 것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300900011/
요약하면 이재명 핑계로 윤-한 갈등이 봉합돼있던 게, 공직선거법 1심 판결로 이재명이 위험해지니까 바로 친윤에서 한동훈 죽이기에 나선 거고, 이재명이 특검을 다시 들고 나오니까 또 친한이 이걸로 친윤에 반격하니 당분간 봉합 구도로 가고 뭐 그런 건데, 역시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사법부가 뭔가 대못을 딱 찍는 순간 이 균형이 무너지지 않겠느냐 그런 전망.
이 타임라인이 팩트냐에 대해 좀 의문이 있긴 한데, 삼각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평가 자체는 그럴듯한 얘기다. 다만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거는, 여의도 얘기를 그런 식으로 풀면 서로 적대적 공생이 아닌 사람들이 지금 어디있나? 셰미래 뭐라는 분들은 어떤가?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여의도 사람들이 어떻게 얽히고 섥히는지는 이번에 미륵불 말씀의 연대기를 정리해나가다 보면 그 일부를 알게 된다.
이 얘기를 뒤집으면 어떻게 되느냐, 이재명 윤석열을 제거해봤자 짧은 열광과 실망이 있을 뿐, 그 뒤의 상황은 비슷하다니까. 더블민주당에선 누구 말마따나 ‘이재명이 손들어 주는 인물’이 바통을 이어 받는 거고, 범보수권에선 한동훈과 팀 미륵불(오세훈 이준석 등등)이 헤쳐모여 하게 되는 거 아닌가. 그럼 뭐 달라지나? 아까 앞에 글 쓰신 분은 또 똑같이 한탄할 거고…
그런 점에서 이건 어떤 악당들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를 이렇게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늘 말씀드리는 것임.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게, 그렇지 않고서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똑같이 될 수가 있는가? 아래는 최근 일본 선거 관련 얘기 누가 쓴 거. 이런 글 자체가 비슷한 증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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