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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87년 체제

개헌무새들아!

2025년 2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죄송합니다. 제목은 개헌무새들아 라고 썼지만, 개헌 해야지요. 개헌 해야합니다. 그냥 한 번 외쳐봤습니다. 그러나 난, 윤석열의 내란-양극화 정치 또는 제왕적 대통령-개헌 이 논리로 가는 게 솔직히 답답하다. 이관후 씨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 정치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정치구조를 정치제도로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제가 좋냐, 의원내각제가 좋냐, 소선거구제가 좋냐, 비례대표제가 좋냐, 여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장단점이 있는 거죠. 어느 제도를 택하기로 정하면 부작용은 감수하고 가는 거죠. 제도를 바꾸면 금방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본인은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 핑곗거리를 찾는 사람이라고 봐요. 그렇다고 특정한 사람·집단에게만 책임을 물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비슷한 집단이 또 생겨날 거예요.”

–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치구조에서 제도보다 중요한 게 문화와 행태예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의 저자들도 그렇게 지적을 하고 있잖아요. 새로운 정치 문화와 행태를 보여주는 리더가 나타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빠르게 바뀔 거라고 봐요. 그 위에서 제도도 고치고요.”

(…)

– 개헌론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개헌을 해야 할 때다,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개헌을 너무 신성시하는 거라고 봅니다. 개헌은 항상 할 수 있는 얘기예요. 그렇게 논의하다 어느 순간 합의되면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개헌이 만능키도 아니에요. 가령 저에게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다수당 체제가 되면 좋냐’고 물어보면 ‘아주 좋을 수도 있고, 아주 나쁠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지 말고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선출하고 연립정부를 상시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국민 뜻이라고 쳐요. 그걸 인정하고 합의하고 조정하는 정치문화가 있으면 잘되겠죠. 반대로 대통령은 통치할 권력이 없고, 국회는 완전한 합의가 없어 각각 기능을 못할 수도 있어요. 그 틈새에 끼어들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대통령도 무능하고 입법부도 무능하다’고 선동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 있어요. 히틀러예요.”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20600035

비슷한 얘긴데… 단적으로, 아베 신조와 보리스 존슨도 내각제의 산물 아닌가?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그… 그건… 거대양당이 제도를 해킹해서…!! 네 네 일단 알겟구여 저도 선거제도 개혁론자임) 특히 권력구조 개편은 선택의 문제이지 뭐가 뭐보다 낫다 이런 개념은 아닌 거 같다. 논리 구조로 봐도, 윤석열이 제도를 활용해서 내란으로 간 거면 그건 제도를 고치자고 하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벌어진 상황은, 윤석열이 제도 바깥으로 나가 체제를 공격한 것이고, 체제(제도보다 넓은 개념일 것이다)가 작동해 이 공격을 막아낸 것에 가깝다. 그러면 제도를 왜 고치나?(물론 계엄 발동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든가 그런 거는 있는데, 지금 얘기는 그런 차원은 아니니까) 특히 지금 개헌 논리 중에 양극화 된 정치 얘기하면서 개헌으로 가는 논리는 일견 위험하다. 불법적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일부 뒷받침 할 수 있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냐? 제 말씀은, 여러 군데서도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관후 씨가 정치 문화와 행태가 중요하다 이 얘기를 하는데, 그럼 행태와 문화는 어떻게 바뀌나? 그 행태와 문화도 제도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냥 제도가 아니라, 정확히는 체제의 산물인 것이지. 그래서 우리가 87년 체제라고 하는 것 아닌가?

87년 헌법이 체제로서 기능하며 강력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그것이 직선제를 관철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직선제를 관철했다는 그 사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정치 문화와 행태를 규정하는 거다. 그래서 오늘날의 정치 문화와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말해 지금의 87년 체제가 한계라는 거고, 87년식 직선제가 한계라는 얘기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누가 얘기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개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직선제 이후의 직선제 같은 스케일의 얘기 정도가 있어야 되는 거지, 쪼잔하게 분권형이니 내각제니… 이런 것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뭐라고 할텐데, 그렇다고 개헌 얘기 하시는 분들이 쪼잔하다 이런 게 아니고, 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그러면 오늘의 이 한 걸음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인가, 최종적 지향이 무엇이다 라는 것 정도에 있어서 대중적 합의를 시도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 기껏 개헌 해가지고 와~~ 이제 목표 달성 이제 다시는 윤석열 같은 놈 안 나오겠지 했는데 그 개헌의 결과로 제2의 윤석열이 나오는 거, 이런 거 클리셰잖어? 그러면 사람들이 아~ 개헌하자던 놈들한테 속았구나… 이렇게 되는 거 이것도 익숙한 구도잖습니까. 연동형비례대표제 얘기 다시 할까? 근데 다들 SNS만 해갖고 대중적 합의는 커녕 여러분들끼리 합의도 안 되잖아. 그니까 제가 그냥 이러는 거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87년 체제, 개헌, 민주주의, 이관후

장기 87년 체제

2024년 12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보니 이쪽이든 저쪽이든 다들 이재명 얘기만 한다. 국힘은 이재명 재판 빨리 하라는 결의문을 냈고, 한동훈은 이재명 재판 타이머 발언을 했고, 평론가니 지식인이니 하는 분들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다 된 게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민주당이 잘한 게 아니다 등등…

이재명 대통령 따놓은 당상 아니다, 국민들이 더블민주당이 잘한다고 생각해서 지금 이런 국면이 된 게 아니다, 윤석열이 나쁘다고 이재명이 성인군자 되는 게 아니다 등등… 당연한 얘기인 동시에 하나마나한 얘기다. 가령 윤석열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자의 탈을 쓰고 대통령이 되었는가?

나는 사실 이제와서 한 번 묻고 싶다. 그때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가 지금은 한동훈 돕느라 윤석열을 미워하게 된 중궈니횽이나 해괴사님 같은 분들… 뭐 일말의 쪽팔림 같은 거는 혹시 안 느끼시는지? 일종의 단계론 도식을 만들어 자유주의의 복원 항목에 윤석열을 밀어 넣은 윤교수님 같은 분들, 채상병 국면 때도 입장 그대로였는데, 아직도 그런 주장 하시는지? 다른 것도 아닌 계엄인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문제를 반대하는 것에 포커싱이 맞춰지기 때문에 ‘이 놈도 문제가 없지 않아요’ 이런 건 그냥 옵셔널한 문제가 된다는 것. 그게 오늘날 우리가 속해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특정 형태라는 것. 나는 이걸 넓혀서 봐서 좀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이 좁혀서 본다면 장기 87년 체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87년 체제는 반공-독재 대 민주 구도 하에서 서로 빨갱이,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지지층 최대 동원 하는 게 원리인 체제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독재 대 민주 구도에서 민주 쪽이 우위에 서게 되어있다. 지난 대선은 반공-독재 출신들이 민주를 강탈해간 구도였다. 문정권과 더블민주당을 빨갱이-전체주의로 몰고 자신들을 친미-자유주의-민주주의로 규정하는데 성공하면서다. 뒤집힌 1987 구도랄까? 그런데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와 함께 독재가 회귀했다. 지금 이 상황이다.

자칭 진보들에게 87체제는 질곡이다. 독재 대 민주가 아닌 다른 구도를 추구하자는 게 진보들의 주장인데, 독재와 민주가 서로를 반대하는 걸 현실 정치 전체의 우선순위에 놓기 때문이다. 그래도 87체제는 황혼기라는 생각들이 있었다. 독재 대 민주 구도를 부정할만한 재료는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만행 덕에 독재가 실체로서 눈 앞에 나타나는 일이 발생했다. 눈 앞에서들 봤으니, 이 경험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지 않겠는가.

순간적으로 장기 87년 체제라는 말을 떠올렸다. 어떤 것의 생명 유지가 장기화되고 있다면, 그건 그게 그 자신에 대한 부정을 그 자신 안에 내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가령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그 자신에 대한 파괴를 애초에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할 운명이면서 동시에 유지되는 것이다.

87체제도 마찬가지다. 87체제에 대한 반대 자체가 87체제에 내포돼있다. “윤석열이 나쁘다고 해서 이재명이 면죄부 얻는 게 아닙니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불법계엄을 정당화 해주지는 않습니다!” … 87체제라는 양당제적 환경에서 이러한 언명들이 각 개인에게 부여하는 실천적 결론은 뭔가? 그건 결국 어떤 경로로든 87체제를 다시 강화하는 걸로 귀결되는 게 아닌가? 윤석열 또는 한동훈이 싫어서 이재명 혹은 범민주당 후보를 찍든, 이재명이 싫어서 범보수 후보를 찍든 말이다. 87체제의 구도 하에서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쁩니다!”는 구호는 이 두 개 구호의 효과가 합쳐지는 결과로 나타날 뿐이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쁘다!” 또는 “윤석열도 이재명도 나쁘다!”와 같이…

‘양쪽 다 반대한다’는 구호가 힘이 없는 이유는 앞서의 맥락도 있지만, 결국은 이재명이 윤석열을 반대하면서 자기 정당성을 찾고, 한동훈이 이재명을 반대하면서 자기 존재 의의를 확인하는 것처럼, 진보쓰도 양당 반대하면서 우리 존재 파이팅 이러는 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시도는 많이 있고 또 있었다. 그러나 조직화 체계화 되지 않고 결국은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자기만의 명확한 그림 없이 이런 국면에서 ‘둘 다 나빠요’ 아무리 해봐야 그건 장기 87년 체제에 이미 내포된 자기 수복 논리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둘 다 나빠요… 그렇군요…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그래서 1번 팀이야, 2번 팀이야? 이렇게 된다는 것.

지금 국면에서 모두의 정답은 오히려 ‘이재명과 민주당 얘기는 안 하기’이다. 친위쿠데타 책임과 탄핵 이후만 얘기하는 거다. 국힘은 백배 사죄할 때이다. 한동훈 린치하면서 게거품 물고 지지층 결집 용으로 이재명 타령하고 이럴 때가 아니다. 이재명과 민주당 얘기는 하기 싫어도 1) 재판 일정, 2) 대선 레이스 때 다 하게 된다. 그때 품위있게 할 기회가 다 있다. 더블민주당이 지금 안정과 절제 얘기 하는 게 이유가 있는 거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87년 체제, 계엄, 윤석열, 이재명, 탄핵,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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