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제목은 개헌무새들아 라고 썼지만, 개헌 해야지요. 개헌 해야합니다. 그냥 한 번 외쳐봤습니다. 그러나 난, 윤석열의 내란-양극화 정치 또는 제왕적 대통령-개헌 이 논리로 가는 게 솔직히 답답하다. 이관후 씨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 정치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정치구조를 정치제도로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제가 좋냐, 의원내각제가 좋냐, 소선거구제가 좋냐, 비례대표제가 좋냐, 여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장단점이 있는 거죠. 어느 제도를 택하기로 정하면 부작용은 감수하고 가는 거죠. 제도를 바꾸면 금방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본인은 바뀔 생각이 없는 사람, 핑곗거리를 찾는 사람이라고 봐요. 그렇다고 특정한 사람·집단에게만 책임을 물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비슷한 집단이 또 생겨날 거예요.”
–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치구조에서 제도보다 중요한 게 문화와 행태예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의 저자들도 그렇게 지적을 하고 있잖아요. 새로운 정치 문화와 행태를 보여주는 리더가 나타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으면 빠르게 바뀔 거라고 봐요. 그 위에서 제도도 고치고요.”
(…)
– 개헌론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개헌을 해야 할 때다,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개헌을 너무 신성시하는 거라고 봅니다. 개헌은 항상 할 수 있는 얘기예요. 그렇게 논의하다 어느 순간 합의되면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개헌이 만능키도 아니에요. 가령 저에게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다수당 체제가 되면 좋냐’고 물어보면 ‘아주 좋을 수도 있고, 아주 나쁠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지 말고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선출하고 연립정부를 상시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국민 뜻이라고 쳐요. 그걸 인정하고 합의하고 조정하는 정치문화가 있으면 잘되겠죠. 반대로 대통령은 통치할 권력이 없고, 국회는 완전한 합의가 없어 각각 기능을 못할 수도 있어요. 그 틈새에 끼어들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대통령도 무능하고 입법부도 무능하다’고 선동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 있어요. 히틀러예요.”
비슷한 얘긴데… 단적으로, 아베 신조와 보리스 존슨도 내각제의 산물 아닌가?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그… 그건… 거대양당이 제도를 해킹해서…!! 네 네 일단 알겟구여 저도 선거제도 개혁론자임) 특히 권력구조 개편은 선택의 문제이지 뭐가 뭐보다 낫다 이런 개념은 아닌 거 같다. 논리 구조로 봐도, 윤석열이 제도를 활용해서 내란으로 간 거면 그건 제도를 고치자고 하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벌어진 상황은, 윤석열이 제도 바깥으로 나가 체제를 공격한 것이고, 체제(제도보다 넓은 개념일 것이다)가 작동해 이 공격을 막아낸 것에 가깝다. 그러면 제도를 왜 고치나?(물론 계엄 발동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든가 그런 거는 있는데, 지금 얘기는 그런 차원은 아니니까) 특히 지금 개헌 논리 중에 양극화 된 정치 얘기하면서 개헌으로 가는 논리는 일견 위험하다. 불법적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일부 뒷받침 할 수 있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냐? 제 말씀은, 여러 군데서도 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거다. 이관후 씨가 정치 문화와 행태가 중요하다 이 얘기를 하는데, 그럼 행태와 문화는 어떻게 바뀌나? 그 행태와 문화도 제도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냥 제도가 아니라, 정확히는 체제의 산물인 것이지. 그래서 우리가 87년 체제라고 하는 것 아닌가?
87년 헌법이 체제로서 기능하며 강력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그것이 직선제를 관철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직선제를 관철했다는 그 사실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정치 문화와 행태를 규정하는 거다. 그래서 오늘날의 정치 문화와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말해 지금의 87년 체제가 한계라는 거고, 87년식 직선제가 한계라는 얘기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누가 얘기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개헌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의미가 있으려면 직선제 이후의 직선제 같은 스케일의 얘기 정도가 있어야 되는 거지, 쪼잔하게 분권형이니 내각제니… 이런 것은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뭐라고 할텐데, 그렇다고 개헌 얘기 하시는 분들이 쪼잔하다 이런 게 아니고, 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고… 적어도 그러면 오늘의 이 한 걸음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인가, 최종적 지향이 무엇이다 라는 것 정도에 있어서 대중적 합의를 시도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 기껏 개헌 해가지고 와~~ 이제 목표 달성 이제 다시는 윤석열 같은 놈 안 나오겠지 했는데 그 개헌의 결과로 제2의 윤석열이 나오는 거, 이런 거 클리셰잖어? 그러면 사람들이 아~ 개헌하자던 놈들한테 속았구나… 이렇게 되는 거 이것도 익숙한 구도잖습니까. 연동형비례대표제 얘기 다시 할까? 근데 다들 SNS만 해갖고 대중적 합의는 커녕 여러분들끼리 합의도 안 되잖아. 그니까 제가 그냥 이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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