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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도널드 트럼프

코로나 냉전과 3~4일 쉬기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5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이게 쉽지가 않아요. 하루하루 매일같이 이런다는 게… 사람들은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막 욕을 하고…

1.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반목하는 추세라서 코로나 냉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건 미중갈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중국을 때리고 있다. 현지시간 6일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진주만보다도 나쁘다, 세계무역센터 때보다도 나쁘다 라고 했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공격은 절대 없었고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중국이 멈출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41년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에 1천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으면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됐고 2001년 9월 11일뉴욕 세계무역센터 등 동시다발적 테러로 3천명 가량이 희생되면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을 사실상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과 테러를 수행한 탈레반과 동급으로 취급한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적은 코로나19라면서 중국과 미국은 함께 전투에나서 전우이지 적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세계에서 가장 의학기술이 발달한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중국보다 방역 업무를 잘 수행했을 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엊그제는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유출된 거라는 증거가 있다며 보고서를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미국 인사들이 거론한 연구소는 중국과 프랑스가 합작해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저명한 학자도 15년간 협력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미중무역협상에도 영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차 미중무역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대중관세부과를 다시 강행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도 이런 주장 거들면서 중국에 의존하던 생산망에서 탈피하겠다는 주장을 하는 중이다. 오는 18일에서 19일까지 세계보건기구 총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미국이 대만의 재참여 문제로 중국과 대립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참관국으로 총회에 참여해왔는데 2016년부터는 중국의 반대로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 첫째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론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면서 책임론을 빠져 나가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시간을 사실상 자기 유세 시간처럼 활용하는 비판을 초래하는가 하면 이 자리에서조차 소독제 혈관 주사와 같은 부정확한 정보를 퍼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둘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미국 내 반중여론을 활용해 재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반감과 경계심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층을 가리지 않는 상태여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너무 가까운 게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꺼낼 정도라고 한다.

트럼프 지지층은 중국이 미국 시장을 잠식해 미국 내 제조업이 불황에 빠졌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줄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미국의 경제 상황은 비교적 괜찮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이 중국과 협상해 성과를 낸 덕으로 포장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봉쇄정책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다시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만큼 심각한 곳은 유럽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사망자 수가 2만을 넘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인구가 많은 독일은 6천명 정도로 사망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원인은 잘 따져봐야겠지만 독일이 다른 나라보다 봉쇄 및 격리 조치를 일찍 취한 게 주효했다는 얘기가 많다. 문제는 그렇잖아도 유럽존 경제가 독일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도 비슷한 양상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어 난민에 의한 부담까지 주로 안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불만은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다. 이탈리아 내 유럽연합 탈퇴 여론이 국민 절반에 달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미중과 유럽은 특히 우리 경제와 상당한 연관을 갖는 지역들이기 때문에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 역할이 중요할 수 있는 게 경제와 방역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분열이 아니라 연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하면서 논의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

2.

3, 4일을 쉬는 방법… 생활 속 거리두기 핵심 수칙 중 하나가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인데 국민들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으로 꼽는다고 한다. 회사가 휴가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해줄 것인지, 무급인지 유급인지, 혹시 이로 인한 불이익은 없는 것인지 확신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련 질문에서도 쉴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응 방법에 대한 게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는 3~4일 쉬기와 관련해선 경영계 노동계와 같이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에서 위험수칙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등과 관련해선 일부 법제화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 또는 제도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분위기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사회문화적인 차원의 문제도 있는데, 아파도 열심히 일하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자발적으로 바꿔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어버이날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어버이날을 휴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것처럼 휴일 자체를 늘려서 쉬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애초에 노동권과 건강권을 전반적으로 보장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쟁점은 발생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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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각하고 말한 것

2020년 4월 24일 by 이상한 모자

1.

김종인이 무제한 임기와 전권을 요구했는데 그것 때문에 폭탄 던진듯 난리다. 이 발언의 의도는 여기 저기서 나름 해석을 했고 글로도 썼다. 전당대회 얘기는 하지 말라는 점에서 당권주자들의 흔들기를 차단하려는 거고 대권을 말했다는 점에서 대권주자들로 차도살인하겠다는 뜻 같다.

그런데 이 다음부터 비대위가 좋다는 사람과 싫다는 사람들이 대략 가르마가 타지는 듯 하다(관찰자 입장에선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으니…). 어제 유승민이 쐐기를 박으면서 구도가 좀 더 명확해진 거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 라디오 아이템으로 김종인의 친구는 누구냐는 걸 낸 이유가 이건데, 뭔가 크게 바꾸자는 사람들이 비대위를 거부하고 있고 구 주류이거나 뭔가 자기만의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 비대위에 찬성하고 있다.

그럼 구도가 어떻게 되냐. 애초에 김종인을 영입했던 것은 누구인가? 비대위원장을 해달라고 요구한 사람은 또 누구인가? 황교안이다. 김종인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기 위해 만나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심재철이다. 황교안 심재철 두 사람의 족보는 다르다지만 그렇다고 초록이 동색인 게 아닌 것도 아니다.

이런 구도가 되면 김종인 비대위는 혁신의 걸림돌이다. 이 시점에서 나 같으면 안 하는데… 근데 너무 하고 싶으신 거 같아 가지고… 최대치를 말해놓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날 것인지?

2.

김재원의 단독플레이가 눈이 부실 정도이다. 리오넬 메시인가? 당정 합의가 안 돼서 추경 심사 못한다는 말은 공약 뒤집기 비난에 대한 수라고 봤는데, 하여간 먹히니까 계속 말한다. 추경 수정안을 가져오라는 것은 기재부 패싱론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김재원의 22가지 의문은, 물론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라고 보지만, 여야 합의 테이블에서 논해야 되는 사안이다.

계속 여당과 정부가 모든 걸 합의해서 완결된 안을 가져와야 내가 심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정부안은 70% 그 추경안이다. 그걸 여야 합의로 어떻게 바꿀 거냐의 문제이다.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며 헌법 조항 얘기를 하는데, 그건 여당과 기재부의 문제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문제이다. 김재원 씨의 논리대로 하면, 여당과 정부가 합의해 온 안을 야당이 다시 수정하고 정부가 이에 부동의할 경우 예산안 처리는 못 하는 것이다. 그걸 인정할 수 있나? 아니지. 국회가 합의하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장이 정부에 동의합니까 물어보고 총리가 동의합니다 하면 되는 것이다.

정세균 총리가 기재부 패싱론 갖고 기재부는 누구 편이냐 한 덕에 기재부도 백기투항했다. 고소득층 자발적 기부로 재정부담을 경감시키는 걸 절충안이라고 부르지만, 기재부 입장을 보면 그건 아무 상관도 없다. 정치적으로 방침을 말할 수는 있지만 이걸 안으로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그래서 기부를 해주시면 그거는 뭐 나중에 좋은 데 쓰겠고요,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은 국채발행으로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김재원은 왜 그럴까.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방침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다. 비유하자면 본대의 질서있는 퇴각이 안되기 때문에 후위대가 희생하는 것이다. 본대가 전열을 정비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목적이다. 5월 초로 넘어가면 원내지도부 다시 구성할 거고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3.

정은아 이걸 좀 빨리 해결을 하자… 주제를 북한으로 한 신춘문예냐? 미국 상업 방송들이 원래도 그렇지만 시엔엔은 두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첫째, 걸프전 생중계로 대박난 회사다. 둘째, 트럼프와 서로 싫다.

걸프전 얘기는 이미 여기저기서 했다. 트럼프가 싫은 얘기는 자제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시엔엔은 허위보도다 했으니까… 시엔엔이 김정은은 대화가 안 되는 거 같은데 트럼프는 서신을 어디서 받았으며 그거 왜 그러는 겁니까, 김정은하고 친하시면 살아는 있는지 한 번 전화라도 해보실? 이렇게 물어보면 트럼프가 할 말이 없다 이거지. 시엔엔이 꼭 이런 흉계를 꾸몄다기 보다는, 자기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면 왠지 그런 쪽으로 무게가 실려지는 그런 게 있어요. 폭스뉴스가 김정은 신변 얘기는 함부로 보도하지 않는 게 좋다며 무게를 잡았다니깐.

그리고 김여정 후계설에 김평일 나오고 막 별 얘길 다 하는데, 김여정 부상에 대해 일전에도 여기 썼지만 김정일 뇌졸중 사례가 있기 때문에 김정은 가족들끼리 가동하는 비상체제가 있을 거라고는 본다. 김정일 당시는 김경희 부부와 김옥 등이었다고 하는데, 김옥은 사라졌고 장성택은 반역을… 그러니까 백두김씨-성골만 믿을 수 있는 거다. 김평일은 곁가지, 진골이라 안 된다. 김정남이 어떻게 됐니?

그래서 그나마 가장 믿을만한 건 김여정 뿐인데, 김정은이 의식이 없는 정도에서 비대위-집단지도체제면 모를까 왕위(?)를 바로 이어받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김정은 유고시에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섭정 체제 같은 걸 만들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여러모로 어렵지. 기요스 회의라고 아니?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CNN, 긴급재난지원금, 김여정, 김재원, 김정은, 김종인, 김평일, 도널드 트럼프, 미래통합당, 유승민, 장성택, 정세균, 홍남기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4월 3일 by 이상한 모자

뭐 나는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하자는 생각이다.

오늘은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 대한 내용이다. 국내 언론은 ‘미국판 정은경’이라고 하던데, 올해 만79세의 고령으로 로널드 레이건 때인 지난 1984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과거 HIV, 사스, 돼지독감, 메르스, 에볼라 등 바이러스 대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정무직인 국립보건원장을 맡으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고사해올 정도로 자기 분야에 충실한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갈팡질팡 하는 모습 보이자 면전에서 사실을 바로잡는 등 미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뉴욕에서는 파우치 소장의 얼굴을 새긴 도넛이 만들어질 정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곧 만들어 낼 거라고 하자, 곧바로 파우치 소장은 최소 1년이나 18개월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자 항바이러스제가 병을 덜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병은 봄에 사라질 것이라고 하자, 그럴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심하라,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 곧 기적처럼 해결된다고 했지만 파우치 소장은 아직 최악이 남아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총괄책임 맡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이 회의와 날마다 열리는 브리핑에 매일 참석하고 있는데, 다른 구성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고 칭송하기에 바쁘고 파우치 소장만 사실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와 다른 의견 내거나 자기보다 앞서가는 참모가 있으면 가차없이 응징해왔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엔에스시 보좌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존 켈리 전 비서실장,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금 국면에서 전문가인 파우치 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파우치 소장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공식적인 얼굴로 내세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까지 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파우치 소장이 확진자 증가 추이 등을 설명할 때 집중해서 경청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신뢰 유지에 성공하고 있다는 건데, 문제는 지지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세력들은 파우치 소장을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비밀결사의 일원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수단체 대표나 극우 온라인매체 운영자 등이 나서서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파우치 소장에 대한 총공세를 벌이는 상황이다. 미 보건복지부는 파우치 소장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개인 경호를 강화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파우치 소장은 일상 업무 시간 뿐 아니라 자택에서 휴식을 하는 시간에도 경호 인력을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극우세력의 주장은 파우치 소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식인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밈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황당한 발언을 할때 파우치 소장이 뒤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고민에 빠진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장면이 많다.

극우세력의 심기를 건드린 결정적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딥스테이트를 언급하자 파우치 소장이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문지른 것이다. 이걸 근거로 극우세력은 파우치 소장을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딥스테이트란 선거로 최고 권력자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료권력을 통제하며 국가 정책을 바꾸는 것을 방해하는 앙시앙레짐을 말한다. 민주당과 오바마 정권의 수혜를 입은 관료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식의 서사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여망을 등에 업고 중국을 혼내주고 제조업을 되살리려고 하지만 성과가 없다 보니 이를 설명하려 고안된 개념인 셈이다. 원래는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가발전을 통해 실체를 부풀리면서 극우매체 등이 합세했고 이젠 트럼프 대통령도 대놓고 이에 편승하고 있다.

극우세력들은 7년전 파우치 소장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에게 보낸 이메일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의례적 칭찬 정도로 보이는데, 국책연구소장이 국무장관에게 보낸 메일이라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원래 이런 음모론은 근거가 없다. 이는 전형적인 반지성주의적 서사의 특징이다. 근거가 없는데도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현대 사회에서 지성에 기반한 전문성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시스템의 근본이 되면서 우리는 누구나 평등한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믿게 됐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그런 상황의 원인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지식과 전문성이라는 것이다.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기득권과 연합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다수의 대중을 속이고 사익을 챙긴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서사이다. 딥스테이트 음모론에 매료된 트럼프 지지자들이 파우치 소장에 대해 갖는 감정이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도 음모론을 믿지 않으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이 제대로 된 방역대책을 실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경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 주간에는 사실상 상황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공언한 이유도 이것이다. 그런데 방역대책에 있어서 파우치 소장과 같은 전문가들의 만류 탓에 이런 방침은 철회됐다. 경제를 중시하는 입장에선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에 손해가 되기 때문에 방역을 강화하지 않을 명분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음모론이 동원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2주 동안 실업자가 천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언제나 나타나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대공황보다 더 큰 대공황이 찾아올 수 있다며 언론 인터뷰를 했다.

반면 버냉키 전 연준 의장 같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경기는 V자로 반등할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봤듯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 팔 비틀어 감산 합의 시켰다지만 오래 가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러니 파우치 소장 같은 사람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이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고 하고 어느 나라 대통령이 보드카로 극복하자고 했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국도 집단면역론 같은 걸로 넘어가보려고 했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 본인이 직접 감염되는 바람에 이런 전략은 어려워졌다.

또 일본과 같은 경우도 도쿄 올림픽 등을 핑계로 모른척 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올림픽은 연기됐다. 더군다나 아베 신조 총리가 사학스캔들 연루 사임 압력 회피를 위해 코로나19 대응 핑계를 대면서 더 사태는 심각해지고 있다. 마스크 가구당 2개씩 준다는 얘기로 인터넷 놀림감이 되는 등, 방역대책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방역대책과 경제가 양립할 수 없는 듯 보이는 와중에 이걸 그나마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가 한국이다. 그래서 세계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고도 한다.

방역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경제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성장률 등도 중요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던 서민이나 노동자,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을 평가해야 한다. 방역, 경제, 불평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하면 세계사적 업적 세우게 된다. 파우치 소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해봤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도널드 트럼프, 딥스테이트, 반지성주의, 보리스 존슨, 아베 신조, 앤서니 파우치, 음모론, 자이르 보우소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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