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김종인
오늘 낮에도 어디 방송에 갔는데 시작 직전에 ‘미래통합당 상임전국위 무산’ 속보가 나오는 바람에 아무 밑천도 없이 떠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가 뭐 어떡하겠나. 그래서 당선자 총회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안 모아졌다고 하고 상임전국위도 무산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의결절차야 다시 재개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김종인 비대위는 힘 받고 가기가 어려운 거 아니냐, 김종인 입장에서도 자기가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준다는 논리인데 이래갖고 하겠냐… 이런 얘기를 했다. 반응 별로 안 좋았다. 난 아저씨들이랑 잘 안 맞아. 그래도 짤 하나는 건졌다.
아무튼, 김종인 전 위원장도 확실하게 안 한다고는 안 하는 거 보니까 다들 집 앞에 모여 석고대죄하면 받아줄 분위기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이쪽이 석고대죄를 할 분위기도 아닌 것 같고 이래저래 며칠 더 투닥거릴 모양이다.
오늘 라디오 방송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계속 설득해본다는 입장이고, 전국위 전에 당헌 부칙과 관련해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 체제에서 다시 상임전국위를 열어 부칙 문제 처리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렇게 되면 셀프 임기 연장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김종인 위원장 취임 전에 상임전국위 를 열어서 부칙 개정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대의 모양을 갖춰주는 방법이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는 않은 게, 상임전국위가 오늘 무산됐는데 내일 무산 안 되리라는 법이 없다. 되더라도 억지로 절받기인 모양새인데, 김종인 위원장이 설득될 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비대위원장을 맡아도 어렵다. 당선인 총회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것부터가 문제다. 다음달 초부터 시작되는 연휴 지나면 원내대표 선거전으로 돌입해야 되는데, 원내대표 후보군들 입장에선 앞서 이유로 김종인 비대위를 원할 이유가 없다. 투표권 가진 당선인들이 원한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란 거다. 또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전당대회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로는 김종인 전 위원장 설득 불가능한데,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면 당권주자들이 그에 맞춰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비대위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즉 애초에 걱정했던 문제, 공천권도 없고 대권주자가 이끄는 것도 아닌 비대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하는 쟁점이 다시 문제가 되는 거다.
다음은 시간상 말하지 못한 내용이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경우에 노선과 가치 중심으로 쟁점 형성이 되면 오히려 전화위복 될 수도 있다. 지금 미래통합당 내부 논쟁에서 가능한 쟁점이라고 한다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대론인데, 김종인 전 위원장이 70년대생 경제전문가 얘기를 하고 김세연 의원이 830세대 언급하면서 회자가 되고 있다.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들 포함 청년 당원들 일부가 청년비대위를 구성했다는 소식도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냐 기성 세대냐의 구도 될 수 있고 이건 계파 갈등이라는 퇴행적 구도보다는 긍정적이다.
두 번째는, 어느 방향으로 중도화를 할 것인가의 문제다. 총선을 통해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 강성보수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에는 100%는 아니지만 대략 공감대 형성된 걸로 보이는데 이게 실제로 이게 무엇이냐는 거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예로 들면 김종인 전 위원장 같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 등 권한을 행사해서 지급하는 것은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재난지원금 자체를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즉 중도적인 정책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시장주의로 돌아가는 것인지에서 정책적 쟁점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체제 문제가 계속 권한과 기득권, 밥그릇 싸움 등의 문제로 비춰지면 보수정치 재건에는 시간이 많이 소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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