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글을 보는데 한겨레21에 평론가 비난이 실린 거였다. 아니 사실 평론가 비난은 아닌데, 여튼 의석 수 예측을 더블민주당에 불리하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여러 비판이었다. 고백하자면 이 글이 얘기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요즘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늙어서 그런지… 아무튼 양해해주시고. 다만 문어 평론가에 대해선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이다. 선거가 끝나니까 더블민주당 지지자들이 몇몇 평론가들에 대한 공격을 더 강하게 한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저는 애초에 정치와 언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직함이 소장님이든 뭐든 결국은 평론가적인 뭔가인데, 그런 차원에서 평론가가 의석수 예측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각종 통계적 수단으로도 안 되는 게 총선에서의 의석수 예측이다. 출구조사 봤지? 이건 안 되는 거라고 봐야 한다. 근데 이걸 ‘분석력(그놈의 력!)’이 없는… 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분석의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평론가한테 물어본다. 제대로 분석을 하려면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근데 평론가는 대개 없다. 평론가만 없냐? 언론도 없고 교수도 없고 대통령도 없다. 총선은 전국 단위로 접근하면 없다고 그게… 수단을 그래도 거의 근접하게 갖고 있다고 볼만한 데는 정당 내부임. 근데 그것도 정확도가 100%는 아니고 더군다나 곧이곧대로 얘기를 안 하기 때문에 이건 진실을 알기가 어렵지.
근데 막 물어본다니까 평론가한테. 특히 방송 이런데서… 대답을 안 하면 진행자가 막 자신이 없냐면서 에이~ 막 이런다고. 틀려도 되니까 말씀해주세요~ 막 이래요. 뭘 틀려도 돼 틀려도 되기는… 틀리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고, 의석수 예측 자체를 하는 게 잘못됐다니까. 그런데 막 시키니까 또 해요.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냐. 이게 평론가라는 작자들의 슬픈 운명이다… 그런 점에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의석수 예측은 안 한다라는 고집을 끝까지 지킨 분은 실장님이다… 이걸 먼저 말씀드리고.
그담에 곧 죽어도 여당 이긴다고 하는 분들의 처지에 대해 한 말씀 드리면, 이 분들이 혼자 그렇게 믿는 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렇잖나? 알게 뭐냔 말이다. 문제는 언론이 그걸 크게 다뤄주는 현상에 있다. 여기서 문어 평론가가 등장하는 거지. 국힘 170석…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냐? 대개 야당이 이긴다고 보는데 무조건 그렇게 쓰면 언론도 편향된 것처럼 보인단 말야. 정확히는 여당 쪽에서 막 항의하고 그럴 수 있다고. 요즘 방심위를 보세요. 어떤 라디오 방송에 김모 장모 이렇게 나와서 한쪽은 더블민주당이 170석 한다고 하고 한쪽은 아니다 199석 한다고 하고 이러면 가만히 있겠냐고 방심위가.
신문도 마찬가지임. 더군다나 선거 기간이잖아. 다른 때보다 더 엄정한 중립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근데 마침 어떤 문어 평론가가 국힘 170석 얘기를 한다? 그럼 기사에 집어 넣는 거지 무조건. 문어 평론가는 이런 매커니즘으로 만들어 지는 것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다 떠나서 분위기 파악은 어떻게 해야 하냐. 평론가를 믿지 못한다면? 신문을 보세요. 사실 나도 의석수 예측은 시키니까 하긴 했는데 좀 틀렸다. 더블민주당 160+a, 국힘 110+a(실제 말은 균형감을 고려하여 120-a라고 했다) 예상했는데 한 10석 틀린 거지. 어차피 때려 맞추는 건데 맞을리가 있냐? 물론 무조건 때려 맞춘 건 아니지만.
가령,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면, 4월 8일날 각 당 내의 의석수 전망에 대해선 이렇게 보도했다. 이때까지도 민주당의 공식적인 의석수 전망은 150+a라는 거였음.
동아일보가 7일 각 당의 시도당 및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를 취재해 취합한 결과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확실한 우세를 점한 지역구 76곳에 경합 우세 지역을 24곳으로 보고 있었다. 여기에 박빙 지역 가운데 추세상 더 가져올 수 있는 곳까지 합하면 80여∼100여 석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우세 지역구는 약 110곳”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경합 우세 지역 등을 포함하면 최소 약 130석에서 최대 150석 플러스알파(+α)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당 모두 사전투표를 계기로 각 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전국 박빙 지역이 늘어난 것으로 봤다. 국민의힘의 경우 사전투표 직전까지 열세였던 지역구가 박빙으로 전환하면서 55곳이었던 박빙 지역구가 60곳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김준혁, 양문석 후보 논란 등으로 경합 열세이던 지역이 초접전 또는 경합 우세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서울 한강벨트뿐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번지고 있으며, 잠시 지지율이 흔들렸던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다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사전투표 전까지 48곳으로 추산되던 박빙 지역이 최소 54곳으로 늘어났다고 계산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인 서초을이 열세에서 경합으로 전환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열세 지역 내 상승세가 뚜렷해졌다”며 “막판 스퍼트를 낸다면 지난 총선 수준(지역구 163석)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40408/124366698/1
여기서 보면 민주당이 “내부적으로는 경합 우세 지역 등을 포함하면 최소 약 130석에서 최대 150석 플러스알파(+α)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판 스퍼트를 낸다면 지난 총선 수준(지역구 163석)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라고 하잖아? 근데 이게 지역구 기준으로 얘기하는 거고, 비례를 15석 이하로 갖고 갖다고 봤을 때 최소 145에서 178사이로 할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거든? 그렇게 보면 사실 제가 160+a를 얘기한 게 그렇게까지 비합리적인 건 아니지.
또, 국민의힘을 보자면 “80여∼100여 석을 기대”라고 돼있잖아? 비례에서 20개 정도 가져간다고 치면 100~120석이지. 그러면 말하기 좋은 숫자는 110 정도인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a 붙여주고 너무 원사이드한 느낌이니까 120-a 라고 해준거다. 그리고 ‘범야권 200석 읍소 전략’이 통해 최대 결집을 한다면 120에 걸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라는 희망적인 얘기도 해주고…
아무튼. 결국 신문 보면서 분위기 파악하면 된다 이런 말씀이고. 그것도 한계가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문어 평론가에 대해선 혹시 이 분이 ‘국힘 대승’ 전망이 블루오션이라 일부러 그러시나 하는 의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포지션 덕에, 앞서의 매커니즘에 따라 언론에 많이 나온 게 사실 아닌가. 그런데 나중에 기회가 되어 얘기를 직접 나눠본 결과 꼭 그런 이유인 것은 아니었던 걸로… 마음이 좀 그러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