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한테는 잘해주면 안 된다

최근까지 소속돼있는 무슨 운동권 단체(이 단체의 회원인 이유… 다들 그렇듯 설명하기가 길고, 여러모로 기구하다…)의 유튜브 방송을 하러 다녔는데, 그만하기로 했다. 그만하겠다고 한 건 나인데, 이유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심하고 밝히고 하긴 했는데, 그 생각을 하기까지 거친 단계가 있을 거 아냐? 그리고 그 단계마다 어떤 생각을 한 근거들이 있을 거 아냐? 그 근거들이 어디서 왜 그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는 거다.

다만 옛날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당 운동 뭐 그런 거 하다보면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여러가지 솔선수범 나서서 활동도 하고 그랬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돌아오는 것도 없고… 뭐 거기까지는 각오한 바고 좋은데, 뒤에서 말들만 많다… 좋은 마음으로 접근한 일이 이게 뭐냐, 난 이제 안 할란다… 보통 이런 얘기 많이들 하지. 그럼 뭐 어떡해. 미안하다고 하는 거지. 부족해서 죄송하고… 한 번만 더 저희를 믿어 주시면…

난 주로 미안하다고 하는 쪽이었다. 사실 뒤에서 얘기가 나오고 그런 거는 사람들이 무슨 악의를 가져서 생기는 일은 아니다. 그냥 다들 할 말은 많지만 나서서 책임질 마음이나 능력, 혹은 여유 그런 건 없고 그러니까 거기서 어떤 불일치들이 생기는 것 뿐이다. 보통은 나는 그냥 의견 표명을 한 것 뿐이다 라고들 하지. 근데 그걸 반영한 무슨 일이라는 건 누군가에 의해 실현이 되기는 해야 하거든. 안 되면 또 말 안 들어 준다고 구시렁들 하니까.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애먼 사람만 이상한 사람되고 뭐 그런 거… 비일비재했다.

유튜브 방송 뭐 내가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안 하면 큰일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원하지 않는다는데 우기면서 할 이유도 없고, 왠지 기분은 나쁜데 또 내가 딱히 기분이 나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그냥 머리를 비우는 것이 상책이다. 애초에 운동권들한테 부채감이든 뭐든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냥 필요하면 하는 거고, 필요 없으면 안 하는 것 뿐이다. 근데 사실 뭐 운동권들만 그런가. 네이버 카페만 들어가도 이런 일들은 늘상 일어난다. 그러니까 나를 포함해서, 인간이라는 종족들한테는 호의를 가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