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한동훈 이재명 막말을 1대 1로 다뤄야 하나

중궈니횽이 뭐 난리가 났다는데, 그 프로그램을 실제 듣지는 않기 때문에 뭔 일인지는 잘 알 수 없으나, 보도된 내용만 보고 평가하는 바, 정신차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언론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와 혐오 조장은 다른 것임. 왜 이쪽 불리한 얘기만 하고 저쪽 불리한 얘기는 안 해요 불공정해요 자꾸 이러는거, 나는 이거 언론 혐오라고 본다.

언론 보도의 사회적 기능이란 뭔가? 드러난 사실을 전하고 독자 혹은 시청자에게 맥락을 해석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거다. 여당 대표가 평소에 안 하던 자기 이미지에 안 맞는 얘기를,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첫날 목소리 높여서 하면 당연히 그게 무슨 내용이고 어떤 맥락인지 설명과 해설을 해줘야지.

중궈니횽이 이재명은 맨날 막말하니까 뉴스 가치가 없는거냐고 막 항변했다던데, 뭐 당연히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런 말 모르나?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거다. 보도니 기사니 얘기하면 1장 1절에서 배우는 거라고. 개가 사람을 무는 얘기를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야. 뉴스 가치를 따지면 사람이 개를 문 게 훨씬 높다는 거지.

오히려 언론이 경계해야 할 것은, 이 주제는 여당에 유리하니 야당에 불리한 주제도 하나 하자는 식으로… 모든 것을 1대 1로 끼워 맞추려고 하는 태도라고 본다. 사안의 본질에 관심을 갖는 게 먼저다. 유불리 따지는 건 맨 나중이다. 하다못해 그 프로그램은 패널 발언 비중이 절대적인 걸로 안다. 정 이재명 막말 얘기를 하고 싶으면 본인이 “이재명도 막말하던데 여야 모두 막말 자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코멘트 했으면 될 일이다.

그게 아니라 제작진 탓하면서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거는 방심위 선방위가 맨날 시비 거는 논리와 똑같다. 그런 논리면 얼마든지 끝도 없이 시비를 걸 수 있다. 그냥 아무 아이템이나 갖다 붙여서 “왜 야당에 불리한 이 아이템은 하지 않고 여당에 불리한 이 아이템만 했느냐”고 따질 수 있기 때문. 이걸 실제로 계속 하고 있어요… 나도 모니터링인지 뭔지 그거 계속 당하면서 수도 없이 봤던 거거든? 진짜 황당한 얘기 많아. 왜 부정선거 얘긴 안 다루냐 이런다니까?

근데 이게 정파불문 다 이래. 당장 최근에 민주당 지지자들 뭐라고 했어? 언론이 비명횡사만 다루고 여당 공천 잡음은 안 다루고 침묵한다고 난리쳤잖아. 이게 그거랑 똑같은 것임. 지난 정권 때도 마찬가지… 자기들에 유리한 얘기 나오면 기계적 중립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 좋습니다 참언론입니다 막 그러다가 불리한 얘기 나오면 상대편 불리한 얘기는 왜 안 하느냐며(사실 안 한 것도 아님) 공정하지 않다고 난리친다니까. 양쪽에서 다 그랬다고.

그래서 확신을 갖게 된 게, 왜 이쪽에 불리한 얘기만 하고 저쪽에 불리한 얘기는 안 하냐고 난리치는 놈은, 사안의 본질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불리에만 관심이 있는 놈일 확률이 꽤 높다고 하는 거다. 본질적으로 언론이 자기 편만 들어줬으면 하는 놈이라는 거지.

한동훈이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란 누구를 말하는 거지? 갑자기 이런 말은 왜 했지? 이건 어떤 전략이지? 앞으로 이런 모드로 가는 건가? 선거에 도움 되는 건가? 생각이 이렇게 가는 게 정상적이잖아. 근데 유불리에만 관심있는 놈은 이렇게 가는 거야. 한동훈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이거 막말이라고 하겠는데? 막말 카테고리인데? 타격이 있겠는데? 상대편 막말 중에 불리한 거 뭐 있나? 아 이재명 막말이 있지! 근데 왜 이재명 막말은 얘기 안 해!? ……

최소한 이거는 진영에 소속이 된 사람이 먼저 하는 생각이지. 그런 면에서 보면 중궈니횽이 자기는 진영에 소속이 안 돼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상대는 언제나 진영에 소속이 돼있으니 나는 이 방송에 맞지 않는다… 라고 한 건 잘못됐다고봐. 이 상황에 이재명에 불리한 얘기 왜 안 합니까 라고 한 것부터가 진영에 소속돼있다는 걸 고백한 거나 다름이 없음. 그러면 본인이 문제제기하는 컨셉에는 오히려 딱 맞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제발 좀 정신을 좀 차리자.

잘못했다

방송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박김영희 선생님 잘 지내시는가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새로운미래의 비례대표 후보인 배복주 후보 대목에 대해 보다가… 궁금해졌다.

박김영희 선생님 이름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그때 인터넷에다 댓글이나 달던 내가 뭘 알았겠나. 누가 그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이유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는 거였다. 이 삭막한 운동권 바닥에 그런 게 있나 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거였는데, 나중에 진보신당에서도 마주치고 하는 분이 되었다.

기억이 희미했는데 비례 1번이셨더라. 잊고 있었다. 사람은 간사하다. 남의 일을 잘 잊는다. 2008년에도 철이 없었다. 이 분이 어떻게 비례 1번이 되었을까에 대한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하던 때다. 검색을 하다 찾아낸 비마이너의 연재물에서 그 당시 사정에 대한 얘기를 보고, 울어버렸다. 비례 1번으로 돼있는 공보물의 사진, 그걸 보니 기억이 나더라. 복잡한 기분이다.

박김영희 선생님이 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2007년 즈음 민주노동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장애여성으로 할당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어요. 민주노동당은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그 당의 비례 1번이 된다는 건 국회의원이 된다는 뜻이었어요. 박경석 대표가 어느 날 “대표님, 정치 한 번 해보시죠?” 했을 때 당연히 장난인 줄 알고 “시켜줘 봐요. 내가 잘하지!”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었던 거예요. 얼마 안 있어서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

박경석 대표는 제안을 할 때 꼭 농담처럼 말하는 스타일이에요. 나는 정치를 할 만한 재목이 아니라고 하니까 걱정 말라면서 “어디 혼자 합니까?” 하셨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혼자더라고요.

(…)

정당에 가입하면서 장애여성공감 대표도, 이동권연대 공동대표도 그만두었어요. 두 단체 모두 대중운동 조직이었고 여러 정당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 없었어요. 민주노동당 비례 1번으로 가게 되니까 친하게 지냈던 사회당 사람들이 사회당이 이동권 투쟁을 더 열심히 했는데 왜 민주노동당 비례로 가느냐고 상처를 받고 서운해하셨어요. 미안하죠. 할 말이 없었어요. 그렇게 들어간 민주노동당엔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당이 깨지는 상황이 되었어요. 당 안에 여러 분파가 있더라고요.

(…)

저에게 정치를 제안했던 건 심상정, 노회찬 씨 측이었는데 그분들은 탈당한다고 발표했어요. 당원들이 울고불고 난리였어요. 탈당하면서 나한테 당에 남을 것인지 자기들을 따라 나갈 것인지 물었어요. 당이 쪼개지고 민주노동당에 계속 남더라도 비례 1번으로 나를 추천하기로 했던 기존 입장이 번복되진 않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공식화된 게 아니었고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워서 100% 장담할 순 없다고 했어요. 함께 탈당하자고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였거든요. 새로 정당이 만들어질지 아닐지도 모르고 만들어지더라도 국회의원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탈당한다고 했어요. 이번에도 사람들은 내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어요.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기왕 국회의원이 되려고 나선 거면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게 맞다는 사람도 있었고 장애인운동을 지지해주던 사람들을 따라 탈당하는 게 맞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고민 끝에 결국 새로운 정당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오직 옆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어요.

(…)

탈당한 사람들은 진보신당을 창당했고 저는 공동대표가 되었어요. 그리고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전국을 다니며 선거운동을 했어요.

(…)

정말 애를 쓰며 선거운동을 했는데 정당 득표율이 조금 모자랐어요. 3%가 되어야 비례대표 1번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0.6%가 부족했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장애여성 곽정숙 씨는 국회의원이 되었어요.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2

읽으면 진보신당 공동대표 하던 시절 말씀도 하시는데, 너무 죄송하다. 통합진보당에 간 후 정치에 좌절한 말씀도 있는데, 난 통합진보당에 간 적도 없지만 그것도 하여간 죄송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배신하거나 저버린 사람들의 어떤 기대 바람 결의 결단 등등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리고도 여기까지 와서 지금도 이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글자 그대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진다.

며칠 전에 레디앙의 정종권 센빠이가 전화를 하셨는데 잘 사냐 한 마디 묻고 그럼 됐다 하더니 끊으시더라. 다들 건강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