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잔뜩 떠들고 다니니까 여기다가는 자제하려고 했는데, 한 마디 써놓지 않을 수 없게 만드네… 아래는 채널A의 보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입법권을 가진 야당이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행정부와의 권력 분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법상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 중 한 명을 택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야당이 수사권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407804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냐? 이해가 안 된다. 권력 분립은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의 일이다. 이걸 논하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법부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권력 분립이 아니라고 주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입법부 300석을 국민의힘이 모두 가져가고,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고, 국민의힘과 철학을 같이 하는 대법원장이 지명되더라도 그 절차적 정당성을 완결적으로 갖췄다면 형식적 측면에서 삼권분립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이건 중학생 정도만 돼도 이해할 거다.
그런데 윤통의 결론은 ‘민주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해선 안 된다’이다. 합의 추천하는 거 문제 없고, 여당이 추천하는 것도 문제 없다는 거지. 그러면 이거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여당과 야당 사이의 문제이다. ‘야당이 후보 2명 다 추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사실은 이 주장 하고 싶은 것. 근데 이 주장은 무리지. 왜냐하면 야당이 2명을 다 추천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 결국 최종 지명권은 대통령이 갖잖나.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걸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기가 수사받을 특검을 선택하는데 그걸 여당이 추천하도록 두면 되겠어? 심지어 과거에 이명박도 내곡동 사저 특검에 대해선 야당이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런 얘기 꺼내면 이제 할 말이 없어지는 걸 아는 거지. 그러니까 ‘대통령이 수사 받을 특검을 스스로 지명하게 되는 건 안 된다’는 논리를 ‘입법권을 가진 야당이 수사권까지 갖는 건 안 된다’로 되치기 하려는 것임. 근데 이건 앞에서도 봤듯 범주 오류지. 이걸 자꾸 습관적으로 하는데, 제발 앵무새처럼 따라하지 말았으면.
하긴 엊그제 방송에서 민정수석 부활 얘기하는데… 내가 그랬다. 이런 계획은 집어쳐라. 민심을 듣겠다면 민정수석 말고도 들을 수단은 많이 있다. 쓸데없는 오해만 사지 않느냐… 그러자 여당 패널이 그러더라. 민심을 듣기 위해 꼭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내가 그랬지. 정 그러면 최소한 2가지를 해라. 첫째, 검사 출신은 수석으로 임명하지 말것. 둘째,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은 최소한 하고 할 것. 그래야 속아주기라도 하지. 안 그러면 이거 사정 컨트롤타워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 벗어나기 어렵다… 그랬더니 여당 패널이 그러는 거다. 나는 사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선출된 권력이 컨트롤해야 한다!
아~ 여보세요 당신네들 대통령이 그런 주장을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 내세워서 대통령 되신 분 아님? 이렇게 반론할까 했지만 못 알아들을 거 같아서 말았다. 아무리 어거지를 써야 하는 상황이어도 말 같지도 않은 말은 그만 좀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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