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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럿워크와 잠재적 성범죄자의 문제

조회 수 23271 추천 수 0 2011.07.26 20:12:19


슬럿워크 행사에 별 관심은 없었는데,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서 "(어떤 여성들이?) 남성 일반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 반응이 슬럿워크 행사와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일단 첫 번째로 궁금한 것은, 누군가가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상황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데 그런 것이 과연 항의할 만한 상황이냐는 거다. 그렇게 치면 법률은 언제나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 법률만 그런가. 은행이 새콤을 달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그는 것은, 내가 모르는 일군의 사람들을 '잠재적 도둑'으로 취급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나 가정집에게 "왜 인간 일반을 잠재적 도둑으로 모느냐."라며 항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다 보니, 슬럿워크 행사와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의 연결고리 사이엔 훨씬 더 기이한 점이 있다. 말하자면 슬럿워크 행사야말로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을 반대하는 행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가령 "여성이 헐벗고 다니면 남성은 성욕을 억제할 수 없어 성범죄의 위험이 현저히 높아지므로, 여성은 복장을 제한해야만 한다."는 논법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걸 넘어서 거의 '예비 성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아마 슬럿워크 행사를 비판할 수 있는 가장 냉소적이면서 그럴듯한 논거는, "당신들의 권리에 대한 갈망은 존중하지만, 남성은 본질적으로 성범죄자이기 때문에 그 권리행사는 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일 게다. (이와 유사한 버전으로, 내가 들은 것 중에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장 참신하고 설득력있는 논거는, sonnet님의 "한국인들은 타인종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없기 때문에 다문화사회가 전개되면 한국 사회에 온 타인종 사람들도 너무 괴롭다."는 것이었다.) 


(* sonnet님의 얘기는 여럿이 있었던 어느 모임의 뒷풀이 자리에서 들었던 것인데, 포스트에 쓰신 적은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주제로 쓴 글은 이것인 것 같고. http://sonnet.egloos.com/4577066
**슬럿워크 시위 관련해서도 한편 쓰셨는데 그 글은 이것. http://sonnet.egloos.com/4602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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