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건의와 침대축구
누가 댓글 달은 걸 봤는데 그런 얘기였다. 진보들은 지들 말 안 듣는다고 지랄할 줄만 알지 보다 나은 쪽에 힘을 실어주는 일에는 관심도 없다! 최악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듯 했다. 피꺼솟. 알겠냐? 당장 지난 대선에 거의 울면서 내가 정의당 지지자지만 이재명을 찍었노라 말한 사람이 내 주변에만도 수두룩하다. 이번만 그런 게 아니고 문재인 두 번 연속 찍고 손가락을 어떻게 하고 싶다고 말하고 뭐 그런 사람들 부지기수다. 다시 말하지만 그 사람들 민주당 지지자 아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이 염병을 몇십년째 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진보들한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지, 싫은 소리 요만큼 좀 했다고 남은 백원마저 다 내야 천원이 맞춰질 게 아니냐며 역정 내는 게, 그게 양심을 가진 사람의 짓거린가? 내가 정의당 욕도 맨날 하는 사람이야! 그 당으로는 이제 뭐가 안 된다라고 한 적도 있어. 그러니까, 좀 그냥 누가 욕을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좀 들어 좀… 반박을 할 게 있으면 구체적으로 하든지. 더 나은 쪽에 힘을 실어줘라???? 뭐 어떻게 하라고?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무조건 문재인 이재명 만세 만세 윤석열 나쁜놈 살인자 정치보복 내가 죽일거야 김건희 주가조작 검찰공화국 오로지 이런 얘기만 말하고 써야 된다는 건가? 그 심보가 엠비씨 조지는 윤석열 하고 뭐 다르냐?
아무튼. 민주당이 무슨 해임건의라고 하는 걸 보면서 잘 이해가 안됐다. 방송에서도 말하고 글에도 썼다. 해임건의 그래. 이건 박진 때하고는 다르다. 명분있다. 해임건의 할만하다. 유가족들도 원한다. 유가족 심정 돼봐라… 알겠어? 명분있다!!!!!!!!!!!!!!!!!! 명분있다고!!!!!!!!!!!!!!!!! 할 만 하다고. 못 알아들어? 명분이 있다고 했어 분명히. 그런데, 정치라는 게 그냥 명분 있으니까 지금 할게요 ㄳ 이렇게 해갖고 되는 게 아니잖아? 실제 거둘수 있는 효과 이런 걸 같이 고려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 해임건의안 낼 거면 진작 냈어야지 왜 국정조사 합의한 다음에 갑자기 던져가지고 다 하나로 묶어버리냐? 연환계냐? 연환계 같이 됐으면 또 말을 안해. 아니잖아 결국 해임건의는 해임건의대로 무시당하고 예산은 예산대로 진전없고… 국정조사는 또 침대축구로 가고…
사실은 국정조사도 국힘 제끼고 하는 게 편하고, 예산안도 국정조사를 이유로 양보하기보다는 계속 밀땅하는 게 더 좋고, 이상민 이상민 노래부르면서 우리편끼리 할 말 생기는 것도 좋고, 뭐 그런 거 아닌가? 오히려 원하는 그림 아니냐는 거지. 그래 뭐 그럴 수 있어. 근데 그게 좋은 거냐? 좋은 거다라고는 얘기 못해주지. 그래서 글에다 이렇게 쓴 거다.
오늘날의 양당정치는 양당 내의 강경파들에 끌려가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능동적인 적대적 공생 관계를 이룬다. ‘윤핵관 중의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애초에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애초에 해임건의안이 아니라 탄핵소추안을 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조건으로 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울 걸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불수용 의사를 밝히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보이콧하며 예산안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지지부진하는 끝에 민주당이 단독으로 수정안을 제출해 의결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국민의힘이 빠진 상태에서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보다는 성토대회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다. 정권과 여당은 야당들끼리 일방적으로 진행한 국정조사의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며 폄훼할 것이고 유가족 단체의 요구에 대해선 정파적 프레임을 씌우며 무시로 일관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권의 대응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거다. 권성동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괴상한 주장을 적는 것도 다 이런 결말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한 이런 구도가 정작 양당의 정치공학으로 보면 오히려 윈-윈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공학에 포커스를 맞춰 상황을 다시 재구성해보자. 양당이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은 각자의 정치력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기회가 됐다. 그런데 예산안 처리 이후 국정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한 합의는 민주당의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조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서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국회 다수당으로서 예산안 합의를 빨리 이뤄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에게 있어서 이번에 예산안 관련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잖아도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개발 의혹 등 리스크 때문에 조직적 뿌리를 제대로 내리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도덕적으론 불안할지 몰라도 유능하다는 평가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취임 100일이 되도록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도 나오는 상황이 됐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예산안 협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역 조직에 나름의 실리를 안겨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거다.
이런 조건 하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은 민주당의 협상력을 다시 복구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이 국정조사 합의를 달가워 하지 않는 판국에 국민의힘이 해임건의안을 핑계로 보이콧을 주장할 수 있는 국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을 지키고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기 위해 예산안도 버릴 수 있는 정부 여당’이라는 방식의 공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정조사의 실효성’과 연계돼 있다는 예산안 협상의 성격은 중립화(neutralize)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과 ‘이재명 방탄’ 타령으로 일관하고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 반대’를 외치며 서로 대립하는 익숙하고도 쉬운 구도를 서로 반복하면 된다.
정부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그들이 주장하는 ‘서민감세안’을 단독으로 제출해 처리하더라도 큰 걱정은 없다. 내년 초에 바로 추경안을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서로 손가락질 하는 지리한 예산안 협상의 줄다리기 2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다. 올해를 넘기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예산안 협상은 어떻게든 합의가 되는 방식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로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갈등을 모범적으로 해소할 기회를 잃게 된다.
… 그래서 이 모든 게 이태원 참사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극복하느냐를 기준으로 보면 지금 상황은 양쪽의 침대축구에 불과한 거다 이 말이다. 이런 얘기하면 또 양비론이라고 지랄하지. 글의 결론은 윤통이 이상민을 잘라야 한다는 거다. 가서 봐라.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724
보고도 똑같은 소리가 나온다면,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라. 온세상이, 모든 결론이 이재명 만세 불러야 직성이 풀리는 그 정신머리라는 게 도대체 뭔지. 피곤하다… 개발자 같은 게 됐어야 했는데… 개발자는 안 피곤하다는 게 아니고, 프로그래밍이라는 건 적어도 뭘 입력하면 뭔 결과가 나오는지 정해져 있잖아.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뭐가 잘못됐는지를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서 고치는 게 가능하잖아.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특히 정치 현안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그게 가능한가요? 아뉘. 윤통이 운동권 초년생 같이 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운동권 초년생! 그 얘기는 나중에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