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대로 떠드는 전문가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술들을 보자.
-화물연대에 대한 비판이 컸는데.
“화물연대의 요구는 고물가, 고유가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가속시킬 수 있었다. 국민 경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교섭할 주체로서의 신뢰성을 잃었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 연대는 수틀리면 판을 없고 파업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산별교섭이나 중앙 교섭이 잘 돼 있는 나라들은 파업에 굉장히 신중하다.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교섭과 타협의 제도를 만들기 어려워졌고 정부와 노동계간 힘 싸움이 되어버렸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12/17/XTO2EEV2KFD4TPMNIX6A24VPEE
화물연대와 상급기관인 공공운수노조 및 민주노총은 여론전에서 완패한 것이다. 6월 파업 이후에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에 각성을 요구하며, 파업의 불가피성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선제적으로 호소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총파업의 성공으로 물류를 멈춰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여론의 지지 없이 파업만으로는 노동 조건 개선을 달성하기 어려움을 민주노총이 아직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각종 경제단체와 산하 연구기관들에 필적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설립해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과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 없이, 대규모 집회와 노동쟁의에만 기대는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둡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160300085
합의를 하면 그것이 실제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 합의의 가치라는 스웨덴 모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동의한 스웨덴 노총처럼, 모두를 위해 지켜야 할 노동시장에서의 공통의 가치를 도출해야 할 책임이 노사정과 여야 모두에게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130300005
나의 감상: 염병들을 해라…
이 분들은 지금까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첫째, 안전운임제는 더블민주당 정권이 별로 잘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만들어준 시스템인 게 맞다. 근데 잘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왜 들어줬는가? 그 점을 생각해봐라. 결국 화물연대 등이 싸워서 쟁취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요구가 아니다. 형태를 계속해서 바꿔오긴 했지만 중앙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에서 운임의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화물연대 초창기부터 지속돼 온 요구다. 그리고 이 조건은 이전에 내가 여기다가 싸놓은 글들에서 떠들었듯 특수고용이라는 형태에서 온 거다. 앞의 논자들 중 일부는 이 점을 철저히 무시한다.
둘째, 이 나라에 사회적 대화 구조라는 게 지금 있냐? 이 분들 말씀보면 여기가 원래 북유럽이었던 것 같다. 한국이 잘 정비된 코포라티즘 국가라면 화물연대도 고물가 고유가 상황을 인식해 다른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충분히 있었을 거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논의를 아주 좁혀서 안전운임제에 한정한다 하더라도, 제도가 일몰을 앞두지 않았다면 운임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그 점을 반영한 논의가 진행됐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어질 게 뻔한 상황에(정부가 3년 연장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자꾸 그러는데 파업 돌입이 기정사실화 된 다음에 한 것인데다 그마저도 파업 시작하자마자 걷어 차버리는데, 그런 약속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무슨 고물가 고유가인가? 오히려 이건 화물연대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고물가 고유가는 화물노동자에 직격탄이 된다) 화물연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거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면 그건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안을 얘기했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장덕진 씨가 예로 든 스웨덴 얘기는, 가령 이런 거다. 안전운임제 논의를 통해 결정된 운임을 강제하는 구조에서, 화물연대로부터 이탈한 일부 화물노동자가 우리는 결정된 바에 비해도 더 높은 운임을 당장 받아야만 하겠다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저런 얘기를 예로 들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셋째, 6월 파업 중단 이후 홍보전이 부족했다는 박상인 교수의 지적…… 최소한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에라도 들어가보셨나요? 파업 접었는데 접자마자 우리는 참지 않습니다, 장난치면 바로 파업 돌입합니다, 두고 보세요, 죽여버릴 겁니다… 이러고 다니나? 내부적으로는 할 수 있는 평가일지도 몰라… 이게 뭐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