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결심을 마치고 장관을 그만두신다는데, 분위기는 묘하다.
오늘 조선일보 지면에 왕세자 얘기가 거의 없다. 아직 간을 좀 보는 건가? 대신 조선일보계열이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 수정안 시나리오 얘기를 사설로 썼다. 뭔가 용산-왕세자-여당 집권 세력 전반에 이 솔루션이 100% 설득이 되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다.
이런 무리한 특검법이지만 시중 여론이 많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납득할 수 없는 처신 탓이 크다. 대통령 선거 때는 ‘내조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선거가 끝나자 다르게 처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상당한 반발을 살 것이다.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당당히 털고 가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진실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 선거 정략에 이용하는 특검이 돼서는 안 된다. 특검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고 수사 개시를 총선이 끝난 직후로 해도 진실을 파헤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까지 특검을 여야 합의로 추천했다고 파헤칠 문제를 못 파헤친 적이 없다. 민주당도 특검을 선거 정략으로 이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총선 직후 특검 실시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12/21/M2GGNIWXJFBTRHJTS5MERBRJLE/
다만 사설 마지막에 핵심이 있는데, “민주당도 특검을 선거 정략으로 이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총선 직후 특검 실시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는 거는 “총선 직후 특검 실시에 반대한다면 민주당은 특검을 선거 정략으로 이용할 생각인 게 확실하다”고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근데 민주당은 반대하겠지. 그러니까 ‘선거 정략’이라는 주장이 강화될 거고 그러면 거부권 행사도 명분 생긴다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시사하는 거다. 이게 뭐 그렇게 이상한 얘기냐, 이런 태도일 듯 한데…
중앙일보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와 여당 양쪽 중 한 군데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다. 왕세자 발언을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정치인 한동훈’의 행보에 모이고 있다. 일부 언론과 여권 일각에선 전날 한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수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여권 핵심부는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과 특검법을 합의하되 총선 이후에 하는 방안이 검토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건희 특검법은 반헌법적 악법이고, 이미 수사해서 혐의를 못 밝힌 사건이고 (특검법 주장은)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은 정리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 수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에 “총선 후 특검은 특검 자체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어제) 드린 말씀에서 더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6394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사설로는 또 왕세자의 언행이 너무 가볍다고 꾸짖고 있다. 제가 좀 격식을 갖춰 말하는 방송에서 늘 말씀드리는 바이다.
한 장관의 발언은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이나 인신공격성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하지만 상대의 잘못을 같은 방식으로 되받는 것은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한 장관은 집권당 비상대책위원장에 1순위로 거론되고 있지 않나. 총선 정국에서 외연을 확장하고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내는 게 집권당 비대위원장의 핵심 책무다. 한 장관이 ‘자신감을 갖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식의 화법만을 고수한다면 비대위원장으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6452
여기에 그치지 않고 투머치토커 강모 논설우원은 아예 왕세자 책봉 얘기를 지난주로 되돌려서 얘기를 하려고 들고 있다. 한동훈? 난 모르겠는데? 이런 태도지.
국민의힘은 8년 전 문재인의 용단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절실하다. 좌측으로 쏠려 득표력을 잃었던 민주당은 우측에 속한 전략가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에 앉혀 중도 표를 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반대 방향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념 등 우측으로 쏠렸던 노선을 중도로 돌리고 민생을 최우선으로 해 약자 보듬기에 나서야 한다. 그런 변화를 단기간에 유권자가 체감하게 하려면 민주당이 박근혜의 남자를 데려왔듯이 존재 그 자체로 변화가 입증되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되어야 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6448
동아일보는 김건희 특검 수정안 시나리오가 가동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까지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도 톤이 확실하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문제 조항과 관련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장관은 전날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은 총선 앞 최대 악재인 ‘김건희 특검법’도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안다”며 “한 장관은 특검 이슈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거부권이 불가피하다는 기류이지만 윤 대통령의 부인과 관련된 특검 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 대응 방식과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한 장관 등판으로 새 국면이 조성될 경우 여야 협상 상황에 따라 대통령실의 기류도 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31221/122719657/1
그러니까 이 시나리오는 조선일보계열이 가장 적극적인 셈인데, 그게 용산-한동훈과 삼각패스를 하는 중인 것인지 아니면 가정교사를 자처하며 한동훈 길들이기에 나섰지만 일방적으로 헛물 켜는 중인 것인지는 좀 더 봐야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