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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게임

힘멜

2026년 3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연구자라는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얘기를 해보면 무조건 지들이 나보다 많이 알고 있다. 뭐 대체적으로 극렇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뭐 내 얘기는 하나도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얘기가 없는 거냐? 그리고, 일단 들어는 봐야 네가 건질 얘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냥 건성 건성 들은 다음에 조소하는 태도로 이미 한 얘기 또 물어보고 이런다니깐(진지하게 안 들었기 때문에 또 되묻는 것). 그리고 대답을 해주면 자기 식으로만 이해하려고 하고. 야, 연구자면 기본적으로 남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맥락을 맞춰서 이해를 해야 될 거 아니냐? 환장한다. …

그런데, 뭐 그러는 것도 이해는 가요. 그 양반들이 그런거 아니면 뭐 어떻게 사나… 연구자 그거 해가지고 돈을 잔뜩 버는 것도 아니고… 존심이라도 세워야지 뭐… 자… 연구자 여러분 일반화 해서 미안하고요. 훌륭한 연구자들도 많은데…

아무튼 최근에 무슨 작가라는 분이 무슨 연구를 한다면서 무슨 매체에다가 거의 아무 말이나 해놓은 걸 보고 또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런 많은 걸 알고 있다! 내가 이런 걸 말을 한다!’는 자기 만족적 기분 외에, 뭐 진지하게 세상 일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는 한 건가 싶은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다. 남들이 보기에 나도 그럴까? 그렇겠지? 닥치고 사는 게 장땡인데… 왜 이렇게 사는지…

아무튼. 내가 게임의 문법과 게임 담론, 그리고 이걸 조직화 하려는 정치가 만나 젊은 세대 내에서의 극우포퓰리즘으로 귀결되는 어떤 통로 중 하나가 되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는 것은 이 블로그를 보는 분이라면 많이들 아실 것. 동시에, 윤석열 탄핵 집회에 젊은 남성 오타쿠들이 왜 출현하였느냐에 대해서, 이것 역시 역설적이지만 게임적 세계관 덕분일 수 있다고 한 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자체만큼이나 해석, 즉 비평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던 거다. 근데 뭐 이런 말 하면 막 눈 굴리고 그러는 거거든. 대체 무슨 말이냐, 게임이 좋다는 거냐 나쁘다는 거냐…

언젠가 유튜브에서 그런 말을 했다. 프리렌에서 힘멜을 봐라. 가령 힘멜 오타쿠들이 세계 각지에서 선행을 했다는 기사들이 가끔 나오잖나. 대만의 힘멜좌도 그렇고.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된 거냐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이미 한 얘기의 리바이벌이라는 점, 공지드리고.

프리렌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거지만, 이 얘기는 기본적으로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의 문법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용사 힘멜은, 그 호칭(직업)이 ‘용사’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전형적인 게임의 주인공이다. 힘멜이 작중에서 했다는 행위들은 일본식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게임에서 하는 일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던전을 보면 반드시 들어가고, 최단코스로 공략하는 게 아니라 한 층을 전부 공략할 때까지 다음 층으로 넘어가지 않고, 마왕 공략을 위한 가장 효율적 루트를 찾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모든 마을에서 모든 의뢰를 받아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해결하고, 의뢰를 해결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사실 플레이어가 게임상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 이유는 게임 속 세계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더 많은 재미와 경험 즉 퀘스트, 더 많은 경험치, 더 많은 보물 등 아이템, 더 많은 동료 등을 위한 일을 뿐이다. 게임을 돈 주고 샀으니 그만큼의 가치를 뽑아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즉, 이것은 철저히 ‘나’를 위한 일이고, 철저히 사익을 위한 일이다.

그런데 힘멜은, 즉 장송의 프리렌에서 ‘평소 게임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는 나’더러 감정 이입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캐릭터인 것이 틀림이 없는, 게임 상에서 내가 하던 일을 만화에서 그대로 하고 있는 이 캐릭터는, 내가 그저 사익을 위해 한 일이 사실은 게임 내 세계에서 모두 선의의 활동이었으며 공익을 위한 것이었으며 게임 내 인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행위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나는 단지 경험치를 더 얻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했는데, 힘멜은 사실 그게 아니라 게임 속 인물들의 사연 하나 하나에 모두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한 일이라고 설명해준다. 내가 해온 행위에 공적인, 선한 의미를 부여한다. 나도 몰랐는데, 나는 과연 정말로 용사였다! 힘멜에 따르면 그렇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나는 용사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힘멜좌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현실은 게임과 만화보다 복잡하므로, 거짓 명분과 서사에 속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은 오늘 천사였던 존재가 내일 마왕으로 밝혀질 수 있는 세계이다. 확실하지 않으면 토벌에 나서지 마라. 그런데 윤석열이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확실한 마왕이 세상에 등장하였던 것이다.

윤석열 이전에 이 구도를 거꾸로 비튼 것이 극우포퓰리즘이다. 극우포퓰리즘에서는 문재인, 시진핑, 김정은이 마왕의 자리에 앉아 있다. 평범한 동료(알고 보면 특별할 수도 있는… 특히 특별할 수도 있는 나…!)들이 각성해 힘을 합쳐 부와 권력을 독점한 사악한 군주나 엄청난 힘을 가진 악의 제왕을 무너뜨리는 것 역시 게임의 클리셰이다. 물론 클리셰의 왕이 예수 스토리인 것에서 보듯, 이는 기득교적 구도이기도 하다.

밥 먹으면서 프리렌 보다가 문득 다시 떠올라서 적은 것임.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게임, 극우포퓰리즘, 윤석열, 장송의 프리렌, 힘멜

게임과 전쟁과 백악관

2026년 3월 7일 by 이상한 모자

최근 백악관이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하는 방식의 전쟁 정당화 영상을 올려 많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오래 전에 했던 오타쿠 게이머 모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모임에서 나는 게임의 형식 자체가 가져오는 게이머의 인식 변화라는 게 있다는 얘기를 했다. 이건 나 혼자 하는 얘기가 아니고 이런 저런 비슷한 얘기 한 사람, 해온 사람들이 다 있다. 게임 자체의 형식이 만들어 내는 인식이라는 게 있고, 그 인식을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방향으로 귀결시키는 게임 담론이라는 게 또 있고, 그 게임 담론을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극우포퓰리즘 정치가 있다는 게 내 주장이다. 이 얘기는 지난 번에 쓰고 방치해 놓은 책 원고에도 있다.

지금 못 봤지? 내가 글씨로 다 지금 썼는데도 못 봤지? 그냥 뭐 또 그랬겠지 하면서 대충 읽느라. 다시 쓴다.

1) 게임 자체의 형식이 너님들에게 형성하는 인식이 있고
2) 이 인식을 특정 이데올로기적 방향으로 이끄는 ‘게임 담론’이 있고
3) 이 ‘게임 담론’의 수용자를 정치적으로 조직하는 극우포퓰리즘 정치가 있다

트럼프의 백악관은 정확히 이 대목을 겨냥하고 있는 거다. 겨냥? 여기에 익숙한 것이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익숙한 것이다. 왜? 계속 그렇게 해왔고, 그게 진행이 돼 왔고, 뭐 상식이니까! 우리 세대가 뭐 전쟁을 어디서 경험했냐? 다 콜 오브 듀티 이런 데서 경험했지. 근데 거기서 경험한 건 뭐? 총 맞고 사망하는 걸 경험했나? 아니다. 사망했지만 시간을 되돌려 되살아 나고 다시 가서 적을 쏴죽이고 뭐 하고 뭐 하고 뭐 하는 그런 걸 배웠지. 총의 종류는 뭔지, 소리는 어떻게 나는지, 언제 쏘고 언제 숨고 언제 탄창을 갈아야 하는지, 뭐 그런 거였지. 트럼프의 백악관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게 그런 거다, 이거 아니냐…

그래서 나 같은 놈도 이 얘기를 유튜브에서도 수십번을 떠들고 했지만, 여하튼 간에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른바 젊은 세대의 보수화-극우화 이 문제에 이 코드가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때, 얘기를 했을 때, 많은 우리 게이머 분들의 반응은? 게임을 마녀사냥 하지 마라, 네가 뭘 아냐(요즘의… 영포티가 뭘 아느냐 같은 거였음), 진짜 그런지 나는 모르겠다, 하여간 난 아니다 등등…

왜 그랬는가? 그 때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소중한 게임을 지켜야만 했고(왜? 게임은 소중하고 게이머는 언제나 피해자니까), 또 여러분이 생각하는 ‘극우’에 이런 건 안 들어가는 얘기였기 때문에. 무조건 여러분들이 원하는 얘기, 지금까지 이해해 온 얘기, 여러분들 생각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 하는 얘기, 이런 것만 필요한 거거든. 그래서 이제 똑같은 얘기를 해도, 이전에 하면 ‘저 새끼는 왜 괜히 저러냐, 누가 꼰대 아니랄까봐…’ 이런 반응을 했는 데 이제와서는 ‘아이 그걸 누가 몰라~’ 뭐 이런 반응 하는 거지. 그러면서 악플 같은 거나 다는 거야. 이게 우리가 사는 이 지옥같은 세상이다.

이 모두가 자기 세상에서 주인공인 자기중심적 SNS-인터넷 세상에 더해, 이제는 AI까지… 이 개같은 세상에 대해 더 떠들고 싶으나…

아 왜 진정이 안 되지… 두통예방약을 아직 안 먹어서 그런가… 아 왜 이렇게… 그럼 이만…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게임, 백악관, 이란, 전쟁, 트럼프

게임적 세계관과 환원주의

2025년 4월 1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보니까 어떤 분이 이대남과 게임적 세계관을 논하는 것은 환원주의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더라.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논의가 오히려 어떤 경우엔 편리한 논법이 될 수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대남과 게임적 세계관: 오류와 인사이트

가령 저 같은 사람이 게임적 세계관을 언급한다면, 그건 ‘이대남은 게임을 해서 그렇게 된 거다!’라는 단순한 주장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저는 젊은 남성이 몰입하는 게임과 그들과 긴밀히 연결된 게임 담론(여성의 신체-이미지에 대한 식민지화 포함), 그리고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들의 ‘반대 동맹’, 다시 말하자면 ‘중국-북한-권위주의(전체주의)-진보-문재인-더불어민주당-페미니즘-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동맹에 결합하는 방식의 보수정치라는 하나의 모델을 얘기하는 거다. 그래서 지난 번에 게임을 금지시키자거나 게임 산업에 개입하자가 아닌, 게이머들이 게임 담론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얘기했다. 게임에 대한 얘기를 더 풍부하게 하고, 게임에 대한 비평을 더 살찌우자… 그런 얘기를 했더니 너처럼 잘난 게이머가 되라는 거냐 등 이상한 말씀들을 하셨지만…

이런 지적은 젊은 남성을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가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들을 특정한 영역으로 이끄는 많은 연결고리 중 하나가 게임적 세계관일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물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얘길 또 다 같이 하면 된다.

내가 볼 때 오히려 문제는, 이대남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며 뭘 느끼는지를 정확히 모르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추적해보려는 일체의 시도를 기성세대가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든지, 이건 다 원래 기성새대의 책임이라든지, 2030은 괴물이 아니라든지 하는 이유를 들며 기피하려는 시도이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규명해야 하고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들여다는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뭘 일단 알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냥 자기들이 익숙한 틀, 양극화와 경쟁사회와 등등(이런 얘기는 저도 많이 했다) 이런 걸로만 지금 상황이 설명이 되는가?

숏폼 동영상이 유행한지도 한참 됐지만, 요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숏폼 자체보다 숏폼에 달려있는 댓글을 한 번 열독해보시라. 그만 살고 싶어질 것. 마찬가지로 게이머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심취해 보시라. 성향이 극단적인 곳일 수록 좋다. 그런 쓰레기 같은 글들을 보면서 이건 너무 극단적인 예라거나 이런 예외적인 것들을 갖고 일반화 하면 안 된다거나 하면, 그건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단의 사태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본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게임, 게임적 세계관, 이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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