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주말에 오랜만에 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두통으로 자다 깨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콜백을 드렸어야 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놓쳐버렸다. 전화라는 게 바로 콜백하지 않으면, 뭔가 일이 된다. 어차피 늦은 거 내일 해도 되고, 모레 해도 되고… 이러는 거다.

그래도 나이를 좀 먹으니까 실패했던 것들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있다. 도전이라니 좀 이상한데, 실패한 인간관계 같은 것들 말이다. 오랜만에 누구누구에게 연락을 해볼까, 약속을 잡아볼까, 이런 생전 잘 안 하는 생각이 괜히 들기도 하고 그런 거다. 꼭 오래된 인간관계가 아니더라도…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남들은 다들 그렇게 잘 사는데… 이제 나이도 있는데 그런 사회 활동도 좀 하고 그래야 되는 것 아닌지.

일 때문에 자주 가야 하는 거리에 수족관이 있다. 눈 여겨 보았다가 어느 날은 들어가서 물어봤다. 거북이도 있어요? 커먼 머스크와 레이저백 해츨링이 있더라. 가격을 묻고 다음에 다시 오겠노라 하고 나왔다. 거북이 사육을 위해서는 일단 어항을 준비해야 한다. 이른바 탱크항이라고 부르는, 그냥 리빙박스 등에 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건 좀 그렇고. 나름대로 바닥재도 깔고 육지도 만들고 램프와 여과기도 준비를 해놓고, 그 다음에야 거북이를 데려와서 넣어야 할 것이다.

과거와는 달라서 흥미로운 어항들이 많이 있더라. 뭐 중국인들이 설계하고 제조한 것이지만… 환수가 쉬운 방식이 적용되어 있던데, 좋을 것 같았다. 옛날에 무환수로 거북이 키운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럴려면 물을 제대로 잡아 놓고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아무튼 인터넷 서핑을 하며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가 여과기 문제에 부딪쳤는데, 특히 거북이는 여과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여과기든 거북이 사육에는 약점이 있다. 결국 한 방에 좋은 모델로 가야 한다. 독일 녀석들이 만든 외부 여과기계의 명품이 있는데, 돈을 좀 주더라도 이런 게 있어야…

그런데, 그러다 보니 생각이 났다. 사실 옛날에 거북이 사육이라는 시도를 이미 한 일이 있다. 그 때도 똑같은 생각의 경로를 거쳐 외부 여과기계의 명품을 사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거 같다. 히터며 온도계며 없는 돈에 있어야 할 건 다 구비했었는데… 그 정도의… 약간의 정성을 기울였으나, 어찌된 일인지 결국 거북이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다. 남들은 20년씩 키우기도 하는데… 나는 상심해서 어항 등등을 모두 버렸다. 명품 외부 여과기도 함께다. 지금 같으면 버리긴 아까우니 당근에라도 내놓겠으나, 그 때는 그냥 빨리 눈 앞에서 다 치워버리고 싶었다. 다시는 어떤 생물도 기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과기 사진을 보는데, 그 때 그 모델이더라. 그 때보다 잘할 자신도 없고, 어차피 결말은 똑같을 것 같았다. 거북이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생각에 도달했다. 그냥 생긴대로 사는 것이 답인 거 같다. 이것이 영포티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