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면서 살자
얼마 전에 락커에게 기타를 배우고 일본 라면을 먹으러 갔었다. 부탄츄라는 곳이다. 대단히 기름지고… 한 1500kcal는 할 것 같은 묵직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먹고 급체가 왔다. 다음날 반나절을 굶고 조금씩 회복해서 지금은 괜찮다. 그러나 좀 서러웠다. 이제 쉽게 먹을 수 있는 건 나이 밖에 남지 않았단 말인가?
병원에 가서 눈 검사를 다시 했는데 확실히 오른쪽 눈의 위쪽 시야에 제한이 있다는 게 나오더라. 다른 의심되는 증상은 다 없는 걸로 나왔으니 결국 안검하수의 문제다. 수술을 해야 하나? 의사는 최대한 안심이 되는 얘기를 해줬으나 인터넷 검색으로 보면 수술 실패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냥 위쪽이 안 보이고 마는 거면 사는 데 지장 없으니 그냥 살아도 되는데, 나이를 더 먹었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 까지 고려하고(그때는 너무 늦어 일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 그 외 사위나 복시 같은 문제까지 생각하면,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게 좋지 않나 싶은 생각도 했다. 이런 고민을 계속 해야 하나? 또 서러워 졌다.
오늘은 민중언론 리부트를 한다는 모임에 가서 알지도 못 하면서 몇 마디 떠들었다. 잘 전달될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좋은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데 끝나고 어떤 분이 말을 거는 거였다. 기억 나시냐고… 온라인에서 과거 저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다는 말씀을 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서, 그 중 어떤 것일지… 아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결국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고 말았는데… 너무 죄송했다.
그것을 계기로 하여 인생을 돌아보건대,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오늘은 주말 라디오 프로그램 때문에 방송국에 갔는데 그동안 담당했던 PD가 당장 다음주부터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분 덕에 방송인의 삶이 시작 되었다. 평상시 같으면 또다른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겠거니 할텐데, 세월도 그렇고… 나나 그 분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최근 밥을 먹으면서 그동안 보지 않았던 나이브스 아웃의 나머지 2편을 쪼개서 보았다. 1편부터 그랬지만 하여간 정치적인 영화다. 1, 2편이 현실을 가볍게 비틀고 조롱하면서 비판한 거였다면 3편은 제법 진지하다. 신성에 대한 영화이다. 신성이라는 게…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정치의 주체이기도 한 것인데(신부가 말하듯 그건 결국 ‘스토리’를 통해 전달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좀 고마워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정말 다시 책을 써야 할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