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통

내일 아침 라디오 방송은 전화 연결을 하기로 해서 왠지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좀 자고 일어나서 작업하자고 생각했는데 목디스크 때문인지 갑작스럽게 편두통이 와서 고통스러웠다. 엎드린 자세로 회복했다. 잠이 다 달아났다. 그냥 밤을 새야 할 것 같다. 웃긴 세상이다.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한국은 끝난 것 같다. 시스템 붕괴로 가고 있다. 의사파업은 한국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 의사파업이 우리의 현재이고 미래다. 젊은 전공의들이 자신들은 투쟁에 나섰는데 왜 선배들인 전임의 개원의 등등은 동참을 하지 않는가 막 호소한다. 극우활동가 출신 의사협회 회장이 투쟁에 연대할 것을 부르짖는다. 시험과 수련은 부와 명예를 추구할 수 있는 ‘자격’이다. 여러 정책적 쟁점이 있으나 그래서 왜 전공의인가? 결국 법조인들의 세계관처럼 엘리트 지위 유지가 한 축이다. 그건 꼭 돈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국종 같은 명예가 포함된다. 극우가 세상을 바꾸자고 하고 아직 누릴 기회를 갖지 못하고 개별화 된 젊은 세대가 이에 호응하며 기득권이 돼 누릴 것을 누리는 기성세대는 하느라 하는 척만 한다.

정부 정책은 미비하다. 총선 때 약속을 지켜 지역에 보상을 주고 4차산업혁명 어쩌구로 연결되는 백신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인력양성을 다 뒤섞은 후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을 찔끔 덧붙여 던져 버렸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나중으로 미뤘다. 어차피 공공병원은 밑빠진 독이다. 우리는 정부도 잘못했지만 의사들도 파업을 풀고 장기적으로 정책 논의를… 뭐 이런 얘기나 한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안철수가 형식적으론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얘기를 막 한다. ‘흑화’된 진보들은 정권에 누구 아들을 의대 보내야 되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냐며 막 비웃는다.

요즘은 뉴스가 다 쓰레기다. 뭐를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시사평론가가 다 무어냐. 시사보따리장수로 바꾼지 오래됐다. 이제는 그것도 어렵고 시사고물상으로 해야 한다. 쓰레기들 주워다가 이리 뜯고 저리 뜯어 자기들끼리 기분 좋고 마는… 정치평론가라고 할 때는, 그런 거다. 먹고 사느라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없어 체제에서 소외되는 뉴스-소비자 여러분에게 정치적 관점을 두고 해설을 하고… 소용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뭐 사방에서 이러니 이젠 잘 모르겠다.

우리가 남미화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경제 파탄이나 포퓰리즘 뭐 그런 게 아니다. 엘리트들의 컨센서스가 붕괴한 자리에 이해관계만 남았고 다들 여기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기는 남미다. 요즘엔 세계가 모두 남미다. 삶은 슬프지만 계속된다. 약자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면 그들을 하나로 묶어야 하고, 그러려면 대의명분의 정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매일 매일 하루 하루! 모두 함께 증명하고 있다.

비웃지 마시고요. 두고봐라! 두고봐라 두고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