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끊어라

SNS, 그 고유의 기능을 이용하지 않은지 10년쯤 돼간다. SNS라는 플랫폼 그 자체는 조금은 이용하고 있다. 당장 이 블로그의 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발행되고, 언론사 속보만 모아서 보는 트위터 계정을 이용하고 있으며, 사진 파일을 저장해놓는 용도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다른 이용자와 교류하는 등의 관계를 맺거나 소통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나 나름대로 SNS를 보이콧하고 있다.

SNS에 뭘 올리면 내용보다 의도에 집착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거 같다. 관계가 중요한 플랫폼이라 그런 게 아니겠는가. 이에 대하여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귀찮다. 귀찮으니 다 건너뛰고 계속 하자면, 욕망이 투명하게 반영된다. 내 욕망을 투명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남도 다 그러는 줄 안다. 지겨워 죽겠다… 특히 SNS로 정치 얘기 하는 사람들…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 SNS를 증오하게 되었다.

SNS를 안 하면 하고 싶은 얘긴 어디다 해야 하나? 주변에 사람도 없고… 결국 블로그에다가 쓰는 것이다. 답답하고 말할 데도 없으니 어떡하나. 여기다가라도 감정 표현을 해야지. 여기다가 쓴다고 뭐가 나오는 건 아니다. 따봉도 없다. 그저 카타르시스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냐. 또, 그거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 이제 그만들 하시고 SNS를 떠나시라. 그거 백날 해봐야 남는 거 없음. 뭐가 남나요? 결산 한 번 해보시요. 인간관계가 남나, 지식이 남나, 재미가 남나… 그냥 내가 내 욕망 투명하게 전시한 부끄러운 기록만 남는 것 아님?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을 하든가, 아니면 드라마를 봅시다. 밥 먹으면서 인데버라는 영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재밌더라. 모스 경감의 젊은 시절 얘긴데, 나도 저렇게 뭔가 나를 알아주고 이끌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저런 선배가 될 수 있는 처지였다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지금은 둘 다 어려운 인생이지.

넋두리 2

모처럼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특히 얇은 삶을 살아왔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인간관계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게 있다. 가령, 운동권을 하면서 내 입장에서 실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많이 배웠다 생각하는 분은 장선생님 김선생님이다. 두 분이 사이가 안 좋고 서로 데면데면해도 뭐 어쩔 수 없다. 인생이 그랬는데 이제와서 바꿀 수 없는 거 아니겠나. 영화 타짜에 정마담이 평경장을 두고 그 양반 덕에 내가 이 길로 들어 섰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거는 깨손-진보누리 활동 하시고 조선공산당…에 대한 책을 썼으며 한때는 레닌의 아들을 자처한 최모라는 분이다. 뵌지가 한참 됐는데… 가끔 연락오는데 언제 한 번 식사하시자고 하고 뭐 늘 그렇듯 기약 없다.

김선생님하고 문자로 오랜만에 안부를 나누는데 레디앙의 정모 선생님에 대한 말씀이 나왔다. 운동권 인생 이모작 같은 것을 하시는지, 뭔가 새출발을 응원하는 자리가 있다고 하더라. 김선생님이 보내준 것에 의하면 웹포스터 비슷한 것을 만들었던데, 서울시당 위원장 하던 전성기의 모습이다. 차세대 주자였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런데, 내가 시사 장돌뱅이 같은 것을 하고 다니면서 감을 잃으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일부러 진보 또는 노동 이런 매체들을 찾아보고 하는데, 얼마 전에 레디앙에 윤모 교수의 글인지 말인지 같은 게 올라온 거였다. 근데 단서가 붙어 있는 게, 주장이 무리일 순 있어도 토론을 해야 되는 주제라나? 근데 나는 그 얘기가 토론을 해야 되는 그런 건지 모르겠더라. 너무 전형적이던데… 토론 주제라기 보다는 아 그러시냐, 그렇게 생각하시냐, 그건 놀랍다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오히려 그 글을 올려야만 하는 그 마음이라는 건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해보면, 그게 인간관계에 대한 어떤 얽매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앞서의 장선생님이나 김선생님이 윤모 교수 같은 주장을 막 한다면… 난 주변에 막 두 분이 맛이 가버렸다고 험담을 하고 다닐 거 같은데… 그런 점에서 정모 선생님은 마음이 따뜻한 분인 게 틀림 없다. 물론, 다시 또 말씀드리지만 여기다가 굳이 쓸 수 없는 그런 게 있다… 하여간 무엇을 어디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새출발이라는 것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 진심이다. 화는 내지 마시고…

그리고… 글쟁이, 지식인 이쪽에서는 뭐 헤아릴 수 없다. 그리고, 여기다가 굳이 쓰지 않겠다. 이 분들에 대한 얘기는 웬만하면 글로 남기지 않는 게 좋다. 글로벌 철학자 이모 교수님도 언제 한 번 뵙기는 해야 하는데…

인간관계에 대해 더 써놓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눈의 초점이 잘 안 맞아서 쓰기가 어렵다. 여기까진 거 같다. 본론을 아직 안 꺼낸 거 같은데, 건강상 문제로 할 수 없다. 하여간 하려던 얘기는 좌파에 인간관계는 사치이지만 동시에 또 인간관계에 있어선 좌파가 묘하게 호사스러운데가 있다 이런 건데, 갑작스럽지만 이만 줄이고… 혹시 이 글을 SNS로 보는 분들이 있다면, SNS를 좀 줄이시라.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린다.

넋두리

옛날 사진을 많이 찾아봤다. 나만의 추모 방식이다. 빈소에 갈까도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은 기준이 아니다. 그런 게 있다. 여기다 다 쓸 수가 없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여기다가 다 쓰는 게 아니다…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돌아오니 다들 다른 데로 떠나고 없었다. 순전히 나만의 평가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막내 근성의… 홍무슨표라는 분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나서는 지경이었다. 우리는 마치 고아였다. 그런데 선생님이 나타났다. 갑자기 든든한 백이 생겼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하여튼,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남들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올랐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랬다.

회식 같은 것을 종종 했는데, 노래를 부르자 하면 프랑스 유학파(비유다)답게 고엽을 애창하셨다. 그런데 꼭 이브 몽땅 버전(사실 이게 오리지널이기도 하지만…)을 부르시는 거였다. 그 버전은 전주에 독백이 붙어있다. 고엽은 고전이고 스탠다드인데, 그 나레이션 부분까지 ‘고전’과 ‘스탠다드’로 간주되진 않는다. 그러니까 그 나레이션은 이브 몽땅 고유의 것이다. 그런데 꼭 그걸 다 읊조리고 본론에 들어가시는 것이다. 반주도 없는데… 그 독백을 다 하고 나야 세트느샹송~ 퀴누아상~브레~ 하고 노래가 시작된다. 회식 자리의 청중들은 프랑스어 독백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무튼… 이걸 보면 아마 이브 몽땅은 좌파일텐데, 어쨌든 하다 못해 회식 자리에서의 노래조차 허투루 하지 않는 분이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어디서 했는데 잘 안 와닿는 모양이더라.

사진을 찾다 보니, 김선생님의 거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통진당 지도부가 예방을 온 거였다. 거기에는 돌아가신 노 의원님도 포함돼있었는데, 나름대로 선배 세대에 각별한 김선생님이 ‘진보신당 전 대표 노 의원은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란 피켓을 급조해 시위에 돌입한 것이었다. 난감해 하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노 의원님과 마찬가지로 곤란해하는 홍 선생님 표정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장면에 나오는 사람 중 내가 아는 이들만도 벌써 4명이나 고인이 되었다. 노 의원님, 홍 선생님, 그리고 노 의원님을 수행해 온 오재영 실장, 김선생님을 제지하며 어딘가로 끌고 간 사람들 중 하나였고 당시에는 대변인이었을 박은지 부대표…

한겨레21의 마지막 인터뷰를 읽으며, 원내 진보정당 0석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는 대목에 또 다시 죄를 지은 거 같고,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라는 식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선생님의 마지막 선택과 나의 선택이 똑같았다는 것 정도? 어디로 누구와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일까. 말하고 써봐야 가닿지 않는 이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