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쓴 글
종종 지금쯤 SNS에선 이런 얘기들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세상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허수아비 때리기일까? 기자, 지식인, 그저 인플루언서(인플루언서가 뭐냐? 학위도 자격증도 필요 없는 평론가 같은 거냐? 세상엔 참 별 직업이 다 있다) 할 것 없이 내 상상과 별 다를 바도 없는 얘기들을 쓰고 거기에 반응을 하고 그랬을 거라는 데에 500원 건다.
방금 잡지에 넘긴 글은 미국 대선과 트럼프의 행태와 홍남기의 사퇴와 동학개미들에 대해 논한 것이다. 쓴 글이 혹시 SNS에 공유되고 또 뭐 만에 하나 혹시 화제가 된다면 얼마나 많은 되도 않는 소리들을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꼭 하게 된다. 그런 말들이 그나마 그럴 수도 있다 싶은 것들이면 괜찮다. 하지도 않은 생각, 갖지도 않은 의도, 심지어 하지도 않은 말을 갖고 무슨 말을 듣는 일을 상상하면 짜증이 난다.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방송을 하러 가는데 차가 너무 밀리는 거였다. 스튜디오 들어가기 15분 전에야 도착했다. 보통은 1시간 전까지 오라고 한다. 도착하지 않으면 30분 전부터 막 전화가 온다. 그런데 이 날은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 분장을 날림으로 하고 스튜디오에 갔는데 다들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들 있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필요가 없는 사람인거냐 왜 아무도 전화를 안 하느냐 라고 했다. 다른 출연자 중 한 분이 “어련히 제 시간에 오시리라 한 거지요” 했다.
그런데 제작진 중 A라는 분이 그러는 거였다. “또 왜 그러세요, 대본 못 받으셨어요?” 대본은 B라는 사람이 전날 밤에 보냈다. 그러니 B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B가 날 보면서 말했다. “대본 못 보셨어요? 제가 메일로 보내고 확인 문자도 보내고 읽음 확인도 했는데…” 그만 집에 가고 싶었다. 내가 언제 뭐라고 했냐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했으나 이미 난 대본을 받아서 읽기까지 해놓고 못 받았다고 하는 미친놈이 돼있었다. 이걸 어디부터 얘기를 해야 되나. 출연자가 몇 시에 왔는지도 전혀 관심이 없고… 자느라 안 와버렸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왜 출연자가 안 오는데 전화를 안 하냐구요! 차라리 지가 늦어 놓고 왜 전화를 안 한다고 뭐라고 하느냐 라고 하시라고! 그럼 내가 죄송하다 하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매주 수요일에 가는 방송이 있었다. 수요일 목요일 이틀 나오실 수 있겠냐고 하기에 그건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다음주는 된다 라고 답했다. 그 다음주가 되자 갑자기 수요일 방송이 없어졌다고 목요일만 나오라는 거였다. 일단 알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 그런데 방송이 시작되니 진행자가 나를 ‘목요일의 남자’로 소개하는 것이었다. 매주 수요일 출연이 매주 목요일 출연으로 얼렁뚱땅 바뀐 거였다. 이런 게 어딨냐고 했더니 출연 날짜 바뀌는 건 늘 있는 일 아니냐, 당신이 목요일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런다. 집에 가고 싶었다. 수요일 나오는 사람이 목요일로 바꾸는 거랑, 일단 한 주만 수목 둘다 가능하다고 한 거랑 같습니까?
아무튼 그 난리 끝에 화요일에 나가는 걸로 정리됐다. 제작진은 “다시는 출연일을 바꾸지 않을 게요!” 라고 했다. 내가 요일을 바꾸는 걸 갖고 뭐라고 했습니까??? 수요일에 가는 사람이 “일단 이번 주는 목요일도 된다”라고 한 게 왜 “수요일을 목요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가 되냐고!! 그런 다음부터는 무슨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가령 대본에서 이 순서에 내가 나오는 게 맞느냐 이런 걸 물어 봐도 “화요일에 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한다. 미쳐버린다.
내가 이러고 있잖아? 그럼 제작진 중 한 명이 SNS에 쓰는 거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갑질하는 출연자가 있다… 이런 식으로. 그럼 사람들이 줄줄이 위로 댓글 같은 걸 다는 거지. 알겠냐? 이게 SNS다(이 앞에 말이 서로 안 맞고 의도가 왜곡되고 이것까지 다 포함해서 SNS이다).
처음에는 그냥 지난 주에 쓴 글 두 개를 붙여 넣으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너무 흥분해서… SNS 두고봐라. SNS는 진짜 한심하다. SNS가 세상이야. 세상이 너무 한심. 바이든이 되든 트럼프가 되든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기득권이 싫어서 트럼프를 찍는 사람, 트럼프가 싫어서 지가 뭘 말하는지도 모르는 바이든을 찍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트럼프는 맥거핀이다.
여튼 지난 주에 글… 무슨 글인지 설명하기엔 이미 지쳐버렸네.
한겨레21 / [뉴노멀] ‘김진숙 지도’가 복직한다면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426.html
기자협회보 / 자본에 포섭된 주류 언론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