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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일본 방역 실패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3월 8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 방송한 내용인데 어제 올렸던 글하고 사실상 똑같은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서 중앙집권적 의료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대표적인 게 시사인 일본 의사의 글이다. 결론은 민간업체의 진단도구 제공을 수용하고 보험적용을 하라는 거다. 단선적으로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현행 의료체계에서 한 발 더 시장으로 나가란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가까운 방법으로 성공하고 있는 곳이 한국인 것 같다.

우리의 진단능력이 월등한 것은 어제도 오늘도 말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여기엔 정치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다 코로나바이러스여서 진단키트 개발이 용이했다는 과학적 이유도 있을 거다. 어쨌든 이 키트를 개발 보급한 회사는 대박이겠지. 남는 물량을 해외 수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자면 민간의 진단도구 수용 등이 어려운 이유는 먼저 제각각일 진단도구를 표준화 시키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고, 그것의 정확성이나 안정성을 검증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메르스 덕에 그 모든 걸 빨리 빨리 할 필요와 그럴 수단과 그래도 되는 맥락을 갖출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 재감염은 키트의 정확성 등 문제로 봐야 할텐데, 이걸 어느 정도 수준에서 승인하는 게 맞는 거냐 이런 기준을 누군가 결정해야 하고 그걸 일본은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민간의 진단키트 얘기와 관련해선 링크의 인터뷰 글을 참조.

내일부터 일본의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상응조치가 실시된다. 9일 0시부로 일본 국민에 대한 사증면제는 잠정 정지, 일본 주재 우리공관에서 일본 국민에게 발급한 사증의 효력도 잠정 정지인데 다만 국내에 외국인등록이 돼있거나 거소신고가 유효한 경우는 사증 효력 정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신규 사증발급 심사를 강화하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건강상태확인서 제출을 의무화 하고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특히 사증 효력을 건드리는 일본의 조치를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방역의 필요성이 아니라 정권의 국내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전부터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스캐들로 지지율 하락 국면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일부 지자체들보다도 중앙정부가 못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된 배경에 중국 눈치보기와 올림픽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다른 걸 신경쓰느라 국민안전은 도외시 하다가 뒤늦게 실효성 없는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도 가능하고 정치적 문제가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일본의 방역 실패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치료 및 관리가 아니라 봉쇄에 방점을 찍어 놓은 방역대책 문제가 있었다. 이 대표적 사례가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이다. 일본은 매뉴얼 사회로 불릴만큼 책임을 지는 문제에 민감해 일단 만들어 놓은 대책이 뚫리면 임기응변적 대응이 어렵다. 전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국림감염병연구소와 여기서 지정한 일부 의료기관, 지방위생연구소 등으로 제한돼있는데 최근에야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을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숙련도의 문제도 있고 진단키트 수급 문제도 있다. 당장 파격적인 대응을 하고 싶어도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못 한다. 그러니 여론에 쉽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입국제한을 선택한 것이다(휴교령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그에 비하면 우리 진단능력은 너무나 월등해 전세계가 놀라워하며 우리를 배워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국제사회가 제대로 하려면 근거자료가 충분히 있어야 되는데 한국이 사례를 제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일례로 우리는 하루에 1만명 넘는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는데 일본은 하루에 300명 수준(최대 1천명 정도) 밖에 검사를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민간업체나 기관과 협력하면 이 숫자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데 앞서 경직성 문제로 그게 쉽지 않다. 반면 우리는 민간업체의 진단키트 개발과 승인 보급을 빨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응이 다를 수 있었다.

우리가 이런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메르스 때 방역체계 문제가 드러났고 그걸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 사회적 경각심을 갖긴 했지만 실제 피해가 지금처럼 크진 않았다. 전염병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게 정치적 문제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후속 대응을 달라지게 한다는 점도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신종플루 때는 피해가 심각하긴 했지만 정치적 문제는 아니었다. 특진비 폐지 등 일부 제도적 문제가 지적이 되긴 했으나 타미플루라는 치료제를 들여와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메르스는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문제가 심각했었던데다 정부 대응의 실패가 강조되고 병원 감염 문제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사과하는 일 등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해 중동으로 가라고 말한 것도 정치적 영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정치적 문제가 됐기 때문에 전화위복이 가능했던 건데, 전염병 대응이 정치적 타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자각이 이때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근래 전염병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사례는 없다. 오히려 이런 때에 필요한 대응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의료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경험을 해본 쪽이 진단키트를 제공한다든지 기술협력을 한다든지 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정을 일본 정부가 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나쁜 정치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메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아베 신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복고풍 당명에 대한 방송 내용

2020년 2월 17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 뉴스는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염증이 느껴진다. 트위터를 보니 경향신문 필자 선정이 구리다는 이 정권 지지자의 볼멘소리가 올라와 있다. 그 중 누가 내 이름을 언급했다. 나는 경향신문은 물론 어떤 메이저-일간지에서도 고정 칼럼을 맡아본 일이 없다. 그건 약간 컴플렉스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디가서 글쟁이를 자처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 물론 어쩌다보니 저술가니 칼럼니스트니 하는 직함으로 불리게 됐지만. 그건 필요하니까 대는 타이틀인 거고, 근본적으로는 운동권이다.

그런데 그건 어떤 지향인 거고, 지금의 나는 남들 보기에 그저 시사 보따리 장수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방송국의 요구대로 떠들 뿐이다. 신세가 이렇다 보니 모든 것에 더 무감각해지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모 당에서 누구를 국회의원 만들기 위해 뭔가를 할 거라는 얘기도 한다.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은 그저 냉담자이다. 하지만 단 하나 포기하지 않는 것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거다. 내 방은 하수구다. 몰래 땅굴을 파서 거사를 준비하는 곳이고, 동시에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벌이다 실패해 결국 돌아올 곳이다. 기분 상으로는,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다가 또 돌아왔다. 그래서 방에 대해서 집착을 하고 있다.

아무튼. 그래도 방송 내용에 약간의 고집을 넣는 걸로 마지막 포기하지 않은 일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되짚으려고 하고 있다. 뭐 어차피 이제와서는 식상한 얘기들이지만, 그냥 올린다. 일요일의 방송 내용이다.

1.

오늘은 일본 코로나19 대책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요코하마 항 인근에 정박해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70명의 감염자가 새로 확인됐고. 이 배에 있는 감염자 수는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홍콩 주민을 빼고 355명으로 늘어났다. 일본 전체 감염자 수는 408명으로 집계됐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확진된다든지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 내놓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일본은 의사와 환자 간을 포함한 병원 내 감염 사례도 있는 상태다. 거의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언론에서 지적하는 바를 보면 전염병을 치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일본에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만 하다가 일을 키웠다고들 한다. 이른바 미즈기와 작전이라는 건데 미즈기와는 한자를 읽으면 물 수에 가 제 자… 물가란 뜻이다. 육지에 도착하기 전 물가에서 승부를 본다는 뜻으로 일본 방역대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크루즈선을 해상에 격리한 것도 그렇다. 이 배를 방치하는 바람에 확진자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입항을 거부하는 바람에 거대한 세균배양접시가 됐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이다. 이 배의 탑승객 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일본 정부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국내로 번지는 것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으니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그게 안 된 이유 중 하나는 의료체계의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국립감염증연구소와 전국 83곳에 있는 지방위생연구소인데 이들 기관을 완전히 가동하면 산술적으로 하루 최대 1500명 정도의 검사가 가능할 거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전염병 대응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훨씬 적은 숫자를 언급하고 있다. 앞서 다이어몬드 프린세스호에 있는 승객과 선원은 모두 합치면 3700명이 넘는데, 이 때문에 초기부터 승선 인원 전원에 대한 검사 등은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관광 산업을 보호 논리도 있다. 한일 갈등으로 지자체 관광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의 관광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게 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에 확진자가 늘어나 다른 국가에서 여행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면 일본 관광산업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더군다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 타격이 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크루즈선의 확진자 통계를 따로 내기도 한 것이겠지만 망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정책은 바이러스 침입을 막는게 아니라 늦추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면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 서비스를 신속하고 제공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 타산지석 삼아야 할 대목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 네티즌들이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이렇게 된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는 점이다. 국내 보수언론의 논조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일본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염병 발생 이후엔 특별히 중국을 배려한 뭔가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초기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금도 그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대응이 늦어진 측면이 작용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세계보건기구 등의 대응 문제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예산 삭감이 있다.

중국눈치설의 부당한 점은 이게 결국 지금까지 일본의 잘못된 정책의 근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세계는 더 강하게 이어지고 있고 한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우리가 숨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은 없다. 그렇기 떄문에 전염병은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아야 하고 중국에도 그런 점에서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해야 한다.

2.

당명 재활용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하는 당명은 결국 돌고 돌아 국민의당이 됐다. 원래 안철수 전 의원이 만드는 당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 안철수신당이라는 당명을 추진했지만 선관위가 불허했고, 그래서 과거 국민의당 창당을 연상케하는 국민당으로 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다른 정당명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이 당은 남재준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려고 했던 곳이다). 결국 아예 과거에 만들었던 당 이름인 국민의당을 쓰기로 한 것이다.

민주통합당도 등장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합당하고 당명은 민주통합당으로 하기로 합의했다는 건데, 민주통합당은 과거 오늘날의 더불어민주당이 당 외의 세력과 통합하면서 썼던 이름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2016년, 민주통합당은 2011년에 나왔던 당명이다 보니 여기가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이다.

이런 복고풍의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두 정당 모두 호남지역에 우선 어필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정당명 모두 호남지역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호남지역 여론이 얼마나 호의적일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보면 그다지 좋은 반응은 없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한국정치의 부실이다. 노선이나 정책으로는 유권자들에게 당을 설명할 수가 없기 떄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물, 당명, 색깔 정도로만 자기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당명과 색깔에 집착하게 된다. 국민의당이 민중당과 오렌지색 주황색 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꾸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때만 되면 뭔가 혁신을 한다며 새로운 세력을 만들면서 더 이상 쓸 색깔도 없고 이름도 없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꾸 새로운 당을 만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앞서 말했듯 내세우고 싶은 분명한 노선이 없기 때문에 새롭다는 걸로 승부하고 싶은 마음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미래통합당으로 통합을 하고 색깔도 밀레니엄 핑크로 한다는데, 이들은 과연 새로운 세력인가? 인적구성을 보면 새누리당의 재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둘째는 새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새롭지 않다는 점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치에 대한 염증을 느끼면서 다시 ‘진정한’ 새로운 세력을 갈망하는 악순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에 편승하려다 보니 새롭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포장지를 바꿔서 자꾸만 등장한다. 이런 현실은 우리 뿐만이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프랑스의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은 전형적인 기득권 엘리트고 사회당 올랑드 정권에서 장관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을 표방하면서 기존의 사회당과 지금의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양당구도를 붕괴시켜버렸다. 이게 될 수 있었던 에너지는 기성 정치를 증오하는 프랑스 유권자들로부터 왔다. 안철수 전 의원이 마크롱 대통령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비슷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기성 정치를 증오하는 에너지는 마크롱과 같은 중도적인 정치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을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래서 극중주의 마크롱과 극우주의 마린 르 펜은 어떤 면에서 동전의 양면이다.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기성 정치의 충돌은 정치가 양극화되는 현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최근 유럽 정치는 한쪽에서는 녹색당 세력이 선전하고 다른 한쪽에서 극우정당이 선전하는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미국 정치에서 진보적 의제가 중심에 놓이고 있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확률이 여전히 높은 것도 똑같은 현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치이다. 기득권과 엘리트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이 결과가 극우적 구호가 아니라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바람직한 정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선순환을 만들 책임이 정치와 언론에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를 관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Posted in: 작품 감상, 잡감 Tagged: 국민의당, 민주통합당,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아베 신조, 에마뉴엘 마크롱, 코로나19

공소장과 전염병

2020년 2월 6일 by 이상한 모자

어제는 일 마치고 와서 게임 조금 하다가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밤을 샜으니 뭐 지칠만도 하다. 그래서… 사실 어젯밤에 적으려다 안 적은 것들을 정리함.

1.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서 어제 두 개의 방송에서 얘기를 했다. 두 군데 모두에서 예정되지 않았던 질문이 나왔다. 법무부가 비공개 결정을 했는데 왜 공소장 내용이 보도된 거냐, 검찰이 유출한 거 아니냐… 방송에서 떠드는 입장에선 불의의 일격(?)이었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라고 한 다음에, 장관이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이렇게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신화가 되었다. 공소장을 쓴 놈이 사실 확인은 해줬을 수 있어도 직접 유출하진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런 뻔한 일을 했을까? 검찰 내의 ‘야당’이 작동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피의자 중에서 나왔을 확률도 크다는 생각이다. 기소된 사람은 13명이다. 이 중에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는 게 여론 등의 문제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 사람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3명 중에는 박형철 씨도 포함된다. 다음은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이다.

박 전 비서관은 범죄첩보서를 읽은 후에 대통령비서실 어느 부서의 업무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 첩보여서 심각한 위법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내에서 입지가 굳어 있던 백 전 비서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검증절차나 첩보 출처 등을 확인하지 않고 청와대 파견 경찰을 통해 경찰청에 하달했다.

범인은 박형철이라는 게 아니고, 예를 들면 그렇다고…

2.

어제는 또 전염병에 대해서도 한참 떠들었는데, 떠들지 않은 내용 중에 이런 생각도 있다. 전염병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물론 전염병에 취약한 것은 사회적으로도 취약한 계층이다. 그러나 누구 말마따나 호흡기 질환이 기타 사회적 양극화를 추동하는 요소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평등(?)한 위험을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전염병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의 한 축은 이 격차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평소에도 온갖 위협에 노출돼있는 사람들은, 물론 공포감이야 기본적으로 갖고 있겠지만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그냥 머릿 속으로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건 분열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이 문제가 같은 상황의 양면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외부가 없는 위험이라는 사회적 특성 안에서 그래도 외부가 있다는 걸 전제하고 발버둥치는 이들과 어차피 처음부터 그런 건 없다는 인식 사이에 오가는 추 같은 거랄까… 

오늘도 갈 길이 멀어서 이만 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공소장 비공개, 박형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추미애, 피의사실 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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