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한 내용인데 어제 올렸던 글하고 사실상 똑같은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서 중앙집권적 의료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대표적인 게 시사인 일본 의사의 글이다. 결론은 민간업체의 진단도구 제공을 수용하고 보험적용을 하라는 거다. 단선적으로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현행 의료체계에서 한 발 더 시장으로 나가란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여기에 가까운 방법으로 성공하고 있는 곳이 한국인 것 같다.
우리의 진단능력이 월등한 것은 어제도 오늘도 말하지만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여기엔 정치사회적 이유도 있지만 어차피 다 코로나바이러스여서 진단키트 개발이 용이했다는 과학적 이유도 있을 거다. 어쨌든 이 키트를 개발 보급한 회사는 대박이겠지. 남는 물량을 해외 수출한다는 얘기도 있다.
아무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자면 민간의 진단도구 수용 등이 어려운 이유는 먼저 제각각일 진단도구를 표준화 시키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고, 그것의 정확성이나 안정성을 검증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메르스 덕에 그 모든 걸 빨리 빨리 할 필요와 그럴 수단과 그래도 되는 맥락을 갖출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 재감염은 키트의 정확성 등 문제로 봐야 할텐데, 이걸 어느 정도 수준에서 승인하는 게 맞는 거냐 이런 기준을 누군가 결정해야 하고 그걸 일본은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민간의 진단키트 얘기와 관련해선 링크의 인터뷰 글을 참조.
내일부터 일본의 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상응조치가 실시된다. 9일 0시부로 일본 국민에 대한 사증면제는 잠정 정지, 일본 주재 우리공관에서 일본 국민에게 발급한 사증의 효력도 잠정 정지인데 다만 국내에 외국인등록이 돼있거나 거소신고가 유효한 경우는 사증 효력 정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신규 사증발급 심사를 강화하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건강상태확인서 제출을 의무화 하고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특히 사증 효력을 건드리는 일본의 조치를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방역의 필요성이 아니라 정권의 국내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는 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전부터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스캐들로 지지율 하락 국면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일부 지자체들보다도 중앙정부가 못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된 배경에 중국 눈치보기와 올림픽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다른 걸 신경쓰느라 국민안전은 도외시 하다가 뒤늦게 실효성 없는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도 가능하고 정치적 문제가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일본의 방역 실패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치료 및 관리가 아니라 봉쇄에 방점을 찍어 놓은 방역대책 문제가 있었다. 이 대표적 사례가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이다. 일본은 매뉴얼 사회로 불릴만큼 책임을 지는 문제에 민감해 일단 만들어 놓은 대책이 뚫리면 임기응변적 대응이 어렵다. 전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관 자체가 국림감염병연구소와 여기서 지정한 일부 의료기관, 지방위생연구소 등으로 제한돼있는데 최근에야 진단할 수 있는 의료기관들을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숙련도의 문제도 있고 진단키트 수급 문제도 있다. 당장 파격적인 대응을 하고 싶어도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못 한다. 그러니 여론에 쉽게 어필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입국제한을 선택한 것이다(휴교령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그에 비하면 우리 진단능력은 너무나 월등해 전세계가 놀라워하며 우리를 배워야 한다고 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국제사회가 제대로 하려면 근거자료가 충분히 있어야 되는데 한국이 사례를 제일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일례로 우리는 하루에 1만명 넘는 사람들을 검사할 수 있는데 일본은 하루에 300명 수준(최대 1천명 정도) 밖에 검사를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민간업체나 기관과 협력하면 이 숫자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데 앞서 경직성 문제로 그게 쉽지 않다. 반면 우리는 민간업체의 진단키트 개발과 승인 보급을 빨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응이 다를 수 있었다.
우리가 이런 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메르스 때 방역체계 문제가 드러났고 그걸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 사회적 경각심을 갖긴 했지만 실제 피해가 지금처럼 크진 않았다. 전염병 피해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게 정치적 문제가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후속 대응을 달라지게 한다는 점도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신종플루 때는 피해가 심각하긴 했지만 정치적 문제는 아니었다. 특진비 폐지 등 일부 제도적 문제가 지적이 되긴 했으나 타미플루라는 치료제를 들여와서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메르스는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문제가 심각했었던데다 정부 대응의 실패가 강조되고 병원 감염 문제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사과하는 일 등이 일어났다. 그 이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문제에 대해 중동으로 가라고 말한 것도 정치적 영향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정치적 문제가 됐기 때문에 전화위복이 가능했던 건데, 전염병 대응이 정치적 타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자각이 이때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일본은 근래 전염병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사례는 없다. 오히려 이런 때에 필요한 대응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의료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경험을 해본 쪽이 진단키트를 제공한다든지 기술협력을 한다든지 해서 서로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결정을 일본 정부가 했기 때문에 이것은 아주 나쁜 정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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