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과 전염병
어제는 일 마치고 와서 게임 조금 하다가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밤을 샜으니 뭐 지칠만도 하다. 그래서… 사실 어젯밤에 적으려다 안 적은 것들을 정리함.
1.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서 어제 두 개의 방송에서 얘기를 했다. 두 군데 모두에서 예정되지 않았던 질문이 나왔다. 법무부가 비공개 결정을 했는데 왜 공소장 내용이 보도된 거냐, 검찰이 유출한 거 아니냐… 방송에서 떠드는 입장에선 불의의 일격(?)이었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라고 한 다음에, 장관이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고 한다… 이렇게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신화가 되었다. 공소장을 쓴 놈이 사실 확인은 해줬을 수 있어도 직접 유출하진 않았을 거라고 본다. 그런 뻔한 일을 했을까? 검찰 내의 ‘야당’이 작동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피의자 중에서 나왔을 확률도 크다는 생각이다. 기소된 사람은 13명이다. 이 중에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는 게 여론 등의 문제에서 더 낫다고 생각한 사람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3명 중에는 박형철 씨도 포함된다. 다음은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이다.
박 전 비서관은 범죄첩보서를 읽은 후에 대통령비서실 어느 부서의 업무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는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 첩보여서 심각한 위법임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내에서 입지가 굳어 있던 백 전 비서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검증절차나 첩보 출처 등을 확인하지 않고 청와대 파견 경찰을 통해 경찰청에 하달했다.
범인은 박형철이라는 게 아니고, 예를 들면 그렇다고…
2.
어제는 또 전염병에 대해서도 한참 떠들었는데, 떠들지 않은 내용 중에 이런 생각도 있다. 전염병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물론 전염병에 취약한 것은 사회적으로도 취약한 계층이다. 그러나 누구 말마따나 호흡기 질환이 기타 사회적 양극화를 추동하는 요소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평등(?)한 위험을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전염병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의 한 축은 이 격차에서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평소에도 온갖 위협에 노출돼있는 사람들은, 물론 공포감이야 기본적으로 갖고 있겠지만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그냥 머릿 속으로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건 분열된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이 문제가 같은 상황의 양면이라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외부가 없는 위험이라는 사회적 특성 안에서 그래도 외부가 있다는 걸 전제하고 발버둥치는 이들과 어차피 처음부터 그런 건 없다는 인식 사이에 오가는 추 같은 거랄까…
오늘도 갈 길이 멀어서 이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