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를 방송에서 막 얘기를 하니까 못 알아 듣고 장황하다는 둥 탄핵했으면 됐지 말이 많냐는 둥 하더라. 근데 또 그 와중에 그런 이유로 늦었다는 게 이유가 안 된다고도 하고… 아이 씨…
애초 윤석열의 주장을 보겠다. 왜 윤석열의 주장을 보냐? 윤석열이 주장을 하니까 쟁점이 된 거고, 쟁점이 됐으니까 보충의견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정형식 재판관이 헌재법에 헌법재판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형소법을 준용하는 거고 그 판단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답하고, 문형배 재판관이 이 변호인은 검찰 조사 때 조력한 그 변호인이냐고 묻던 장면 기억하실 것. 그게 이 연관 장면이다.
애초 윤석열의 주장은 오늘 신문들에도 요약돼있다. 아래는 동아일보.
검찰이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 수뇌부 등을 조사하며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윤 전 대통령 측은 반대해 왔다.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405/131353196/2
아래는 조선일보.
윤 대통령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헌재 심판정에서 부인한 검찰 조서와 공소장 내용도 증거로 인정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검찰 조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2020년 개정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들며 반발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경향신문.
윤 전 대통령 측은 헌재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과 내란 공범 관계에 있는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들의 조서가 탄핵심판 증거로 쓰이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는 탄핵심판이 형사소송법 전문(증거) 법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준용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충돌로 이어졌으나, 헌재는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은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신문조서를 증거로 활용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50300145
윤석열 측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법조인사들은 헌재 결정문과 형사 재판 결론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었다. 이런 기류는 특히 윤석열 구속 취소 이후에 더 강해졌다. 내란죄의 유죄를 예단하게 할 수 있는 내용이, 그것도 수사기관의 기록을 근거로 결정문에 담겼는데, 피신조서의 문제든 공수처 수사권 문제든 윤석열이 내란죄 무죄를 받을 경우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석열쓰들이 와서 왜 헌법재판소는 내란죄가 무죄인데 근거도 없이 탄핵을 하였는가 막 이러지 않겠는가?
만일 이런 우려를 헌재가 반영한다면, 처음부터 다 조사하고 다 진술 받는 방식으로 하든지(공판중심주의 강화, 사실상 형사재판처럼 진행하라는 것), 아니면 형사재판에서 내란죄 결론이 나올 때까지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지 말든지 해야 할 것이다. 근데 그게 말이 되겠냐? 어떤 경우든 4월 18일은 커녕 정해진 기일 내에도 탄핵심판을 끝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안 되는 걸 윤석열은 우긴 것이다.
이 사전 지식을 깔고 형소법상 전문증거의 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취지의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보라. 이 블로그에 앞서 작성한 메모는 보충의견 전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었는데, 전문을 보니 구도가 더 분명하다.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탄핵심판절차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피청구인의 법적 책임을 묻고, 피청구인이 이에 대해 방어하는 구도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청구인이 소추사유에 대한 주장과 입증을 하고, 피청구인이 이를 반박하고 증거를 탄핵하며 상호 대립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탄핵심판절차에서는 형사소송절차에서와 같이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변론과정을 통하여 헌법재판관이 심판정에서 직접 증거를 조사하고 피청구인에게 의견진술 및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나아가 헌법재판의 정당성과 신뢰성도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 및 소추사유의 인정은 가급적 형사소송절차와 같이 공개된 재판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를 기초로 하고, 전문증거에 대해서는 반대신문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큰 대의기관이자(헌법 제67조 제1항), 국가원수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제66조 제1항), 국군 통수권을 지니고(제74조 제1항),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제70조).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는 이처럼 헌법상 막중한 지위에 있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과 권한을 임기 중 박탈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로, 파면 결정은 그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 국론의 분열현상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등을 초래할 수 있고(헌재 2004. 5. 14. 2004헌나1 참조),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대통령 탄핵심판의 중대성과 파급력에 비추어 볼 때에도,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절차에 준하여 명확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반대신문을 통하여 불리한 증거에 대한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
(…)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탄핵심판, 형사재판에서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법질서의 통일성과 재판에 대한 신뢰가 저해될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탄핵소추사유가 형사범죄사실과 관련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은 탄핵심판절차에서도 가급적 엄격히 적용하여 탄핵심판과 형사재판 사이의 불일치를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90765.html
반면 형소법상 전문증거의 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하라는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현재 헌법재판소 방침에 대한 방어 성격이다. 이 보충의견에서 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수사-기소로 시작되는 형사재판과 시작되는 절차부터가 다르고, 따라서 피청구인과 피고인의 지위도 다르며, 신속한 결론이 필요한 탄핵심판의 절차가 장기화 된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은 전문증거 법칙을 완화 적용하는 걸 전제하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도식화 하면 이런 얘기다.
윤석열 주장: 1) 전문증거 법칙 완화하면 안 됨. 2) 따라서 수사기록 등 증거로 사용하면 안 됨.
이미선, 김형두 보충의견: 1) 전문증거 법칙 완화할 수 있음. 2) 완화 적용하면 수사기록 등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음.
김복형, 조한창 보충의견: 1) 전문증거 법칙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맞음. 2) 이번엔 판단 안 하고 앞으로 그러자는 것임.
그럼 우리가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건 뭐냐?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이 총대를 메긴 했지만 현재 헌법재판소 다수의 해석과 윤석열과 입장을 사실상 같이 하는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이 첨예한 논쟁을 벌인 게 아니냐는 것임. 그 의도가 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별론으로 하더라로’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던데, 1) 법리적 완결성 추구, 2) 이재명 재판 의식, 3) 4월 18일 이후까지 끌어 보려다 행배 행님한테 롯데 자이안츠 빳따로 맞을뻔함, 이 셋 중 뭔지는 어차피 확인 안 되니까 넘어가지 이 말임.
자, 그리고 정형식 재판관 보충의견. 이거 전문 확인해보니까 선고 직후에 예상한 거보다 더 막장이던데. 이거는 한 마디로 하면 통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회기 쪼개기를 통한 꼼수 연속 탄핵이 가능하니 그걸 막을 입법이 필요하다 그냥 그 논리다. 근데 내가 볼 때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회기 쪼개기와 법안 처리가 다 마찬가지 아닌가? 탄핵소추될 경우 직무가 정지된다는 점이 있지만, 법안도 각각의 부정적인 어떤 효력이 있기는 다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니까 뭐 이런 얘기 자체는 할 수도 있는데, 하려면 탄핵소추안이 다른 안건과 본질적으로 다른 기준에 의해 처리 되어야 할 당위를 논해야 하는데 그것보단 현실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이상하다 이 얘기다.
그래서 정형식 재판관이 이 보충의견을 낸 외적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했다! 이렇게 주장한 것도 역시 윤석열 측이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일사부재의는 법조인들이 생각하는 일사부재리와 다르다. 일사부재의는 일종의 회의규칙일 뿐이다. 회기 내에 같은 안건을 두 번 처리하지 말라는 얘기를 국회법에다가 써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걸 갖고 말도 안 되는 걸 윤석열 측이 우긴 게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인데, 결정문에 보면 국회법 위반 아니고 시끄럽다 이렇게 되어 있다. 근데 정형식 재판관은 이걸 갖고 ‘일사부재의가 아니긴 한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 남용되면 안 되겠지… 입법적으로 뭔가 장치를 마련하자고 할 순 있겠지…’ 이렇게, 뭔가 억울한 바가 없는 건 아닌 것처럼…
그런데, 가장 나쁜 해석을 하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가장 나쁜 해석을 굳이 하면, 요새 하도 지들 멋대로 알아듣고 제대로 읽지도 않고 아무말이나 하니까 내가 다시 한 번 강조함. 가장 나쁜 해석을 굳이 하면, 이게 결국 보수재판관들이 자기들 쪽에 가까운 입장을 어떻게든 반영하려고 애를 쓴 것이지만, 그러면 결국 기각이나 각하로 소수의견을 낼 것이냐 라는 문제에 이르러서는, 그렇게는 할 수 없겠다 라고 결론낸 것이기도 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보충의견이나 쓰고 말자 이런 거지. 그러니까 애초에 8대 0은 흔들릴 수가 없었던 것임. 8대 0을 하긴 하는데, 앞서의 윤석열 쪽 가오를 살려주는 얘기를 자꾸 되풀이 한 거고, 그 얘기로 결국 보충의견을 쓰는 것이 한계였던 것이라는 걸 이 결정문의 보충의견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얘기를 제가 드린 것임.
이 비슷한 얘기를 어제 김변호사와 유튜브에서 서로 나눈 것임.
https://www.youtube.com/live/yofFWsTb2mc?si=JA1fZT2TQo0UVZty&t=2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