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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잡감

당헌 당규에 대한 기자들의 게으른 접근

2022년 8월 2일 by 이상한 모자

요 며칠 코미디 같다. 기자들이 그냥 정치인들 말만 듣고 된다던대? 아니래, 안 된다던대? 아니 누구는 된다던대? 에이씨 뭐야… 이러면서 기사 쓴 티가 역력해갖고… 된다 안 된다만 갖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당헌 당규를 직접 확인을 하고 기사를 써야지.

당헌 당규라는 게 그 특성상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저런 안 되는 이유를 얘기할 수 있지만, 결론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선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부터 여당은 비대위로 간다고 말해왔다.

먼저 최고위원 몇 명이 사퇴하면 기능이 정지되는 거냐에 대해. 모두 사퇴해야 기능 정지라는 얘기는 반대파가 할 수 있는 얘기다. 그건 알아들었고. 이제 반대쪽 입장에서,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 실제 당헌 10장 보칙을 보면 이렇게 돼있다.

제 96 조 (비상대책위원회) ①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의 해소를 위하여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일전에 검수완박 얘기할 때 기자들이 ‘부패 경제 등’ 이라는 문구에서 ‘등’이 들어가는 바람에 검사의 수사 대상이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썼다. 나는 어디 평론가로 나가서 그런 해석도 있지만 그건 어려울 거라고 했다. ‘등’이라는 거는 대략 앞의 규정에서 정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라는 정도이지, ‘등’에다가 아무거나 다 구겨넣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근데 아무튼 적어도 앞의 의미로 해석을 했으면, 이 당헌도 ‘등’에다가 방점을 찍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 규정에서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이라는 거는 대략 그런 정도의 일을 얘기하는 거지 저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타이트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는 거다. 사퇴하는 최고위원이 4명이든 5명이든 전원이든, 핵심은 ‘~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있는 거고 그래서 의원총회가 ‘지금은 뭐가 어떻든지 간에 비상상황이라고 생각한다’는 데에 동의한 것이다.

그런데 의원총회가 뭐라 생각하든 비대위 구성은 결국 전국위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위 의장이 비대위 구성에 동의를 안 한다… 그래서 전국위 소집도 어렵다… 라고 어제 오후까지 많이들 기사를 썼다. 그때도 의문이었는데 당규를 보면 이렇게 돼있다.

제 4 조 (소집 및 의사) ① 위원회는 상임전국위원회의 의결 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또는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의장이 소집한다. 다만, 의장이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에는 당 대표가 소집하여야 한다.

그니까 서병수 씨가 뭐라고 생각하든 전국위는 최고위 의결로 요구하든 3분의 1 이상 요구를 받든 소집을 하게 만들면 되는 거다. 이걸 서병수 씨가 자기 입으로 기자들에게 설명하기 전까지(내가 소집하진 않을 거고, 요건 맞춰서 소집 요구하면 그건 거부할 수 없다) 아무도 이 얘기를 안 썼다니 이해가 되나?

그 다음, 비대위원장 지명 권한에 대한 쟁점이 있는데 이것도 안 된다는 쪽의 입장은 잘 알았고 된다는 쪽의 주장은 뭘까? 당헌을 다시 보자.

제 96 조 (비상대책위원회) ③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

이거는 비대위원장 인사 추인 권한을 전국위가 가진다는 게 핵심이다. 지명권을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갖도록 해놓은 것의 취지는, 비대위로 넘어가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이해 가능하다. 비대위는 당 대표가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거나, 아니면 당 대표는 “이미 책임지고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하고 없어진 상태고 남은 사람들이 “저희도 그만두고 비대위 구성하겠습니다”라고 하는 상황, 둘 중에 하나라고 본 거다. 대표가 징계를 당해갖고 당권정지가 돼있는 상황까지 가정한 건 아니니까 규정이 저렇게 돼있는 거지, ‘비대위원장 지명은 당 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만이 할 수 있고 직무대행은 절대로 안 된다’는 취지가 아닌 거다. 애초에 직무대행이란 거 자체가 당 대표의 권한을 대리 행사하는 거 아니냐. ‘당 대표 직무대행’이라고 안 써있어서 안 되는 거라고 하면 당헌 당규 상에 ‘당 대표’로 표기된 모든 대목에 ‘직무대행’을 같이 넣어야지.

정 이 조항이 문제라고 하면 개정을 하면 되는데 그것은 전국위에서 한다… 라는 게 보도 내용인데, 여기선 오히려 의문을 제기해봐야 한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앞서도 봤듯 당헌 보칙인데, 당헌 개정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 이것도 당헌을 보자.

제 13 조 (기능) ① 전당대회는 다음의 기능을 가진다.
1. 당강령의 채택과 개정
2. 당헌의 채택 및 개정
3. 당의 해산과 합당에 관한 사항
4.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명
5. 대통령후보자의 지명
6. 기타 주요당무에 관한 사항의 의결 및 승인
② 전당대회를 소집하기 곤란한 때에는 제1항 각 호의 기능은 전국위원회가 대행할 수 있다.

당헌 개정은 전당대회가 다룰 사안이다. 참고로 당규 개정과 당헌 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은 상임전국위 소관임. 그래서 원칙적으로 당헌은 전당대회가 개정해야 한다. 다만 2항에서 보듯 ‘소집하기 곤란한 때’ 전국위가 그 기능을 대행할 수 있다. 그래서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이 가능하다고 하는 거다. 봐라, 이 당의 당헌 당규라는 것은 ‘하면 된다’ 이다. 그런데 앞서 보도한 것처럼 하려면 ‘전당대회를 소집하기 곤란한 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얘기들은 반윤 최고위원들이 안 해서 기사에 없는 것이다.

남이 얘기하는 걸 중심으로 기사를 쓰는 것 자체는 이해도 되지만… 여기 저기서 내가 답을 하는 거에 대해서 네가 뭔데 다 된다고 하느냐는 식의 태도와 눈초리가 싫어 괜히 그냥 심술부려 봤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국민의힘, 당헌 당규, 비대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2022년 7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접느냐 마느냐 하는 아침, 조선일보가 1면에 기사를 냈다. 산업은행 회장 말을 빌어… 이런 식이면 그냔 파산으로 갈 수도 있다!

전 정권 이동걸 씨를 밀어내고 새로 회장이 된 강석훈 씨는 교수 출신으로 ‘손사장’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 나와 리버럴 성향 경제학자들과 토론을 하곤 했다. 박통령최통령요절복통 정권에선 경제수석을 했다. 이런 이력을 감안할 때, 파산설은 엄포인가 진심인가?

아침엔 잘 판단이 안 됐는데 산업은행을 취재한 다른 회사의 기사가 죽 나오는 걸 보면서 이게 그냥 엄포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관료의 인식으로 보면 대우조선은 밑빠진 독이요 돈먹는 하마… 애물단지다. 노조가 백기항복을 안 하면 그냥 밀어버리고 노조리스크 운운하면서 파산… 부채 청산하고 책임질 놈 책임지고 회사는 공중분해, 자산은 알아서 처리. 적자니 부채해소니 쟁점을 신경 안 쓰고 블록딜이든 분리매각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옵션 아닌가?

주말에 CBS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혼자 떠드는 코너에 출연하는데, 이 얘기를 했다. 이 옵션을 현실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에 사측이 양보를 안 하고 정권도 강경대응만 기정사실로 했던 거 아닌가. 노조가 굴복하면 좋고 굴복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앓던 이를 빼고. 그렇기 때문이 노조의 협상력 즉 지렛대가 힘이 없어진 거 아닌가.

의심은 그저 의심인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 ‘대우조선 출신 사회학자’가 이게 플랜이 있는 건지 그냥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는 평을 했더라. 맥락을 보면 엄포에 가깝다고 본 것 같다. 엊그제 한겨레의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 얘기 잠깐 했는데 김완님이 거제 지역경제를 말아먹을 일이 있냐고 하더라.

파업은 끝났지만 산업은행은 분리매각 얘길 또 꺼냈다. 노조가 오늘 기자회견 했다. 끝이 없는 얘기다. 얼마 전 스스로를 감옥이 가뒀던 하청노동자에 대한 한겨레 안모 선생의 감상적인 글을 보았다. 우수에 젖었으나, 눈물 콧물 만으로는 안 되는 거 같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어항

2022년 7월 28일 by 이상한 모자

몇 년 전에 반수생거북을 키웠었다. 어릴적에도 3마리를 키웠다. 거북은 수명이 길다니 괜찮을 것 같았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세상을 떴다. 살려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았다.

이젠 어른이므로 잘 해보고 싶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어항을 만들었다. 독일산의 외부여과기도 구입했다. 그러나 원하는대로의 어항 환경은 잘 조성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조류(algae)가 창궐하였다. 몇 번인가 어항 생태계를 리셋해보았으나 조류를 이길 수 없었다. 그게 원인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1년쯤 지나 거북은 죽었다. 다시는 생물을 키우지 않으리라 하고 ‘물생활’용품을 모두 내다 버렸다.

최근 의미없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다가 무환수무여과 어항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화 싸이클이 잘 작동하도록 완벽하게 균형을 맞춰 놓으면 따로 손 댈 필요가 없다는 개념이다. 그런 개념 자체는 생소하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자연과 같은 환경을 어항에 조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런 저런 각종 장치로 빈 구멍을 보완하는 방식이었는데 수초를 활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귀가 솔깃해진다. 이걸 과거에 알았더라면 좀 달랐을까? 적어도 조류 제거에 힘을 쓸 필요는 없었을 거다. 다시 시작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거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15큐브에 베타나 아니면 좀 튼튼한 물고기로 도전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으나 또 쉽게 할 일은 아니다. 무엇을 기른다는 것에 대해선 한 번도 성공적이었던 일이 없다. 애초에 뭔가를 길러야 하는 이유가 있나? 없다.

진보신당을 창당한 직후 이장규라는 분(요즘도 음주 페북을 많이 하시는지…)이 어항을 강매당한 일이 있다. 무슨 우렁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친환경 방식으로 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럴듯했다. 물론 우렁이들이 죽으면서 그러한 개념은 깨졌다. 김선생님이 어디서 우렁이들을 구해와 투입했던것 같은 기억도 있는데, 하여간 잘 안 되었다. 친환경 우렁이 어항은 그냥 보통 어항이 됐고, 거기 살던 물고기는 박근혜 당선 다음날? 어항 밖으로 점프해 죽었다.

그 시절 그 어항을 강매한 사람이 내가 알기론 언론이 586 운동권 대부라고 부르는 허모씨다. 우렁이 어항은 그이의 야심찬 사업 아이템이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선 태양광황태자가 되어 있었다. 관련한 여러 잘못으로 죄를 받거나 받게 되었다.

친칠라님 법인카드 의혹 관계자가 사망했는데, 그 기사에 유승경이란 이름이 등장한 걸 보고 새삼스레 생각났다. 사건 자체와는 별 관계 없는데 아무튼. 아까 낮에 좌파라고 썼는데, SNS 시스템에 기생하는 거 아니면 자기 존재감도 찾을 수 없는 우리 좌파들의 처지에 대해 할 말 많지만 다음에 하겠다. 어항의 유혹은 잠시 미뤄놓기로.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거북이, 무여과무환수,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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