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여기저기 얘기를 하면서 돌아다니다보면, 내 이력이나 이런 걸 아는 사람들이 너네 집안 걱정이나 하라는 취지의 비난을 할 때가 있다. 내가 불평하고 싶지 않아서 얘기 안 하는데,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방송국 내 저 사람 노동당 출신이라고, 좌파라고, 쓴 책 제목이 ‘레닌을 사랑한 오타쿠’라고, 무려 저런 사람이 방송 나온다고, 언론노조가 방송국 장악해갖고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보고서 이런 거 막 돌아다닌다고. 심지어 저번에 그 보고서 갖고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열었다. 검색하면 나와요. 검색해봐.

내가 이거 한 마디라도 하는 줄 아냐? 김준일 씨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물어보길래 딱 한 번 얘기한 적 있다. 제가 한 얘기를 갖고 평가하시라고, 이력만 갖고 선입견 갖지 마시라고. 근데 사실 뭐 상관없어. 부정할 일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없고. 그 분들 평가는 자유고. 그런 평가가 악용되는 게 문제지.

그런 상황에 저런 얘기 들으면 열받는 게 인지상정이다. 선거법 개정 그거 할 때 분명히 공개적으로 여러차례에 걸쳐 글도 쓰고 얘기도 했어요.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모래성이다… 선거법 개정 올인하면 안 된다…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부터를 우선하거나 최소한 병행해야 한다… 내가 어느 정도 이해는 해. 공자님 말씀 실현할 기반도 없고 실력도 없고 합의도 안 되고, 그런걸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성과가 나야 한다… 그래서 올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거 이해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원내에서의 정치협상으로 이런 저런 조합을 해갖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최선인 건 아니다. 오히려 힘이 없으면 더더욱 그런 보장은 없는 거다. 그 당의 문제는 그런 거였다. 기반이 없으니까 원내로 더 쏠리고, 더블민주당의 용인이란 맥락에서 촛불 어쩌구 논리로 그걸 정당화하고, 그러니까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에는 안이하고… 악순환이지. 그러다가 더블민주당의 정치적 용인이 끝나는 순간 와르르… 이게 2020년 총선의 본질이지. 몰랐냐? 알았지. 얘기 안 했냐? 했지.

제일 열 받는 거. 이 얘기를 다 했는데, 선거 지고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칭 진보들이 나 같은 놈들 비난하고 염병떤거. 근데 이제와서 망할 거 같으니까 또 그때 나 같은 애들이 했던 얘기 다 똑같이 해요. 뭐냐 대체? 얘기 안 할라고 그러는데 자꾸 하게 만들어.

한쪽에서는 이런 생각인데, 그 반대쪽에서는 노동당 출신이라고 난리치고… 제가 한화 이글스 팬이라고 칩시다. 그러면 롯데 자이언츠에 대해서는 얘기하면 안 되는 겁니까? 심지어 직업이 야구 해설가인데? 하긴 어떤 데선 해설가 취급도 안 해줍디다만… 내가 대선 직후 어느 방송에서 검수완박을 하자는 더블민주당에 뭐라 뭐라 비난을 하니까 그쪽에서 오신 복 뭐라는 분이 너무 상상만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 네 말이 맞다 틀리다가 아니야… 상상만으로 말을 한대…

야, 내가 이러고 산다. 개뿔 알지도 못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먹다가 갑자기 열 받아서 썼다. 책이라도 좀 읽고 얘기를 하던가. 책 쓰는 것만큼 자기 정치 지향을 명확하게 또 책임있게 드러내는 행위가 또 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