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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화물연대

멋대로 떠드는 전문가들

2022년 12월 18일 by 이상한 모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언술들을 보자.

-화물연대에 대한 비판이 컸는데.

“화물연대의 요구는 고물가, 고유가 상황에서 물가 상승을 가속시킬 수 있었다. 국민 경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교섭할 주체로서의 신뢰성을 잃었다. 이번 파업으로 ‘화물 연대는 수틀리면 판을 없고 파업할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래서 산별교섭이나 중앙 교섭이 잘 돼 있는 나라들은 파업에 굉장히 신중하다. 그런데 이번 파업으로 교섭과 타협의 제도를 만들기 어려워졌고 정부와 노동계간 힘 싸움이 되어버렸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2/12/17/XTO2EEV2KFD4TPMNIX6A24VPEE

화물연대와 상급기관인 공공운수노조 및 민주노총은 여론전에서 완패한 것이다. 6월 파업 이후에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에 각성을 요구하며, 파업의 불가피성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선제적으로 호소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총파업의 성공으로 물류를 멈춰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여론의 지지 없이 파업만으로는 노동 조건 개선을 달성하기 어려움을 민주노총이 아직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각종 경제단체와 산하 연구기관들에 필적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설립해 논리와 통계를 바탕으로 노동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국민과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 없이, 대규모 집회와 노동쟁의에만 기대는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둡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160300085

합의를 하면 그것이 실제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증명해야 할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 합의의 가치라는 스웨덴 모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동의한 스웨덴 노총처럼, 모두를 위해 지켜야 할 노동시장에서의 공통의 가치를 도출해야 할 책임이 노사정과 여야 모두에게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130300005

나의 감상: 염병들을 해라…

이 분들은 지금까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첫째, 안전운임제는 더블민주당 정권이 별로 잘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만들어준 시스템인 게 맞다. 근데 잘해볼 마음도 없으면서 왜 들어줬는가? 그 점을 생각해봐라. 결국 화물연대 등이 싸워서 쟁취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요구가 아니다. 형태를 계속해서 바꿔오긴 했지만 중앙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에서 운임의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화물연대 초창기부터 지속돼 온 요구다. 그리고 이 조건은 이전에 내가 여기다가 싸놓은 글들에서 떠들었듯 특수고용이라는 형태에서 온 거다. 앞의 논자들 중 일부는 이 점을 철저히 무시한다.

둘째, 이 나라에 사회적 대화 구조라는 게 지금 있냐? 이 분들 말씀보면 여기가 원래 북유럽이었던 것 같다. 한국이 잘 정비된 코포라티즘 국가라면 화물연대도 고물가 고유가 상황을 인식해 다른 대안을 논의할 필요가 충분히 있었을 거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논의를 아주 좁혀서 안전운임제에 한정한다 하더라도, 제도가 일몰을 앞두지 않았다면 운임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그 점을 반영한 논의가 진행됐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어질 게 뻔한 상황에(정부가 3년 연장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자꾸 그러는데 파업 돌입이 기정사실화 된 다음에 한 것인데다 그마저도 파업 시작하자마자 걷어 차버리는데, 그런 약속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무슨 고물가 고유가인가? 오히려 이건 화물연대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고물가 고유가는 화물노동자에 직격탄이 된다) 화물연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거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면 그건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안을 얘기했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장덕진 씨가 예로 든 스웨덴 얘기는, 가령 이런 거다. 안전운임제 논의를 통해 결정된 운임을 강제하는 구조에서, 화물연대로부터 이탈한 일부 화물노동자가 우리는 결정된 바에 비해도 더 높은 운임을 당장 받아야만 하겠다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저런 얘기를 예로 들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셋째, 6월 파업 중단 이후 홍보전이 부족했다는 박상인 교수의 지적…… 최소한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에라도 들어가보셨나요? 파업 접었는데 접자마자 우리는 참지 않습니다, 장난치면 바로 파업 돌입합니다, 두고 보세요, 죽여버릴 겁니다… 이러고 다니나? 내부적으로는 할 수 있는 평가일지도 몰라… 이게 뭐하는 건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화물연대

지옥에 경찰을 보낸들

2022년 12월 14일 by 이상한 모자

내가 뭐라고 아는척 하고 싶지 않지만 신문이니 뭐니에 개소리가 실린 걸 볼 때마다 열받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법과 원칙,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 대통령의 이딴 소리도 웃기지만, 노동 문제에 전문성 있다는 분들이 떠드는 이상한 소리 하는 것도 견디기가 어렵다.

화물노동자, 건설노동자의 불법행위… 절대 하지 마시라고 얘기한다. 법적으로 책임지우라고도 한다. 공개적으로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런데 때려잡으면 불법행위가 없어질까? 이전에도 썼지만 이러한 불법행위는 이들이 교섭력을 확보하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노동의 현실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정말로 현장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고 싶으면 때려잡는 것에 더해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적 문제란 노조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책임있는 교섭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에 있다. 합법적 지렛대를 만들어 줘야 그걸 붙들고 씨름할 거 아니냐. 그게 없거나 미약하니 불법적 수단에 의존하는 길이 넓어지는 것.

옛날에 건설노조 왔다갔다 할 때 연맹위원장인가 하는 분의 조합원 대상 강연을 듣게 된 일이 있다. 우리 운동권들 그 양반 이름 들을면 바로 국민파… 이 생각부터 하게 되지. 근데 현장의 기준으로 보면 그 양반은 아주 똑똑한 사람으로 이름이 나있다고. 어쨌든 무슨 얘기를 하는데, 자본가들하고 싸우자 이런 얘기 할 줄 알았더니 뽀찌근절부터 시작하더라고. 타워크레인이 안 돌아가면 공사가 안 되는데, 그러다보니 작업을 빨리 하기 위해 현장에서 다이렉트로 타워크레인 노동자한테 얼마씩 찔러 준다… 이거 근절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건설노동자한테 상납하는 구조라는 건데, 타워기사도 건설노조 소속이란 말야. 노조 입장에선 조합원끼리 갑-을이 되는 이런 구조는 전혀 도움이 안 되지. 이 얘기 들은 게 2006년이거든. 2017년인가에도 내가 이 얘기 나오는 기사를 본 거 같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인데, 건설현장에선 그냥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타워기사는 참 욕심쟁이 아니냐, 언론에서 이렇게 쓰거든. 근데 타워크레인 노동자 얘기 들어봐라. 타워크레인 알지? 대개 그 꼭대기까지 사다리 타고 기어 올라간다. 나름대로 안전로프니 뭐니 장구를 갖추지만 사고나기 딱 좋지. 매일 최소 2번씩 목숨 거는 거지. 거기다가 바람 불지? 타워크레인 넘어갔다는 뉴스 종종 보잖아. 그거 넘어가면 그냥 그대로 죽는거거든. 기술적으로 이런 게 유지 불가능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도 않고. 거기다가 임금은 제때 나오나? 쓰메끼리라고 하는 게 있어요. 건설현장이라는 데는 일을 하면 임금을 두 달 있다가 줘. 그것도 제때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함. 하도급 구조니까 업자가 중간에 들고 튀기도 하지. 그러다보니 비공식임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타워크레인 뽀찌도 그런 종류 중 하나란 말이다. 절대 정당하진 않지만 때려 잡는 걸로는 해결 안 되는 거지.

노동자가 노동자한테 구조적으로 종속되고 서로 갑질하는 이런 구조는 특수고용 등의 형태에서 보다 빈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노동자와 업자의 구분이 흐려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가령 일부 언론에 그런 사례가 보도됐는데, 화물차량을 몇 대씩 소유하면서 차를 소유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영업을 맡기는 거야. 이 분은 노동자냐 자본가냐? 근데 운임을 기준으로 하면 차를 1대 갖고 있든 2대 갖고 있든 이해구조가 일치하거든. 그니까 막 이런 분도 노조에 가입을 해서 활동을 해요… 현장에서 입김이 더 셀테니 노조 내에서의 지위도 올라가는 거지. 아마 화물도 그럴 건데 담쁘 아저씨들 옛날에 보면 자기들끼리 사장이라고 불러. 박사장 이사장… 노조 지회장을 맡겼더니 회장님이라고 하더라… 정회장님… 지회장은 어흠~ 하면서 어깨에 힘주고… 아무튼 그런 의식구조다 보니까 화물차를 5대 갖고 있는데 무슨 노동자냐 이런 시각보다는 나는 차량 1대 가진 사장이고 저쪽은 5대 가진 사장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것임.

그래서, 항상 우리 운동권들은 강조했어. 제1의 목표는 노동자성 쟁취다, 사장의 굴레를 벗어던지자! 조합원들이 입으로는 머리로는 그러자 해.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급한건 뭐다? 업자고 뭐고 돈이 제일 급한거야. 화물연대는 규모가 큰데 비해 업태가 다양하고 임금노동자로서의 형태는 거의 완전히 해체된 상태인 만큼 옛날부터 보조금이나 운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음. 어떻게 보면 경제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 유가보조금, 표준요율제-표준운임제-안전운임제 세트가 다 마찬가지. 노동자성 쟁취? 그게 당장 되는 게 아니잖아요 먹고 살기 힘든데… 이렇게 되는 것임.

그니까 이게 이종격투기도 아니고 뭐냐고. 내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만약에 지옥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그건 지옥의 관리자가 개별 죄인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형벌을 영구히 주는 그런 게 아닐 거다… 그저 서로 죽고 죽이고 짓밟는 끝없는 free for all의 상태를 만들고 방치하는 것, 그게 지옥의 참 모습일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내가 본 특수고용이나 그와 별다를 것 없는 건설노동자들의 삶은 지옥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 이미 지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준법이니 하는 말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바다 건너 코포라티즘 국가의 사례를 읊는 것은 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오바하지 말라고? 알겠습니다… 그만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건설노조, 특수고용, 화물연대

노동자다 아니다

2022년 12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뭐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런 일도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야 말로 새로운 시대가 맞닥뜨릴 계급적 문제의 최전선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이게 고전적인 스탈린식의 마르크스주의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겠지. 그래서 다들 금속노조와 현대차에만 주목을 하였는데(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표현해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수고용이나 이런 데는 나 같이 별 배경도 없는 놈들이 가는 데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 특수고용 뭐라고 하는 직종 중에 노동자로서의 형식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분야 중 하나가 레미콘믹서트럭이 아닌가 한다. 여기는 사실상 레미콘 생산업체에 소속돼있는 노동자나 다름이 없이 일을 하는데, 고용관계의 형식과 생산수단 소유권에서만 노동자가 사장님으로 둔갑을 한다. 이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이후 화물연대 등 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관계당국에서도 별 고민이 없었는지 1999년인가 2000년에 어영부영 노동조합설립신고를 받아주고 말았다. 그래서 결성된 것이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이었다. 2002년에 이들의 투쟁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김미례 감독이 제작하였는데, 이게 바로 <노동자다 아니다>이다. 김미례 감독, 최근에 들어본 일 있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아무튼, 이 다큐멘터리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https://youtu.be/h9GpfSMJbRE

나로서는, 눈에 익은 얼굴들도 있고… 다들 건강하신지… 어쩌다 보니 사장님이 돼버린 노동자들의 당혹감 같은 것들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초창기 싸우는 모습을 보면 민주노총 마크를 건설노조의 것보다 앞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 담쁘아저씨들도 그랬는데, 큰 조직이 배경에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저씨들이 처음부터 그랬것니? 노조라 그러고 싸워야겠다 싶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지… 저 영상에 찍힌 노동자들 상태를 봐라. 공산주의자 같냐? 에휴…

그거 아냐? 유로트럭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이 크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잖아. 디시인사이드 이런데서 모니터 2개씩 연결해서 과몰입하는 애들 있었거든? 룸미러에 다는 장식품 같은 것도 비슷하게 모니터 앞에 걸어 놓고… 아예 실감나게 한다고 화물연대 조끼까지 구해서 입고 하던 녀석도 있었다. 얘가 공산주의자라서 그런 거냐? 아니잖아. 그냥 이 편에 서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야…

아무튼 내용을 흝어보면 최근에 화물노동자 얘기하고, 노동조건이나 형태에 있어서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노래에 삽입된 주제곡이 귀에 꽂힌다. 제목은 똑같이 <노동자다 아니다>이다. 멜로디를 잘 들어보면 일본 만화 주제곡 같은 데가 있어 오타쿠의 심성을 자극한다. 건설노조 언저리들 노래가 좀 다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가사를 음미해보시길 바란다. ‘탕뛰기’란 한탕에 얼마란 식으로 오고 간 횟수에 따라 운송료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시멘트 가득 싣고서 오늘도 떠나는 이 길
언제나 끝이 날까 얼마나 더 돌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나
오고 가는 길 위에 석양은 고달픈 오늘을 알까
어느 새 탕뛰기의 노예가 되어 힘겨운 하루가 덧없이 저무네

레미콘도 돌고 운전대도 돌고 세상은 미친듯이 돌아가는데
이랬다 저랬다 부르는대로 온 몸을 내던지고 구르라 하네

노동자다 아니다 따지지를 마라
우리 앞에 갈림길은 이제는 없다
오늘도 달린다 세상을 바꾼다
투쟁의 시동을 멈추지 마라
노동자의 길을 가련다

20년 전, 20년 전이다. 20년 전에! 똑같은 얘기를 똑같이… 똑같은 방식으로… 더 말해 뭐하냐.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레미콘, 전국건설운송노조, 특수고용노동자,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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