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는, 어려웠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한 이후 정부 대응과 사람들의 여러 발언, 가령 노동자가 아니니까 파업이 아니랄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달지… 내가 화물연대 조합원도 아닌데, 존재를 부정당하고 인생 전체를 모욕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와중에 거의 백기투항을 해버린 것은, 그럴 수 밖에 없다 것은, 그리고 그 뉴스를 말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일이다.
옛날 같았으면 이렇게 접더라도 누가 어디 올라가기라도 했을 거다. 그리고 그걸 부여잡고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훗날을 기약하며… 어떻게든 상황을 해소하고 마무리를 했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이 강공인 것은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그러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마치 소리 한 번 못 질러보고 우르르 무너진 것처럼 돼버렸다는 것은, 민주당의 빈 발길질을 그나마 아닌척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그게 마치 전부 당연한 일인양 얘기한다는 것은… 밖에 있는 사람이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기분상, 굴욕이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은, 그런 굴욕을 감수하는 것 외의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여러분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내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왕년에 잠깐 특수고용조직에 몸을 담았다는 것 뿐이지만, 그때 비슷한 처지라는 이유로 이래 저래 화물연대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왜 우리는 저렇게 못하나 하는 얘기도 하고… 그때 그들의 사무실에 갈 일도 종종 있어 왕래도 했다. 심 모 국장이라고 특이한 분 있었는데 잘 사시는지 모르겠다. 그 양반 빼면 얘기가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아무튼 조직의 전환 과정에 떠나야 했지만,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늘 노력한다. 화물과 구조가 거의 유사했기 때문에 할 말이 많고 남의 일 같지 않다. 무슨 이상한 기사 같은 거 나오면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해서 뭐하나 싶고, 그런 게 요즘 분위기고 정서이다.
노옥희 선생은 갑자기 돌아가시고… 정신차려보니 주변이 다 휑하고 막막하다는 기분이다. 다들 그렇겠지. 그런 기분으로 뭔가를 떠드는데 진행자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유튜브 막말 댓글을 보고 참지 못했다. 나는 라디오 방송에서 자꾸 유튜브 얘기 하는 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기분 십분 이해한다. 한겨레 유튜브 방송 할 때 건너편 큰 화면에 실시간 댓글을 띄우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 뭘 집어 던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한 하루지만, 오늘은 한가하다. 속보를 받고 싶지 않다. 잠이나 자빠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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