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지향으로서의 제3지대

나는 그저 ‘양당에 대한 반대’를 말하는 제3지대론이나 다당제론을 믿지 않는다. 간단한 산수 같은 얘길 해보자. 제3지대라는 게, 제1지대와 제2지대가 아니어서 제3지대이잖아? 근데 잘 보면 제1지대라는 것도 제1-1지대, 제1-2지대, 제1-3지대…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거든? 또 어떻게 보면 제1지대와 2지대를 하나로 묶어서 그냥 통으로 1지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제1지대와 제2지대라는 것은 실체적으로는 제1-1지대, 제1-2지대, 제1-3지대, 제1-4지대… 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단지 1, 2지대를 반대하는 3지대라는 것은 크게 보면 1지대와 2지대를 묶는 ‘통합1지대’를 반대하는 2지대에 불과한 것이고, 작게 보면 제1-1지대… 부터 시작하는 행렬에 제1-13지대 정도의 위치를 점하자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다.

그래서 실체적 의미가 있는 개념으로서의 제3지대라는 건 제1, 2지대가 포괄하지 못하는 가치와 철학, 목소리가 실제로 이 세상에 있다는 게 그 근본이고 이것은 구조적이라는 인식이 핵심인 거다. 그래서 제3지대란 극단은 빼고 합리주의를 모으자는 것도 아니고, 협치라는 행위양식도 아니고, 제도개선도 아니고, 그냥 제3당을 만들면 다 된다는 것도 아니다… 이거는 투쟁인 거다. 싸워서 자기 목소리를 쟁취하는 과정이고, 세상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어야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1, 2지대를 그저 반대하니까 나는 제3지대라고 하는 사람들 안 믿는다는 건데. 하물며 제3지대 타령 하다가 1, 2지대의 품에 안기는 사람은 무엇이겠냐? 바로 그 사람이 내가 안 믿는 그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거예요. 평소에 무슨 주장을 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