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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Author: 이상한 모자

현실을 초월하는 현실이 되어야

2023년 4월 22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어떤 선거컨설턴트가 지금 상황을 ‘초현실적’이라고 말하는 얘기를 보았다. 심정적으로는 100% 공감한다. 그런데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비상식적이고 초현실적이어서 총선 앞두고 제3당, 4자구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진단의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물론 나도 일단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제3지대에 대한 국민적 수요는 높다! 각 당이 뭔가를 바로잡지 않으면 큰일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유의미한 신당 출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 지난 번에 썼듯 어떤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지금 신당 얘기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이 그런 걸 모르고 움직인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적당히 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부터 드는 거다. 물론 이 분들이 어느 당의 비대위원장이나 무슨 단일 후보 역할을 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닌, 그것을 초월하는 끈기를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한다고 하면 나는 그 신당의 성격이 뭐든 박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존의 상식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양당의 삽질은 과연 제3당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는가? 요즘은 오히려 양당의 삽질이 양당제를 유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비춰지지 않는가? 한쪽이 정신차리면 아마 다른 한쪽도 정신차리는 척 할 것이다. 제3당이라는 옵션을 놔두면서도 양당은 서로 증오할 수 있는 한 얼마든지 마치 압력솥의 추를 다루듯 여의도 정치의 압력을 조정할 수 있다.

양당제는 기득권이다. 기득권이라는 것의 핵심은 기득권이 아닌 쪽의 선택지를 무력화하거나 제거할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배트맨시리즈를 보라. 여기서 기득권은 배트맨이다. 악당은 보통 원패턴이다. 배트맨은 다양한 악당들을 다양한 수단으로 제압한다. 차를 부수면 그 안에서 오토바이가 튀어 나오고, 오토바이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붙이면 비행기로 갈아 타고 나온다. 배트맨에게는 언제나 수단이 있다. 마찬가지다. 제3당 출현? 다 수단이 있다. 역대 제3지대 세력들이 결과적으로는 다 양당제에 흡수되거나 굴복한 것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얘기하면 넌 무슨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하느냐고 면박주는 사람들 있는데 그게 아니다. 첫째, 이 모든 일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옛날에 다 있었던 일이다.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하는 게 아니라, 옛날에 그렇게 해서 안 됐다는 얘기 하는 거다. 둘째,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에 이러 저러한 비관이 있더라도 필요한 얘기를 계속하며 끈기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전제가 있다면 비관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용기다. 뭔가를 안 하기 위해서 비관을 말하는 것은 비겁이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현실을 인정하는비관은 언제나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비관을 덮어놓고 비난하는 게 정확히 양당제적 사고방식이다. 양당 지지자들에게 너희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 이 얘기 해봐라. 정확히 ‘네가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배경엔 안 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니냐’, ‘뭔가를 해보겠다는데 왜 재부터 뿌리냐’란 논리로 말하지. 양당의 지지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선거법 개정 문제도 마찬가지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선거법 개정 여론이 있으니까 양당제는 한 발짝 앞으로 갔다가 다시 한 발짝 후퇴하는 걸 앞으로 가는 거라고 속이면서 계속 스텝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주 비관적으로 본다. 그러나, 그러니까 얘기하지 말잔 얘긴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얘기해야 하는 거고, 그렇든 아니든 얘기해야 한다는 거다. 현실적 조건이 어떠하든 해야 하니까 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앞을 똑바로 봐야지 외면하고 정신승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눈 앞을 외면하고 걸어온 사람일수록 앞이 낭떠러지인 걸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을 때 절망하고 뒤돌아 나갈 확률이 높다. 지금 조선일보랑 인터뷰 하고 막 이상한 얘기 하고 다니는 한 때의 진보들이 거의 그런 사례다. 숀 코너리의 연구 수첩을 갖고 있었던 인디아나 존스는 낭떠러지인데도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안 하면 대배우 숀 코너리가 죽게 생겼기 때문!(트릭 자체는 조잡한 것이었지만…) 하여간 저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그런 절박한 태도를 고수하기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싶은 것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양당제, 제3지대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에 대한 생각

2023년 4월 21일 by 이상한 모자

모든 것은 맥락이다 그런 말씀 여러차례 드린 일 있다. 만약에 우리가 포탄을 지원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그런 전제가 있다면 나는 포탄 지원 찬성이다. 그런데 어제도 썼듯이 이거는 그런 맥락이 아니고 ‘현상유지’에 조력하겠다는 거다.

우크라이나전의 가장 큰 비극은 어떤 선택지든 대안이 아니라는 거다. 미국은 작년 어느 시점까진 우크라이나에 적당한 타협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는데, 바이든 재선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선 지구상의 그 누구보다도 전쟁 상황의 유지에 적극적이다. 그 반대편에는 ‘평화협정’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러시아의 전술적 목표를 달성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니까 러시아가 이긴 걸로 끝내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농간이 있다.

전쟁 치르는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크림반도 수복까지 이루지 않으면 전쟁을 끝낼 수 없다고 한다. 뭐 이해할 수도 있다. 반대로 우려되는 바도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와 벨라루스인들을 우크라이나 주요 정치인들이 공격한 바를 보면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친유럽과 친러시아가 갈려 오랫동안 대립해 온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를 생각하게 된다. 젤렌스키는 친유럽과 친러시아에 질려버린 유권자들이 선택한 봉합적 성격의 카드이므로 어느 쪽을 선택하기 어렵고, 어떤 경우든 전쟁이 지속돼야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이게 노벨평화상을 둘러싼 갈등이 보여준 우크라이나 상황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여기서 레선생의 일방적 패배 선언을 돌이켜보게 된다. 혁명적 패배주의 어쩌고 했는데. 이게 가능했던 조건이 두 가지였지. 첫째, 러시아는 땅덩어리가 넓다… 둘째, 일방적 선언을 떠받칠 수 있는 정치적 조건(볼셰비키 운동, 혁명, 집권)이 존재했다. 근데 첫째는 바꾸거나 다른 데 적용할 수 없는 조건이니까 여기선 넘어가고, 둘째로 볼 것 같으면 그니까 적어도 어떤 결정을 할 때에는 그게 뭐든 그 다음이 중요한 거라는 거거든. 전제정이 그대로 유지됐으면 그 패배 선언이 정치적으로 수용이 됐겠냐? 아니지.

그니까 어떤 경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 라는 것은 우크라이나란 무엇인가란 본질적 질문을 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의 연장선에서 역할을 할 때에야 군사적 지원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방송 이런 데서 떠들 수가 있겠어요? 할 수 없는 세상이다… 방송 뿐인가. 이젠 글로도 못하고 SNS로도 못하고(SNS… 없기도 하고…)… 블로그에다가나 써야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레닌,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혁명적 패배주의

최근 다시 나온 쉰떡밥 ‘금태섭 신당’에 대해 한 말

2023년 4월 21일 by 이상한 모자

라디오 방송에서 시간 얼마 안 남아서 그냥 이렇게 얘기하고 말았다.

김민하> 제대로 되려면 대권 주자랑 기반이 있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국민의당이 안철수와 호남 조합으로 한 거잖아요. 지금 그런 게 없는 것 같고요. 없다 보니까 김종인 위원장은 금태섭이라고 대권 주자 되지 말라는 법이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국민들 인식이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저는 어쨌든 제3지대 운동이 성공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처음 나오는 얘기가 아니에요.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번에 보궐 선거 할 때도 이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결과가 없었습니다. 할 것이면 제대로 해라. 제대로 하면 국민들이 호응이 있겠지만, 상당한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 그 정도의 각오를 보여주십시오.

이 얘길 좀 풀어서 써보자.

첫째, 여의도-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 신당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 1) 대권주자, 2) 물적기반. 가령 국민의당 사례는 안철수-호남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금태섭은 대권주자도 아니고 지역이든 계층이든 어떤 것이든 기반도 없다. 그걸 아니까 김종인이 ‘금태섭이라고 대권주자 되지 말란 법 있느냐’라고 하는 건데, 국민들 생각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금태섭 신당은 지금 상태론 현실이 되기 어렵다.

둘째, 그런데 이런 저런 불가론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심으로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그것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진심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금태섭 씨는 별로 그런 걸 보여준 일이 없다. 자꾸 자기가 오랫동안 제3지대 운동을 지켜보거나 함께했거나 했다고 하는데, 정동영만큼이라도 했는가? 뭐 갑자기 무슨 정동영?? 제가 지금 ‘정동영’ 올려치기 하는 게 아니다. 정동영 하면 전 그냥 웃는다. 근데 진보정당에 관여한 분들이라면 다 기억하실 것. 갑자기 나타나서 진보정당 통합 내지는 재건 논의에 끼어들었던 것. 정동영에 대해서 ‘진심인가?’했던 때도 분명히 있었다고. 결국 이렇게 됐지만.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31230.html

다 떠나서 금태섭씨는 지난번에 보궐선거 할 때도 똑같은 얘기 했다. 안철수랑 단일화를 하고, 안철수는 오세훈이랑 단일화 하고, 금태섭은 오세훈 선거운동 하고… 이게 뭐냐?? 그리고 나서도 2년이 지났는데 뭐 진도 나간 것 있나? 저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다. 만약에 다르다라고 하실려면, 뭔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걸 하기위해서라면 인생 말아먹어도 좋다는 각오로…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금태섭, 신당, 제3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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