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지금은 1층 사는데, 반지하에는 살아본 일이 없다. 옥탑방은 두 번 거쳤다. ‘지옥고’라는 말은 아직 안 나왔던 때 였던 것 같다. 거의 집이라고 볼 수 없었던 그 방들에 살던 때가 가끔 생각난다.
기생충이란 영화에서 반지하방을 묘사했을 때 그걸 갖고 SNS에서 난리가 났다는 풍문을 들었다. SNS를 안 하니까 뭔 소리들을 했는지 난 모르는데, 어쨌든 그랬다더라. 한가한 얘기들이었을 걸로 추측한다.
가끔 피터팬의 어쩌구 하는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볼 때가 있다. 요즘은 시세가 얼마나 하는지, 어떤 방들을 거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가격은 둘째치고 괴상한 방들이 많다. 과거에도 그랬는데 내가 눈이 높아졌나 싶은 생각도 든다.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은 황당한 방만 소개시켜주는 부동산 채널을 추천하고 있다. 여기 어떻게 사나 싶은 데에도 다 사람이 살고 있다.
반지하방에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피해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그런 방들을 생각했다. 옛날에는 ‘반지하지만 사실상 반지하는 아니다’란 논리로 포장한 방들이 많았다. 요즘 그런 방들은 아마도 이미 반지하 수준 월세의 범주에서 벗어났을 듯 하다. 집의 한쪽만 반지하라거나 계단 두 개 내려 간다거나 하는 곳들인데, 그 정도면 침수 피해를 입어도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닐 거 아닌가. 비가 오면 죽을 수도 있는 집… 이라는 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잘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이 다 어쩌다 보면 죽을 수도 있는 세상인 것이다.
신문을 보니 서로들 옥신각신한다.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났다는 둥, 삼라만상을 정쟁화한다는 둥, 서울시가 예산을 싹둑 자르고 책임자도 없어 피해가 컸다는 둥, 그게 아니고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삭감했다는 둥… 뭔 소리들 하고 싶은지는 이해하지만 반지하 얘기에 비하면 사실 한심한 수준의 입씨름 아닌가.
도대체 뭘 하는 거냐. 내가 후원하는 한겨레의 오늘 1면은 서울시 책임론으로 가는 게 맞나 등등의 생각을 했다. 모르것다. 신발 말려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