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기사를 보는데 석열킹 방명록 갖고도 시비다. 반듯이 세우겠습니다가 뭐 잘못됐나. 당신이 세우긴 뭘 세우냐는 힐난은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국어로는 문제가 없다. 국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국어를 따지는 세상이다. 근데 그게 국어 실력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성의와 의도와 편향의 문제이지.
요즘에 배달을 시키는데 고민이 많다. 우리 집은 1층인데 2층부터 있는 집과는 문이 따로 나있다. 그들은 건물 전체 현관문 안에 살고 우리집은 문이 바로 밖으로 나있다. 집 현관문 열고 나가면 흙바닥이다. 그런데 배달원이 오면 101호를 가겠다고 꼭 건물 현관문에서 101호 호출을 누른다. 일 영 일, 일 영 일… 계속 누르다가 안 되니까 그냥 막 돌아가버린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101호 문 따로 있는 게 보일텐데, 고개를 안 돌린다. 101호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있는데.
그래서 101호 문 따로 있습니다 라고 배달원용 멘트를 주문할 때 썼다. 이것도 이해를 하는 사람이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실패 확률은 줄어들었는데, 그 다음 문제는 문을 쾅쾅 두드리는 거였다. 쾅쾅 두드릴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 그래서 문을 두드리지 말고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썼다. 초인종 어디있는지 모를까봐 101호 문 좌측에 있다고도 썼다. 그러면 배달원용 메시지가 어떻게 되냐… “101호 문 따로 있습니다 문 두드리지 마시고 좌측 초인종을 눌러주세요” … 완벽하지.
근데 그 담부터는 배달원들이 죄 문 옆에 음식을 두고 가버리는 거였다. 뭐야?? 집 안에 있으면 밖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리기 때문에 오도바이 부아앙 소리 들리면 벌써 문 앞에 가서 대기한다. 초인종 누르면 2초 안에 문 연다. 그런데도 그냥 두고 간다. 문 열고 나가면 흙바닥이다. 음식은 비닐봉투에 담겨져서 오지만 담긴 채로 갖고 들어와서 상이든 어디든 일단 놓으니까 흙이나 낙엽 같은 게 묻어 버린다. 그래서 문 앞에 두고 가지 마시라고 또 쓰려고 했는데 칸이 모자랐다. 어떻게 어떻게 말을 정리해서 문 앞에 두고가지 말라는 의미를 넣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러나 문 앞에 두고 가는 일은 계속되었다. 문 앞에 두고 가지 말라고 써놨는데… 요청하신대로 문 앞에 두고 가니 빨리 갖고 가라는 문자까지 보낸다.
왜인가! 뭐 말이 길게 써있고 ‘문’이라고 돼있으니까 끝까지 읽지도 않고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얘기로 지레 짐작하는 거다. 바빠 죽겠는데… 유형화 하는 거지. 문 어쩌고 하는 메시지는 문 앞에 두라는 거다… 석열킹 마찬가지지. 방명록에 뭐 썼다, 분명 진심이 없을 거고 이명박 같을 것이다… 그냥 그런 캐릭터로 유형화 해서 틀에다가 다 끼워 맞춘다. 내가 뭐 한 마디 하잖아? 이재명 실드친다 문재명이냐, 아니면 윤석열 감싼다 진중권이냐, 양쪽에서 난리 난리 친대니까. 그러니까 이게 국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목소리 큰 사람치고 진심으로 사건 자체, 정치 자체에 진심으로 관심있는 사람이 없다.
쓰고 보니… 석열킹 얘기로 시작해서 배달 얘기로 갔다가 다시 정치로 가는 예술적 흐름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