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 안 되는 이유

나이를 먹어서일 수도 있고… 물론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오늘은 평소 쓰고 있는 것과는 다른 글을 써야 했다. 내 생각에는 훨씬 잘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집중이 어려웠다. 지금 써서 보낸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이렇게 집중이 어려워 졌는가? 내 생각에는 눈이다. 지난 번 내원 이후 다시 난시를 올린 안경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나 한참 그랬는데도 글씨는 계속 두개로 보인다. 당연하지, 원래 거기서부터 시작된 문제인데….

내 증상은 단안복시이다. 단안복시는 대개 굴절문제다. 특히 나는 굴절문제가 맞는 거 같다. 셀프로 핀홀테스트 비슷하게 해보면 복시가 보정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부터 대개는 안경을 잘못 맞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시 도수를 올리거나 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는 거다. 하지만 나는 그게 효과가 없다… 안 된다 이거다. 그게 안 된다는데, 이 상황을 의사한테 이해시키는 것부터 너무 어렵다. 계속 딴 소리만 하고…

글씨가 두 개로 보이니 글을 쓰며 계속 신경이 흐트러진다. 다른 걸 자꾸 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글이 맥락이 끊긴다. 다시 제 자리를 찾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글은 일필휘지로 써야 빨리 쓰고 잘 쓰는 것인데…. 리퍼닥이 키로시 안구로 교체해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추측하기로, 하드렌즈를 맞춰야 해결이 되지 않나 생각 중이다. 지금 난시가 좀 빠진 안경을 다시 써봤는데 한결 눈이 편하다. 뭔가 고위수차든지 가짜난시가 아닌가 계속 의심하고 있다. 근데 하드렌즈로 해결을 하려고 하면 자전거를 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그러면 고글을 사야 하는데…

지금 이거 쓰는데도 신경이 분산되어서 한참 걸렸다. 3월 말에 가는 병원에선 반드시… 안과 의사 눈을 찔러서라도 승부를 본다…

뭘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이래 저래 곤란한 입장도 있고 하지만, 답답하다. 물론 억울한 것도 있으리라 본다. 어떤 부분에선 과도한 비난을 받는 대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한 것에 대해 뭘 인정하고 나야 억울한 얘길 거들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런 것도 없이 원래 다 이렇게 하는데 우린 억울하다 이 한 마디로 다 퉁치려고 하니, 다른 얘길 하고 싶지가 않다.

계속 지켜보다 보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다. ‘원래 다 이렇게 한다’고. ‘원래 다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는 걸 했는데 상황이 계속 이상해지면,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 ‘원래 다 이렇게 한다’는 미명 하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됐나? 제가 A부터 Z까지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 ‘원래 다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거기서만 통용되는 게 있는 거다. 그게 본인들 생각에 좋은 쪽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쳐보자. 신문에서 여론조사 보도하면서 특정 정당이 자기들을 선전할 목적으로 제작 제공한 이미지를 써서 논란이 됐는데, 애초 해명은 사실 관계가 맞지도 않고, 계속 논란이 되자 ‘원래 다 이렇게 한다’고 하더니 언론을 흔들지 마라 큰 소리 친다고 생각해봐라. 그걸 잘 한다고 하나?

다들 불평하는 것과 달리 저는 여기에 무슨 대단한 정치적 음모나 유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저널리즘적 고민과 훈련이 아니라 청취율, 조회수, 클릭수에 압도적으로 경도된 제작 방식에 있다. 숫자에 매몰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방식을 정당화 하면서, 나머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다 부차적으로 취급하고, 누군가 그 ‘부차적 문제’를 지적하면 ‘흔들기’니 ‘모함’이니 하며, 자신들만의 ‘원래 다 이렇게 하는 것’을 계속 강화해 온 후과를 치르는 거다. 물론 이번에도 결말은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또 피해자가 되어 가지고 지금까지 하던 방식이 맞다고 하는 확신을 한 번 더 얻는 걸로 귀결되겠지.

그런 점에서, 이 문제의 본질은 의외로 정치적 소재가 아니라 사건사고적인 것, 가령 2021년의 이런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다.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성범죄 뉴스를 다루면서 출연자가 가해자의 성범죄 행위를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묘사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권고를 의결했다.

(…)

해당 방송의 ‘탐정 손수호’코너에서 진행자인 김현정씨와 출연자인 손수호 변호사가 12년 동안 벌어진 의붓딸에 대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성범죄 행위를 수차례 선정적으로 묘사했다. 손 변호사는 해당 건과 비슷한 사건이 생각보다 많다며 친족에 의한 강간과 강제추행 사례들을 다수 소개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협박을 하면서 말한 내용까지도 그대로 인용했다.

아울러 “자극적인 예를 전달할 목적이 아니며 끔찍한 일이 우리 주변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현정씨는 “너무 끔찍하다고 불편하다고 외면하면 그다음에 대안을 세울 수 없는거니까 좀 어려워도 이 사건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781

2021년 11월의 문제의 방송 내용은 아래 링크에도 전문이 남아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649568

주목할 것은 출연자가 원고를 읽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을 해본 사람’으로 말하자면, 저건 사전에 100% 제작진에게 제출하고 검수받은 내용이라는 뜻이다. 아이템 선정도 제작진과 협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생각엔 제작진에 주도권이 있었을 거다. 순전히 내 주관적 느낌이지만 출연자는 별로 이 내용을 다루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라디오 PD라는 사람들은 대개 음악 방송 PD를 꿈꾸고 그걸 하고 싶어한다. 시사 프로그램 PD가 되고 싶어서 라디오 PD 되는 사람은 잘 없다. 저널리즘적 훈련 그런 거 보통 없다. 그나마 이 회사가 시사 방송 관련 인적 인프라가 좀 있는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식이다. 여기서 유튜브를 맨날 욕하지만, 유튜브와 큰 차이도 없는 세상으로 다들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