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야
얼마 전에 출판사 사장님을 만나 일본 라면과 커피를 대접 받았다. 책을 내자는 얘기를 한 게 어언 2년, 사장님은 최후통첩을 했다. 더 이상은 어렵다…
사실 나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책은 사실 좀 쓰다가 몇 번 엎었다. 집중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글을 좀 쉬기도 했었는데, 번번이 좀 쓰다가 처음부터 다시 쓰자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 최근에는 다행스럽게도 일이 많다. 일이라는 건 많을 때 많은 거고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계약금이라는 돈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계약금을 돌려주고 기약없는 출판의 희망고문은 끝내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왠지 이걸 마무리 해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 어쨌든 해야 할 말이 있지 않는가. 두 괴물 중 반드시 하나를 편들고 하나를 적대해야만 한다는 이 환상을 깨야 한 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지 않느냐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를 뭔가 해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라는 이상한 소명의식에 사로잡혀…
마침 적당한 때인지도 모른다. 워싱턴 주류정치가 싫어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미국은, 다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가 싫어서 워싱턴 주류의 상징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이건 과거에 쓴 조커라는 영화의 감상문을 한 번 찾아보시라. 귀찮지요? 링크입니다.
어찌됐건 책을 쓰는 일에는 다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루살이 같은 생활 속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오해의 근거로만 착실히 쌓여가는 현실 속에 뭔가 숨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숨쉴 공간! 그렇다! 나는 내가 뭘 쓰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어쨌든 가보겠다는 것이다. 주류가 싫어서 비주류를 지지해놓고는 다시 비주류의 구호에 속았다며 주류를 지지하다가 다시 예정된 실망을 하는 이런 한심한 태도가 왜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지에 대하여… 그리고 그게 현대민주주의 정치의 본질이라는… 이런 팔릴리도 없고 내가 쓸 필요도 없고 비웃음이나 살 주제의 책을 쓰는 게 무슨 의미인가 고민하다가도… 살기 위해서는 책을 써야만 한다. 냉소사회는 읽어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