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안내
  • 이상한 모자
  • 야채인간
  • 김민하 공화국
  • 신간 안내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책

오랜만에

2024년 12월 3일 by 이상한 모자

주말에 글을 쓴다고 깝치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엎었다. 골조는 유지하면서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어제 글을 써내려가 대충 마감을 맞췄다. 12월 2일까지가 마감인데, 12월 3일 새벽 3시 넘어 보냈으면 그럼 그건 마감을 맞췄다고 봐야하는 거다.

글 내용에 다 반영된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지젝류의 책을 들춰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조금이나마 얻었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은 역시 명작이다. 사실 제목부터 번역이 잘됐니 아니니 하는 얘기가 있는 게 벌써 명작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이 맞는가,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 맞는가? 한 20여년 전에 인터넷 토론 사이트에서 어정거릴 때에 누가 댓글로 달았던 질문이다.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 맞지 않나? 그, 그럴지도…

처음에 이 책을 읽은 건 대딩 1학년 때다. 그때 책이 지금 찾아보면 2002년에 인간사랑이라는 데서 나온 책이다. 이후 책은 누구한테 빌려줬다가 못 받았는지 어쨌는지 없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중이 돼서야 다시 한 권을 새로 마련하게 되었는데, 이건 새물결이라는 데서 나온 책으로 제목이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으로 되어 있다. 역자는 둘 다 이수련이라는 분이다.

이 책과 더불어 제일 많이 만져본 책(차마 읽었다고는 얘기를 못하겠고…)이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인데, 이건 하도 닫았다 열었다 해서 책이 막 너덜너덜 하다. 새 책을 사야 할까 잠시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이런 책을 새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고…. 깝치지 말고 집에 있는 몇 개 되지도 않는 책들이나 다시 한 번 열심히 정독을 해보는 게 남는 장사 아닌가 했다.

확실히 어렸을 때 읽은 게 오래 간다. 어차피 읽은 책이 얼마 없다 보니까 좀 생각하다 보면 ‘아 그 얘기가 그 책에 있는데…’ 이런 식으로, 어렸을 때 읽은 거는 기억이 나거든. 근데 늙어서 읽은 거는 기억이 안 난다. 뭘 읽었는지 지나고 나면 알 수가 없다. 그런 서러움이 좀 있다. 평론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이런 뜬구름 잡는 얘기나 읽고 시간을 보내는 삶도 괜찮겠다 싶었다.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해서, 글을 쓴 것보다도 그런 생각을 한 게 즐거운 잠시였다. 잠은 못 잤지만…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슬라보예 지젝, 이데올로기의숭고한대상, 책

쓴 책이 나왔다

2022년 1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책은 여기서도 거듭 밝혔지만 지난헤 7월엔가 다 썼다. 출판사의 여러 사정으로 출간 일정이 미뤄져 이제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남들처럼 책을 썼노라 동네방네 홍보를 해야겠지만, 갈등하고 있다. 내가 뭘 썼느니 내놓으면 순식간에 담론-소비자님들이 돼셔갖고 갑질하는 그 꼴을 또 봐야하지 않는가.

어디 보니까 벌써 책을 읽지도 않아 놓고 기계적 중립이 어쩌고 써놓은 분이 있다. 이 분은 책을 다 읽어도 그런 생각이나 할 것이다. 전에 쓴 책에 대해선 어떤 분이 뭘 베꼈더라 라고 써놨다. 나중에 보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어도 전혀 다른 내용을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책을 제대로 못 쓴 저자 탓이지. 그러나 저자 탓만으로는 어려운 일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책 팔아 먹으려고 이런 저런 소리를 하고 다는다는 식의 태도… 그리고 마치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이라도 된 양 어디 네까짓게 뭘 그렇게 열심히 썼다는 건지 한 번 읽어나 주겠다는 식의 시선…

모르겠다. 이딴 생각이나 할 거면 책은 왜 썼는지. 그러나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만 할 수도 없는 게, 어쨌든 남이 돈 쓰게 만든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다. 출판사 사장님이 갑자기 괴질이 발병하고 그래서 온몸에 껍질이 벗겨져 가며 고생이 많으셨다. 1500부는 일단 팔아야 손해를 남기지 않는다. 하여튼 책은 돈 벌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걸 어디다가 짧은 글로 써놓기는 부족해서 형태가 있는 출판물로 내놓고 고민을 함께 해보자 이런 취지인 것이다.

그 고민이란 뭐냐. 말하는 내용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저 새끼가 지금 누구 편 들려고 저렇게 얘기하나… 우리 편을 들려면 내가 쟤를 어떻게 골려줘야 되나 그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는 바로 너. 너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다 냉소사회인가 하는 책을 쓴 거였다면, 이 책은 왜 정치가 죄다 너 같을까를 생각하다 쓴 것이다. 편먹고 싸우는 것도 하다 보면 현자타임 오기 마련. 그러다 엇나가면 완전히 반대 진영으로 가서 똑같은 일을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경우들 많은데, 아무튼 그러고 있으시다 현타 왔을 때 시간 많고 하면 한 번들 사보셔.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책

저주받은 책?

2021년 12월 20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 누가 그러더라고. 왜 냉소주의 얘기 안 하냐. 크……

사실 지금 벌어지는 일들 같은 거 내 입장에선 왜 이렇게 되고 있는지를 다 그 냉소사회 책에 나름 써놨거든. 물론 예언서는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적혀있진 않지. 암튼 그 책을 읽으면 지금 왜 이런지를 나름 알 수 있다고 생각… 하는데 그건 내 생각 뿐이고 실제로는 내 의도대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더라고.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 당신 맨날 냉소사회에다가 다 써놨다고 염병하니 지겹다… 근데 당연한 거 아니냐? 내가 내 생각을 갖고, 내가 세상을 보는 틀에 대해서 책을 썼는데 당연히 다 거기 있다고 하지… 책이 팔리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책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고.

암튼 하도 그러니까 기분 드러워서 더 이상 얘기 안 하는데, 하지만 그래도 뭔가 내 생각이 뭔지를 다시 얘기를 하고 싶다는 그런 작은 욕망으로 뭔가를 다 쓴지가 벌써 4, 5개월 됐다. 출판사 사정으로 이제야 제목 정하고 교정 들어갔는데, 갑자기 편집 역할까지 도맡아 온 대표님이 엊그제 쓰러지셔서… ㅠㅠ 기약이…

책이 중요한가.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이 책이 저주를 받았나 싶어 죄송스럽기도 하고… 대표님하고 대화를 하면서 이 책이 팔리기가 어렵겠죠 했는데 사실 그렇다고 하시더라. 어느 한 편에서 다른 한 편을 시원~~ 하게 까는 책이 아니니까… 그런 거 아니면 요즘 사람들은 이해를 안 해주잖아. 여기서 한 편과 다른 편은 꼭 더블민주당과 국힘을 말하는 건 아니예요. 정의당 입장에 서서 양당 욕하는 것도 똑같은 거야. 그니까 책에도 ‘내 편’이 있어야 된다고. 이 책은 그게 없어!

잠정적으로 정해진 책 제목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이다. 저자로서 노력하고 책임을 다 하려고 하겠지만 대박 기대 같은 건 애초에 안 한다. 그냥 누구 편 드는 일이 허망하고 답답할 때 들쳐보는 책이었으면… 하는데 아니 일단 나와야 말이지.

맨날 책 쓴다고 깝치더니 한 해가 다 가도록 왜 소식이 없느냐 하는 분도 있을까 하여 남김.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책, 출판
« 이전 1 2 3 다음 »

최근 글

  • 이단이 되어야
  • 주식 투자를 10억씩 하는 사람들의 훈계
  • 행복한 사람, 오지 오스본
  • 극우와 보수 구분하기
  • 비난을 위해 남의 노동을 이용하는 사람들

분류

누적 카운터

  • 1,486,938 hits

블로그 구독

Flickr 사진

추가 사진

____________

  • 로그인
  • 입력 내용 피드
  • 댓글 피드
  • WordPress.org

Copyright © 2025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Omega WordPress Theme by Theme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