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책이 나왔다
책은 여기서도 거듭 밝혔지만 지난헤 7월엔가 다 썼다. 출판사의 여러 사정으로 출간 일정이 미뤄져 이제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남들처럼 책을 썼노라 동네방네 홍보를 해야겠지만, 갈등하고 있다. 내가 뭘 썼느니 내놓으면 순식간에 담론-소비자님들이 돼셔갖고 갑질하는 그 꼴을 또 봐야하지 않는가.
어디 보니까 벌써 책을 읽지도 않아 놓고 기계적 중립이 어쩌고 써놓은 분이 있다. 이 분은 책을 다 읽어도 그런 생각이나 할 것이다. 전에 쓴 책에 대해선 어떤 분이 뭘 베꼈더라 라고 써놨다. 나중에 보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어도 전혀 다른 내용을 기억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책을 제대로 못 쓴 저자 탓이지. 그러나 저자 탓만으로는 어려운 일들이 분명히 있다. 내가 책 팔아 먹으려고 이런 저런 소리를 하고 다는다는 식의 태도… 그리고 마치 숙제 검사하는 선생님이라도 된 양 어디 네까짓게 뭘 그렇게 열심히 썼다는 건지 한 번 읽어나 주겠다는 식의 시선…
모르겠다. 이딴 생각이나 할 거면 책은 왜 썼는지. 그러나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만 할 수도 없는 게, 어쨌든 남이 돈 쓰게 만든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다. 출판사 사장님이 갑자기 괴질이 발병하고 그래서 온몸에 껍질이 벗겨져 가며 고생이 많으셨다. 1500부는 일단 팔아야 손해를 남기지 않는다. 하여튼 책은 돈 벌려고 쓰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걸 어디다가 짧은 글로 써놓기는 부족해서 형태가 있는 출판물로 내놓고 고민을 함께 해보자 이런 취지인 것이다.
그 고민이란 뭐냐. 말하는 내용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저 새끼가 지금 누구 편 들려고 저렇게 얘기하나… 우리 편을 들려면 내가 쟤를 어떻게 골려줘야 되나 그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는 바로 너. 너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다 냉소사회인가 하는 책을 쓴 거였다면, 이 책은 왜 정치가 죄다 너 같을까를 생각하다 쓴 것이다. 편먹고 싸우는 것도 하다 보면 현자타임 오기 마련. 그러다 엇나가면 완전히 반대 진영으로 가서 똑같은 일을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경우들 많은데, 아무튼 그러고 있으시다 현타 왔을 때 시간 많고 하면 한 번들 사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