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가… 인터넷 시대라갖고 아침에 뭔가 쓰기는 해야겠고 하니까 라디오나 SNS에 나온 글 막 인용해서 쓰는 기사들이 있어요. 아침에 그런 게 죽 나오지. 지금 아무거나 눌렀는데 경향신문 기사가 나왔어요. 근데 기사 내용을 보면 무슨 상황인지 한 개도 이해가 안 가.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8040818001
기사를 보면, 대뜸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다. 박민영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는 이준석의 SNS 글 인용으로 시작을 하는데, 앞의 리드를 봐도 그렇고 뒤를 봐도 그렇고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 뭔지가 안 써있다. 그냥 기사를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다.
물론 새벽부터 남이 정성껏 만든 신문을 찾아봐야 되는 나 같은 놈들은 바로 알 수 있다. 이거는 조선일보의 양상훈 씨가 쓴 글에 대한 반응이다. 양상훈 씨가 반뇌피셜로 쓴 대목, 이런 얘기다.
필자는 이 사태의 시작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짐작한다. 윤 대통령은 7월 5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몇몇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에는 감정도 실려 있었다. 바로 그 날 박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썼다.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필자는 정치를 오래 취재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자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봤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변인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이 아니다. 당의 방패이자 창이다. 더구나 자기 당 대통령의 문제라면 무조건적인 방어 대상이었다. 역대 대변인들도 사석에선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공개적인 대통령 비판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자기 당 대변인에게 초유의 비판을 당한 윤 대통령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다. 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 자기편에게 등을 찔린 기분일 테니 누구든지 격노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가 대통령이 위험해지는 지점이다.
이준석 SNS 확인은 안 해봤지만 100% 이 글에 대한 반응일 거다. 기사에서 이걸 가르쳐 줘야 상황이 파악이 되지, 도대체…
기사가 왜 이렇게 되느냐. ‘무슨 일이 일어났나’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누가 누구를 왜 욕했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거거든. ‘이준석이 윤석열 욕을 하면서 박모를 옹호’ … 이것만 딱 눈에 띄는 거지. 근데 사실 기자만 그러냐, 그 기사 보는 여러분이 다 그렇잖아.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독자의 니즈에 딱 맞는 기사라고도 볼 수가 있겠다.
내가 특이하다고 생각한건 이준석이 강인선 씨를 저격한 대목. 강인선 씨는 대변인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공개적으로도 여러번 쓰고 얘기했다. 기자 출신이 사실관계를 막 틀리면 되나? 어쨌든 이준석의 불만 사항은… 양상훈 씨 얘기도 결국 이준석들이 잘못했지만 윤통더러 참으라는 거 아닌가! 그런 얘기나 조선일보와 그들과 친한 윤핵관들은 뭘 잘했는가! 이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굳이 누가 누구를 욕했다는 구도로 접근하려면 이쪽이 더 흥미진진하지 않나?
물론 조선일보라고 죄만 짓고 사는 건 아니다. TV조선의 무슨 뉴스프로그램, 자기들이 엄청 뭐 진지한 정론의 뉴스 프로인 것처럼 하고 사는데, 자기들이 ‘손사장’도 아닌데 앵커의 한 마디 같은 거 하는 게 유행이잖아. 어제 신동욱 씨 목소리로 나간 얘기는 거를 게 없었다고 본다. TV조선도 이렇게 충심으로 나오는데… 폐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아래 전문 인용한다.
김영삼 정부 때 한보사태 수사를 밀어붙이던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직원이 “술 취한 사람이 전화를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받아보니 김용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습니다.
그는 몇 마디 하소연하다 외쳤다고 합니다.
“지금 각하가 울고 있어요” 아들 현철씨 구속이 임박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대통령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짐작할 만한 일화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처남이 교사단체 회장이 되자 물러나라고 했습니다. 몇 차례로 나눠 친인척 2백여 명에게 청와대 설렁탕을 대접하며 “비리를 저지르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대통령 주변 문제를 국민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친인척 비리 방지법안 세 가지를 마련했다고 했지요. 하지만 결국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법사를 자처하는 전 모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씨가 정재계 인사들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와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사실 여부는 전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대통령실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뭔가 불안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 불안한 느낌은 이런 이유에섭니다. 전씨가 지난 대선 때 무속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었고 무속 논란은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관저 내부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은 업체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공사 후원업체라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은 “후원을 받지 않고 전시회 공사 대금을 모두 지불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업체라면 아예 대상에서부터 배제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모든 정권이 우리는 전 정부와 다르고 절대로 그럴 일 없다는 호언장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늘 사소해 보이는 데서 문제가 출발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것이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지요.
가뜩이나 대통령 주변 비리 감시의 컨트롤타워였던 민정수석실이 폐지된 터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비워뒀던 특별감찰관이 임명될 거란 기대가 컸습니다만 웬일인지 새 정부도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임명 절차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영삼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되고 1년쯤 뒤 “김현철씨가 모든 걸 다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측근들이 극구 말려서 곧바로 보고하지 못했다”고 했지요.
처음부터 나섰다면 호미로 막을 일도 때를 놓치면 가래는커녕 포크레인으로도 감당 못하게 된 경우를 우리는 역대 거의 모든 정부에서 이미 목격한 바 있습니다.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두려워해야 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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