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의 행간
주방위군 일병… 황당하지. 믿을 수 없다. 이게 끝이라면 미국도 진짜 웃긴 나라다. 아무튼 유출된 건 진본이고, 위조라는 거는 유출된 이후에 이뤄진 거라는 게 확인됐다고 봐야 한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 심상찮은데, 한참 쉴드치다가 아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냐… 하는 기분이 들면 이런 사설을 쓴다. 주옥같은 내용. 한 번 읽어보시라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11일 최근 SNS를 통해 공개된 미 정보기관의 기밀 문서가 2월 28일, 3월 1일 작성된 자료라며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기밀 문서엔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한 감청 내용도 들어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지난 6일 첫 보고를 받았다며 기밀 문서 유출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감청도 사실이란 것으로 여러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같은 날 이를 인정했다.
이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밝힌 것과는 상반된다. 김 차장은 “오늘 아침에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를 했고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했다. 양국 국방 장관이 이 문제로 통화도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
윤석열 정부는 외교·안보 문제에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은 남은 것이 무언지 희미해진 상황이고, 한미 정상회담은 걸 그룹 공연 문제로 국가안보실장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낳았다. 국가 사이의 관계는 국내 문제처럼 되지 않는다. 의욕만 갖고 앞서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외교 목표는 제대로 세웠지만 그 고지까지 갈 치밀한 전략도 이를 실행할 전문 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상대국의 선의(善意)만 믿고 아마추어 외교를 하다가 여론 악화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은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난맥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04/14/RHU2TC7RN5EJBDPMQOJMLYMQWM
근데 제목이 “아마추어식 불안, 미숙한 외교 안보 근본 원인 찾아야”고 결론이 “난맥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인데, 맨날 신문 보는 게 일인 제 기준에선 의미심장한 얘기로 보인다. 이게 근본 원인이 있는 문제인가?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 아닌가? 외교비서관이 미국 대통령하고의 통화에서 포탄 지원 약속 덜렁 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양을 보라. 근데 대통령이 문제라는 얘길 하고 싶은 거면, 실제 그렇게 썼을 거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거 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근본 원인을 찾으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냥 할 말 없어서 하는 얘길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또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김성한 씨하고 이문희 씨가 충신 아니냐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뭐 반만 맞는 얘기라고 본다. 유출된 대화 내용 잘 보면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 그에 맞춰서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안 된다’는 논리다. 뒤집어 말하면 ‘결정’을 하면 ‘가능’하다는 거다. 대통령이 까라면 깔 수 있다는 거지.
근데 포탄을 직접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지금도 유지가 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폴란드 총리가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걱정하니까 미국이 좀 뭔가 해주세여 이렇게 말을 했다는데, 뒤집어 말하면 한국발 포탄은 공식적으로는 지금도 폴란드 선에서 멈춰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에 굳이 ‘대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빌린 거를 미국이 함부로 우크라이나에다가 때려 박을 수는 없다. 경향신문이 어젠가 이걸 갖고 벌써 직접지원 사실상 하기로 것처럼 사설을 썼던데, 오바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결정’을 안 했기 때문에 김성한 이문희가 우왕좌왕하는 거지, 대통령이 ‘결정’을 했으면 이 분들이 들이받고 반기들었을 분들이 아니다. 그래서 항간에 이 분들 짤린 이유가 혹시 이 문제냐 라는 얘기가 있으나, 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 나는 여전히 ‘건라인’과의 충돌이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본다. 이 분들 입장에선 절차와 프로토콜이 문제인 거지 정책의 방향 자체가 문제인 거는 아니다.
‘건라인’이라는 걸 잘 생각해봐라. 영부인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세간의 지적대로 제2부속실 만들고 그 틀에 맞춰서 하면 되는데 제2부속실 왜 안 만드냐? 제2부속실 만들면 영부인은 거기에 갇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통령실 곳곳에 건라인들이 침투하듯이 들어가있고 비선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해야 영부인의 관여 가능 범위가 실질적으로 넓어진다. 가끔 정상 외교 현장을 보면 영부인이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놓고 왈가왈부 하고 그러잖아? 영부인이 대통령에게 지시를 한다 그런 거? 근데 그게 아니고, 그게 뭐냐면, 영부인은 지금도 유례없이 적극적인 영부인의 역할을 넘어 대통령의 부족한 정무-홍보 감각을 보충하는 제1참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라인’은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손발이다. 북한으로 치면 힘센 김여정 같은 거? 요샌 좀 죽은 거 같지만.
뒤집어 말하면, 블랙핑크 공연 문제를 단서로 해서 볼 때, 결국 ‘아마추어식 외교’와 ‘미숙한 외교 안보’의 근본 원인은 ‘건라인’이고 그걸 용인하는 대통령 아니냐? 이 얘길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을 아침에 했다는 거다. 뭐 두고 보면 알겠지요. 미르재단도 티비조선이 떠들기 시작한 거였다는 걸 잊지 마라. 잊어버리지도 않는 기사 제목이다. ‘팔짱낀채 웃으며 조사 받는 우병우’ …